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5.jpg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선본사禪本寺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불상. 높이 4m.

 

관봉을 속칭 갓바위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이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평평한 자연석이 올려져 있어서 유래된 것 같다.

불상의 광배(光背)는 원래부터 없었으며, 후면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이 광배의 구실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뒷면 바위하고는 떨어진 원각상(圓刻像)이다.

그리고 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마 한가운데에는 큼직한 백호(白毫 : 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가 애초부터 새겨져서 둥글게 도드라져 있다.

유난히 두드러진 인중(人中)의 특징적인 처리와 함께 코끝에서 시작하여 입 언저리가 八자 모양으로 깊이 패어 있다. 귀는 길어 어깨까지 내려오고, 굵고 짧은 목에는 삼도(三道)가 표시되어 있다. 다소 치켜 올라간 어깨는 넓고 반듯해서 당당하고 건장하지만 가슴은 평평하고 신체의 형태는 둔중해진 듯하다.

투박하지만 정교한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는데,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과 유사한 이 불상의 손 모양은 석굴암의 본존불(本尊佛)과 닮았다.

그러나 왼손바닥 안에는 조그만 둥근 약호(藥壺)를 든 것이 확실해서 약사여래좌상(藥師如來坐像)으로 추측된다. 결가부좌한 양 무릎은 넓게 팽창되어 안정감이 있어 보이지만 조금 빈약하다.

몸에 밀착된 통견(通肩)의 법의는 옷주름이 선각(線刻)으로 평행을 이루면서 형식화되어 부자연스럽지만 비교적 유려한데, 법의 안에는 승각기(僧脚岐)가 보인다. 사각형 대좌의 전면에는 평행 반원형의 옷자락이 대좌의 앞을 덮고 그 양쪽 측면에도 옷자락이 내려와 이른바 상현좌(裳懸座)를 이루고 있다.

이는 군위삼존석굴의 본존불의 대좌 형식과 흡사하지만, 이보다는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이 불상의 뒷면은 평면으로 옷주름 선은 조각되어 있지 않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풍만하지만 경직된 얼굴, 형식화된 선각의 옷주름, 평평해 보이는 동체는 긴장감이 넘치는 탄력성이 배제된 것으로, 8세기 불상과는 구별되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불상은 이 시대의 거불상군(巨佛像群)과 계열을 같이하는 점에서 통일신라시대 조각사상 대표적인 걸작품의 하나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