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존재의 의미

문성식 2015. 8. 15. 18:47

 
      존재의 의미 1954년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길>이라는 이탈리아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의 여주인공 제르소미나는 좀 바보스러웠습니다. 남자 주인공 잠파노에게 제르소미나는 끌려 다닙니다. 제르소미나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잠파노에게 끌려다니면서도, 바로 거기서 살 맛을 느끼면서 지냈습니다. 어느 날, 잠파노가 오가다가 만난 동업자 비슷한 마르코라는 친구와 싸우게 되었습니다. 잠파노가 싸워서 마르코를 두들겨 팼는데, 그것이 경찰에 들켜서 잠파노는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제르소미나는 자기가 매달려 있던 그 사람이 갑자기 유치장에 갇히게 되니까, 자기의 존재 의미를 더욱 찾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왜 살아야 되는가' 하는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버립니다. 그것을 보고 마르코가 제르소미나에게 말합니다. "네 인생에도 의미가 있어, 의미가 있어야 돼! 이 돌멩이에도 의미가 있어!" 제르소미나가 무슨 의미냐고 물으니까, 그가 다시 말합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 그렇지만 무슨 의미든지 있어야 돼! 만일 이 돌멩이에 의미가 없으면, 이 세상 모든 것에도 의미가 없어!" 처음 이 영화를 보고서 그 대목에서 느꼈던 인상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깊은 뜻을 가졌고,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무생물에게도 그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갈대 하나하나에도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인간에게 있어, 그 삶, 그 존재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의미는 찾아 나서지 않으면 찾아지지 않습니다. 제르소미나는 그것을 찾아 나서지 않았던 것입니다. 남에게 얹혀서 삶의 의미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살아 왔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런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끌려서 객체가 되어 사는 삶인 것입니다. ㅡ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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