9351.jpg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높이 4.33m.

 

속초에서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설악동 어귀에 세워져 있는데, 현재 탑의 위치가 옛날 그대로라고 해도 탑 주위는 절터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이다. 이 석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형태로 신라석탑의 양식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전체 부재를 화강암으로 조성한 신라식 일반형의 방탑(方塔)으로서 2층기단 위에 탑신을 받치고 있으며, 방향은 정남향에서 서쪽으로 10도쯤 향하였으나 정남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8매석으로 구성된 지대석은 거의 하단까지 땅위에 드러나 있고, 그 위에는 높직한 굄대와 같이 4매의 장대석으로 결구된 기대(基臺)를 마련하여 하층기단 면석을 받치고 있다. 하층기단 면석은 대소 8매의 장방형 석재로 이루어졌는데 면마다 양쪽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중앙의 탱주(撑柱 : 받침기둥)가 정연히 각출되어 있다.

 

그 위의 갑석은 대소 5매의 판석으로 덮였는데 그 상면은 현저하게 경사를 이루었고 각기 네 귀퉁이는 합각이 뚜렷하며 중앙에는 원호(圓弧)와 각형(角形)의 굄을 각출하여 상층기단 면석을 받치고 있다.

상층기단 면석은 8매의 판석으로 조립하였는데 네 귀퉁이에는 양쪽 면에 우주가 각출된 주형석재(柱形石材)를 배치하고 각 면 중앙부에는 탱주가 모각(模刻)된 판석을 세워서 결구하였다.

 

그리고 갑석은 4매의 판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하면에는 부연이 마련되어 있고 상면은 약간의 경사도 없이 평평하게 되어 있으며, 중앙에 아무런 굄대 없이 그대로 탑신부가 세워져 있다.

 

탑신부의 각 층 옥신석(屋身石)과 옥개석(屋蓋石)은 모두 1석씩으로 조성되었고, 각 옥신석의 양쪽에는 우주가 정연히 각출되었다. 각 옥개석은 하면에 낙수홈 등의 시설이 없고 받침만 5단씩이며 중앙에는 각형 굄 2단을 마련하여 옥신굄을 삼고 그 위에 각 층의 옥신을 받치고 있다.

 

낙수면이 평박하고 네 귀퉁이의 합각도 뚜렷하나 추녀부에 이르러 반전이 전혀 표시되지 않고 각 전각에도 반전이 약하므로 옥개석이 경쾌하지 못하며 오히려 둔중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그러나 네 귀퉁이의 전각 양면에 풍경을 달았던 작은 구멍이 있어 당시 이 석탑이 장엄하였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추녀부가 직선으로 전각부에까지 뻗치고 있음은 신라시대의 양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 석탑은 정부의 보수복원 계획에 의하여 1966년 12월에 해체되었는데, 이때 제3층 옥신석 중앙에 사리공으로 보이는 장방형의 구멍이 발견되었고, 그 위에 동판 한 장이 덮여 있었으나 내용물은 일찍이 도난당하였는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석탑은 전체적으로 규율성이 있어 보이기는 하나 일부에 예외적인 양식과 건조수법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또한, 이 석탑은 동해안에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한 신라석탑이어서 그 존재가치가 크다.

 

이곳 절터에서는 현재 신라 하대로부터 고려 초기에 걸치는 와당이 출토되고 있어 9세기경으로 추정되는 석탑의 건립연대와 일치되고 있다. 그리고 사적비명에 따르면, 현재의 조선시대 신흥사(神興寺) 이전에 신라시대의 선정사(禪定寺)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향성사가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