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없는 사랑/ 대안스님
낭송 한경애
같은 하늘 아래서
남남으로 총총히 살아가기엔
남은 세월이 너무 버겁습니다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버린 사람을 어쩌지 못하고 ...
누구나 가슴에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쯤 아침을 먹고
부산을 떨다가
아이들을 챙기고
출근하는 일상을 다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깝지만
나에게 벌어져야 할 일들이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죠
홀로 쓸쓸히 맨밥을 먹으면서 ...
다복이 밥상을 차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그 사람에게
나의 마음이 자꾸 가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
가끔 술을 마시고
빈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길을 걸으며
바람이 잉잉 거릴 때
나도 함께 중얼 거립니다
그 사람이 와서
붙잡아 줄 리도 없는데
그냥 홀로 그렇게 방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테이블이 있는
술집에 앉아서 술을 마실 때에도
나는 그 사람을 생각 합니다
지금쯤 퇴근 했을 시간이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우수에 젖어
상념에 젖어 있을 듯 한 사람에게
생각이 미치지 못함을 원망하고
오늘 또 술을 마십니다
숱하게 많은 봄이
내 가슴위로 지나갔지만
그대는 나에게 봄소식을
한 번도 전한 일이 없습니다
꽃을 볼 때도 나는
그대 생각 하는데
그대는 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이 맑은 날도
혼자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옹기종기 모여서
햇빛을 즐기는 강아지가 나는 아닙니다
이렇게 따뜻한 날은
누구랑 함께
그 고운 빛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고
오직 그대였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를 사랑하고
좋아 하는 일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그대를 알고부터 알았습니다
누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
그것은 가슴에
멍을 키우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일을 놓아버리면
남은 건 슬픈 일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랑하는 일을
놓지 못하는 것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 가운데
홀로인 섬만이 무인도가 아니라
군중 속에 고독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이 무인도입니다
그런 무인도에도
여전히 봄은 오고
꽃은 피고 새가 울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오고
다시 또 봄이 오는데
오직 오지 않는 사람 바로 그대입니다
아니, 올 수 없는 사람이 지요
올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멍이 들어서
가슴이 텅텅 거릴 때까지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