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입는
남편의 마음이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이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송이 꺾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이오르는
나무가 슬퍼할까봐 꽃만 쓰다듬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한번 입어보고는
그냥 나오지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거리는 아들의 마음이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 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체 약속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가슴이 더아파 회초리를 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수는 있지만
업어주면 몸이 더 약해져
다시는 외출을 못 하실까봐
등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겨운
보폭에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ㅡ 정 용철 <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