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은 길을 묻지 않는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목 놓아 절규할 수 없는 사랑
빈곤과 혼돈 속에 내몰린 우연을 가장한 상처가 아프면 아플수록
더 간절하게 매달리고 싶은 사랑
주위를 늘 맴돌면서도 바보처럼 다가갈 수 없어 울컥하는 사랑
마음이 자라 그 크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사랑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나고, 보고 싶고, 달려가
애끊는 심정을 도도하게 드러낼 수 없는 사랑
우연을 가장한 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리며
영화 같은 멋진 클라이막스를 기대하는 사랑
홀로 하는 사랑이 식지 않아 마음을 추스르기 힘든 사랑
나침판이 있어도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사랑
못다 한 사랑의 얘기가 온 하늘에 가득 걸려 반짝거려도
유독 나의 상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사랑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정숙하게 가다듬어야 하는 사랑
글을 쓰고 펜을 들어도 그 뜨거운 감정을 전할 수 없어 숨 막히는 사랑
그렇게 좋아하는 세월만큼 더 긴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마음의 고향에서 늘 빛나는 사랑
가슴 한가득 아픔이라도, 지독한 집착이라도,
누구에게도 들려줄 수 없어 더 고독한 사랑이라도,
아쉽고 어른거리고 그를 벗어나 도저히 도망칠 수 없어
더 나은 하루를 늘 기다리며 살고 있지만
희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면 단 한 순간 그 벽을 넘고 싶다.
애절한 감정도 없이 거저 얻어지는 사랑은
원망의 과정을 후회하지 않듯이 먼 낯 긴 밤의 뜨거운 그리움을
누누이 이름을 새기듯 아파하고 절규하지 않아도 된다.
밤으로 향하는 북두칠성이 대자연의 푸른 지평을
휘황찬란하게 비추일 때
별똥별은 여전히 서성거리는 이 지상의 외톨이에게
왜 그렇게 힘든 사랑을 하느냐고
속박의 구속에서 벗어나라고, 병신 머저리 같은 사랑을 왜 하느냐고,
아니 좀 더 진중한 사랑을 하라고
야박하게 오랜 시간 훈계할지도 모른다.
첫 여름의 도킹은 너무나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옥수수밭을 한참이나 걸어 냇가에 다다랐을 때
가느다란 징검다리가 보이고 은빛 물결 사이로
그렇게 내 운명의 첫사랑이 다가올 줄은.....
잘 자란 풀잎을 지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서럽지 않을 버들피리도 불곤 했었지
푸르고 맑은 하늘과 종달새 우짖는 계절을 지나
내 사랑이 물거품처럼 온종일 사라진 날에도
난 넓고 깊은 동네 뒷산 바위에 올라
떠난 이의 뒤 그림자를 쫓아 오랜 시간 침묵했음을,
사랑은 가고 적막이 밀려오는 공간에 앉아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삶의 내장을 꺼내는 일처럼
아름답지도 달콤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그녀가 떠난 이후로
거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후회했다
그녀도 나처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한 줄의 서정이 가르마 같은 눈길을 따라
애정이 되고 이별이 되고 시련의 아픔이 된 이 길을
순백의 엽서 위에 붉은 연분홍 단어로
떠난 사랑도 진정 아름다운 사랑일 수 있단 생각에
설렘이 고여 있는 그 길을 걷고 또 걸으며
무엇인가 꼭 해야 할 얘기를 두고 온 듯한 착각에 허우적거려도
스멀스멀 내리는 하얀 모시의 계절이 오면
추억의 창문을 열고, 첫사랑의 시절이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가슴 떨리는 사연을 적어 적막이 눈물처럼 글썽거리면
문자 삼아 은근슬쩍 물어보셔여!
첫사랑이, 은둔 속의 짝사랑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를…….
- 조어비 / 시(詩)와 사색이 있는 풍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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