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채근담 후집 106장 / 산에 살면 가슴이 맑고 깨끗하다. 山居 胸次淸洒 觸物皆有佳思 산거 흉차청쇄 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 而起超絶之想 遇石澗流泉 而動조雪之思 견고운야학 이기초절지상 우석간류천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 而勁節挺立 侶沙鷗麋鹿 而機心頓忘 무로회한매 이경절정립 여사구미록 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寰 無論物不相關 卽此身 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 무론물불상관 즉차신 역속췌류의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 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랫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 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해설] 산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삶을 즐기는 은둔자의 생활을 예찬하고 있다. 자아를 버리고 자연에 묻힐 때라만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며 자연과 일체가 된다. 오늘날에도 도심속에서 찌든 마음을 걸러내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개는 교통 좋고 경치 좋은 곳을 택하여 전원 별장을 짓고 주말마다 휴양차 들러 속진(俗塵)을 씻겠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이 아니며 속세와 반(半)자연을 드나드는 얼치기에 불과한 생활밖에 안될 것이다. 그러기에 저자도 이 구절 말미에서 '만약 한 번 속세에 뛰어들면'이라며 경고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