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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 이 보 숙

문성식 2015. 8. 20. 16:43

       

       

      
      9월이 오면 / 이 보 숙
      손가락을 
      수 없이 꼽을 만큼
      잊은 듯 잊힌 듯 
      살아왔지만 그래도 
      그리운 이 있다면 그대입니다
      기억 속 이름은 
      바랜 먹빛 편지로
      가슴 밑바닥에 개켜져 있지만
      그래도 부르고 싶은 이름 있다면
      그대밖에 없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온종일 허공을 걷게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기다림 뿐이지만
      기다림도 행복인 이 있다면 
      오직 그대뿐입니다
      9월이 오면 어디쯤 
      오실 것 같은 설렘으로 
      그대 오실 그 길에 
      마음이 앞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