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고추
매운맛 내는 캅사이신 위암 억제자
(부산=연합뉴스)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김치와 고추장의 주 원료인 고추는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이다.
고추는 고온성 작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중부 이남지역에서 재배된다.
인구기준 소비량을 볼 때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고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의 하나로 국민 1인당 하루 5.1g, 연간 2-4 ㎏에 이른다고 한다.
단순히 음식에 맛과 향을
더하고 미각을 돋우는 기능 외에도 고추는 한방에서 발한, 건위, 구충제로 이용되며 양방에서는 신경통, 류머티스, 기관지염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실제로 고추에는 오렌지나 레몬보다 많은 양의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으며, 당근만큼이나 비타민 A가 듬뿍 들어 있다.
고추의 독특한 매운맛은 캅사이신 (capsaicin)이라는 알칼로이드
화합물 때문이다.
고추의 종류와 경작 조건에 따라 캅사이신의 함유량은 0.1%에서 1%까지의 범위 안에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캅사이신은 고추씨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껍질에도 상당량 들어 있다.
이 물질은 고추의 2차대사 산물로 고추의
발육에는 별 상관이 없으나 다른 식물이나 동물들로부터 고추를 보호하고 그 씨를 퍼뜨려 종자의 번식을 도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자극성이 있는 매운 음식의 섭취가 위점막을 손상시켜 만성 위염의 원인이 되고 결과적으로 위암발생률을 높인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속설과는 달리 통상적인 고추 섭취량으로는 위점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실험적으로
유도된 위궤양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고추 추출물과 그 매운 성분인 캅사이신을 쥐에 투여하였을 때,
아스피린이나 알코올로 유도된 위점막 손상에 대해 보호효과를 나타내었다.
또 캅사이신이 배양된 헬리코박터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는 위암발생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점막 손상이 고추에 의해 예방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고추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인들에서는 다른 남방민족들보다 위암이나 대장암의 발생률이 훨씬 낮은데, 이는 고추의 캅사이신이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고 위점막을 방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서 높은 비율로 위궤양이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이들이 앞서 언급한 싱가포르 내 타인종들에 비해 고추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멕시코와 같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도 매운 고추의 섭취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위암의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와 함께
고추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위암의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매운
음식의 섭취와 한국인의 높은 위암 발생률이 관계가 깊다는 속설은 재고되어야 하며 오히려 캅사이신의 위장관 보호 효과에 대한 좀더 과학적인 조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민족과 마찬가지로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멕시코에서 실시된 역학조사 결과도 고추 섭취량과
위암발생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오히려 고추나 캅사이신이 발암억제제 또는 항암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캅사이신은 항산화, 염증 억제 작용을 나타냄으로써 조직의 산화적 손상을 막고 종양 촉진이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발암성 화학물질들은 우리 몸에 들어와 간에서 대사되어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로 활성화된 후 표적세포의 DNA를
공격함으로써 암화과정을 개시하는데, 캅사이신은 발암원 물질들의 대사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발암과정을 억제하는 것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캅사이신은 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 발암물질인 나이트로소아민의 돌연변이성을 억제하는 한편, 암세포에
넣었을 경우 아폽토시스를 통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함으로써 항암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추는 한국민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김치와 고추장을 담그는데 가장 필수적인 향신료이다.
고추의 기능성과 약리활성을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식품을 산업화하고 더 나아가 세계화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추에
들어있는 캅사이신을 비롯한 각종 화합물들의 생리활성 및 약리작용을 세포 및 분자수준에서 규명함으로써 신약 후보물질들의 도출에도 일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서영준 교수 = 서울대 약학대학 발암기전 및 분자암예방 국가지정 연구실)
⑤포도
발암차단 물질 레스베라트롤
씨.껍질에 풍부
(부산=연합뉴스) 암 예방에 동원될 수 있는 유용한 과일의 하나가 포도이다.
역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적당한 양의 알코올 섭취, 특히 적당량의 적포도주 섭취는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식생활 습관을 가진 유럽 국가 중 프랑스인들에게서 심장병 발병률이 매우 낮게 나타나고, 이것이 포도주의 섭취와 연관성이
있었다는 흥미로운 현상 때문에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란 말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적포도주에는 수 많은 생리활성
증진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물질이 특히 강력한 항산화 및 암예방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오디, 땅콩을 포함한 많은 식물체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특히 포도에서 곰팡이와 같은 감염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물질로 생성돼 더 많이 발견된다.
레스베라트롤은 신선한 포도의 껍질에는 100g당 5-10mg 정도 들어있으며, 백포도주에서도
검출되지만 적포도주에는 ℓ당 1.5-3mg 정도로 매우 많은 양이 함유되어있고,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포도 주스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레스베라트롤의 암예방 및 항암작용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 결과는 1997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었는데, 그들은
레스베라트롤이 발암의 3단계인 개시, 촉진 및 진행 단계 모두를 차단함으로써 강력한 항 발암 작용이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포도의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도 연관성을 지닌다.
이런 발암과정에 기초한 레스베라트롤의 암예방 효능을 간단히 살펴보면 레스베라트롤은 발암원으로
작용하는 유해한 물질들의 독성을 완화시켜 유전자의 변형을 막아줄 수 있으며, 개시에서 진행의 단계로 접어든 비정상 세포들의 증식을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작용이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등을 포함한 많은 암세포에서 레스베라트롤은
세포 자살을 촉진하는 유전자들의 활성을 통하여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세포 자살은 유전적으로 손상을 입은 세포의
발달이나 부적절한 분화의 유도에 의한 종양의 발달을 막거나 회복 불가능한 유전적 상처를 지닌 세포들을 개체에서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세포증식을 촉진하는 특정 유전자 신호전달계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손상을 입은 세포뿐만 아니라 빠르게 분열하는
각종 인체 암세포의 증식을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은 암화과정의 개시, 촉진 및 진행과
연관된 다양한 과정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화학적 암예방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으며, 따라서 암의 발생을 조절할 수 있는 화학적 암예방
물질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의 포도 섭취량은 선진국에 비하여 많은 편이 아니며, 습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레스베라트롤이 포함된 껍질과 씨앗은 먹지 않는다.
그러나 포도의 효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오늘 저녁 식사에
곁들이는 포도주나 포도주스 한 잔의 여유는 암예방은 물론 긍정적인 정신건강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최영현 교수
=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대한암예방학회 편집위원장)
⑥콩
암세포 억제물질 이소플라본 풍부
유방암.전립선암 예방에 특히 좋아
(부산=연합뉴스) 암을 이기는 식이요법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콩 관련 식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콩을 건강식품으로
인식하면서 콩 섭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암 중에서 콩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만 명의 여성에 대한 역학추적조사 결과 유방암 발병이 콩 제품 또는 콩의
생리활성물질 이소플라본의 섭취와 역상관관계를 나타내었고 미국의 제콥센 그룹의 연구는 전립선암의 발병률이나 완치율이 두유섭취나 이소플라본
보충요법에 의하여 효과가 나타남을 보여주고 있다.
콩의 대표적 유효성분은 이소플라본이고 이소플라본에는 제니스틴, 다이드제인 및 글리이세틴
등 3가지가 있는데 이 물질들은 콩안에서 당과 결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이들은 인체에 섭취되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당이 떨어져
나간 뒤 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이소플라본은 특수한 생리작용을 나타내는데 대표적인 세포수준의 작용은 세포 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인산화효소의 저해작용이다.
콩의 이소플라본 3가지 중에서 제니스틴의 암세포 억제 능력이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제니스틴은
에스트로겐과 화학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제니스틴은 에스트로겐에 의한 암촉진 작용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제니스틴
고유의 암억제 작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여진다.
전립선암세포에 의하여 암이 유발된 실험동물에게 제니스틴을 투여하면 암세포의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니스틴이 암세포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세포 분열단계를 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세포 주기를 관장하는 특수 단백질(Cdks)을 조절해 세포 분열 단계 중 하나인 G2/M이라고 불리는 세포주기의 중간단계를 억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니스틴은 아폽토시스라고 하는 암세포사멸과정을 촉진하는 것으로 관찰되었고 암세포의 혈관생성 인자나 암세포전이 인자들의 작용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소플라본을 함유한 캡슐, 알약 등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나 이를 사용해 항암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고 대신 콩 위주의 식품 섭취를 늘리는 식사요법을 쓰는 것이 더 현명한 암 예방법이다.
농촌지역에서
폐경기 여성의 1일 평균 두류 섭취량은 67g에 달하고 이는 27.3 mg의 이소플라본에 해당된다.
한국 중년여성의 이소플라본
섭취량은 된장찌개에서 10.68mg, 콩조림 3.34mg, 콩비지 2.44mg, 두부 2.42mg, 청국장 1.12mg, 콩나물 1.02mg,
콩국 0.33mg, 순두부 0.29mg으로 조사되었다.
젊은 연령층은 서구화된 식품이나 유제품,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하므로 전통식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 보다 이소플라본의 양이 훨씬 낮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내의 아시아계 여성의 역학조사에 의하면 유방암의
발병이 사춘기에 섭취한 이소플라본의 양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연구가 있으므로 청소년기 여성이 콩류 식품을 풍부하게 섭취하여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박옥진 교수 = 한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출처 :푸른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푸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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