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채근담 후집 54장 ㅡ소나무 숲의 이슬로 주묵朱墨을 간다 . 讀易曉窓 丹砂硏松間之露. 독역효창 단사연송간지로. 譚經午案 寶磬宣竹下之風. 담경오안 보경선죽하지풍. 새벽 창가에 『주역』을 읽다가 소나무 숲의 이슬로 주묵을 갈며 , 한낮 책상에서 『불경』을 논하다가 대나무 숲 바람에 경쇠 소리 실려 보내느니라. [해설] 『역경』은 중국 고대의 역(易)의 원전이며 이른바 괘(卦)에 의해 길흉을 풀어 보기도 하는데, 그 논리는 철학적이고 표현은 문학적입니다. '주묵을 갈다'란 중요한 구절에 표시를 하고 주기(注記)를 해가면서 정독(精讀)하기 위한 예비작업이었겠지요. 이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같은 신앙으로 맺어진 친구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불경을 펴놓고 논담을 벌이는 것도 한없는 즐거움인 것입니다. 책은 굳이 『역경』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벽 창가에 앉아서 자기 수양을 위한 책을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해 보십시요. 어지럽기 그지없는 사회에 처해 있을수록 이런 수양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