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4.jpg 경상북도 경주시 서악동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높이 5.1m.

 

이 탑은 무열왕릉 동북쪽 경사지에 있는 모전석탑(模塼石塔) 계열의 탑으로, 이형기단(異形基壇) 위에 3층의 탑신을 세웠는데 상륜부는 모두 없어졌다.

 

지면 위에 장대석(長大石) 4매를 깔아 지대(地臺)를 삼았으며, 이 위에 여덟 개의 석괴형(石塊形 : 돌덩이모양)의 방대석(方大石)을 2단으로 쌓아서 입방체의 이형기단을 구성하였다. 기단 윗면에 탑신을 받치기 위한 1장의 판석이 끼워져 있고, 탑신은 3층으로 이루어졌다.

 

탑신은 옥신과 옥개석이 각각 1장의 돌로 되어 있는데, 1층 옥신은 정입방체에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의 표시는 없고, 정면 중앙에 큼직한 네모꼴 감실(龕室)을 얇게 파서 문을 표시하였다. 문의 중심에는 네 개의 못자리가 있는데, 쇠장식을 달았던 흔적으로 추측된다.

문의 좌우에는 인왕상이 1구씩 문을 향하여 조각되어 있다. 왼쪽의 상은 허리를 문쪽으로 내밀면서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위를 쳐다보고 있으며, 오른손은 허리에 걸치고 왼손은 어깨까지 들어 주먹으로 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의 상은 왼쪽의 문을 향한 얼굴의 측면관인데,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금강저(金剛杵:중이 불도를 닦을 때 쓰는 법구의 하나)의 끝을 잡았으며, 왼손은 왼쪽 허리께로 비스듬히 내려간 금강저의 끝부분을 잡아 아래쪽으로 내지르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왕상 옥개석은 하나의 돌에 받침과 층급을 표시하였는데, 받침은 초층부터 5단·5단·4단이고, 층급은 7단·6단·7단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층급의 형태와 전각(轉角)이 평행으로 직선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전탑에서 나타나는 형식이다.

 

이 탑은 입방체의 이형기단으로 미루어 경주남산리삼층석탑(보물 제124호) 중 동탑을 모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남산리삼층석탑 중 동탑은 기단 위에 3단의 층급이 있는 데 반하여, 여기서는 1매의 판석으로 되어 있는 생략된 형식을 하고 있어, 통일신라 하대의 퇴화되는 과정에서 성립된 석탑으로 추측된다.

각 층의 탑신에 비하여 옥개석이 커서 균형이 맞지 않고 둔중한 느낌을 주며, 보존상태도 좋지 못하다. 그러나 전탑형식의 유형분포를 조사, 연구하는 데 하나의 지표가 되므로 중요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