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을은 / 雪花 박현희
부슬부슬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 후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 아침입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지나
하늘의 명을 깨닫게 된다는
지천명을 향하는 내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어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거미줄 치듯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날들에
허무와 공허감이 소리 없이 밀려드네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계절이 바뀌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큰 까닭은
인생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이기에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더욱 절실히 느끼기 때문일까요.
왠지 모를 허무와 공허가
더욱 거세게 밀려드는 이 가을에는
정겨운 사람들과 따스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조금은 덜 외롭고 덜 쓸쓸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은
잘 익어 고개 숙인 누런 벼 이삭처럼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지닌
너그럽고 여유 있는 모습이길 소망해 봅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스러져가는 것이 우리 인생일진데
물 흐르듯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마음을 중용을 지키며
평화롭고 온유하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