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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룡산 조무락골

문성식 2012. 9. 1. 19:10

여름의 끝물에 접어든 산 밖은 아직도 폭염에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산 안은 달랐다.

서늘한 기운이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유난스럽게 맹위를 떨치던 매미는 힘을 잃어가고 대신 산새 울음소리가 반(半) 옥타브쯤 높아졌다.

조무락골은 이렇게 가을을 맞고 있었다.

 

귀가 먹먹할 만큼 세찬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던 물줄기도 9월로 접어들자 부드러워지고, 울창하게 우거진 단풍나무들은 하루라도 빨리 오색 찬란한 빛깔을 뽐내고 싶은지 푸른 빛깔을 밀어내며 잎끝이 서서히 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알프스' 절경

 

 

두 마리의 용같이 생겼다는 조무락골 쌍룡폭포.

 

 

석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조무락골과 명지산. 산봉과 산릉이 솟구치면서 골짜기는 한결 깊어지고 넉넉해졌다.

 

경기도 가평군 북면은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으로 1985년 당시 환경처에서 청정지구로 고시한 지역. '경기도의 알프스'라 불린다. 이 '경기도 알프스'를 이루는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백둔봉 등 많은 명산에서 발원해 가평천으로 합류하는 수많은 계곡 가운데 조무락골은 풍광이 뛰어나면서도 자연미가 살아 있는 계곡으로 등산인들 사이에 정평이 나있다.

경기 제1고봉 화악산(華岳山·1468.3m)과 석룡산(石龍山·1147m) 사이에 형성된 조무락골은 틀림없이 '조몰락거린다' 혹은 '재잘거린다'는 우리말에서 이름이 유래했을 터이다.

하지만 새가 춤추며 즐거워하는 계곡이라 하여 '조무락(鳥舞樂)'이라 했다는 해석도 그럴 듯하게 여겨지게 할 만큼 뛰어난 경치를 지녔다.

조무락골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온몸이 차갑게 식어 들었다.

암반 깊숙이 패어든 바위 골 따라 콸콸 소리 내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여름의 더위뿐 아니라 피서지의 어수선함도 씻어 내리고 있었다.

멋들어진 골짜기가 나타날 때마다 골 초입의 여유로운 산객들처럼 주저앉고픈 유혹을 뿌리치며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다가 계곡을 한 차례 건너고 '꼬마공룡 둘리'처럼 생긴 기암을 지나 100m나 올랐을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그 기운에 끌려 등산로를 벗어나 작은 계곡으로 들어섰다.

골 끝에 우뚝 솟구친 검고 짙푸른 바위벼랑에서 폭포수가 물보라를 흩날리고 있었다.

복호동폭포(伏虎洞瀑布)다. 복호동이란 '엎드린 호랑이 고을'이란 뜻이지만 긴 암반 사이로 희고 가는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는 것이 이름처럼

남성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여성미가 돋보였다.

폭포를 배경 삼아 이 폼 저 폼 잡아가며 기념사진 찍다가 폭포 입구(복호동폭포 50m·38교 2.9km·정상 3km)로 내려와 잠시 널찍한 산길을 따라 걷노라니 또 다른 절경이 발목을 붙잡는다.

 

뒤틀리고 주름진 바위골 사이로 파고든 계곡물을 바위 턱 아래로 쏟아붓는 모습이 바람에 날리는 여인네의 열두 폭 치맛자락을 연상케 하건만

이름은 두 마리 용의 형상이라는 쌍룡(雙龍)폭포다.

수직 폭포와 고봉(高峰)들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취해 폭포 위에 서 있다가 밑으로 내려서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

다시 산정으로 향한다. 골이 깊어지는 대신 물줄기는 점점 가늘어지고, 화악산 중봉 갈림목(중봉 1.9km, 석룡산 정상 1.8km, 38교 4.1km)을 지나자 산등성이로 올라붙는다.

장딴지가 뻐근할 만큼 가파른 산길은 허리와 고개를 절로 숙이게 하고, 땀방울이 이마에서 뚝뚝 떨어질 즈음 산 밖에서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허리가 펴진다.

 

뭉게구름 떠다니는 파란 하늘 아래 높고 너른 품을 펼친 채 솟아오른 경기 제1고봉 화악산 상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갖가지 야생화가 예쁜 꽃 피워놓고 반겨준다.

꽃향기 실은 바람 타고 한 발 한 발 올라 쉬밀고개(방림고개)에 올라선다.

울창한 숲 속에 마타리가 노란 꽃 피워놓고, 구절초 고운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능선길 따라 훠이 훠이 걷노라니 어느새 석룡산 정상.

 

1147.2m, 1153m 각기 높이가 다른 정상석 두 개가 세워진 정상을 슬쩍 넘어서자 조무락골 뒤로 중봉(1446m)과 언니통봉(928m)으로 이어지는 화악산 서릉이 우뚝 솟구치고 그 오른쪽으로 명지산과 국망봉 능선, 청계산~운악산, 철마산~주금산 능선이 겹을 이룬 채 수묵화 같은 산그리메를 그려놓고 있다.

산행 길잡이


조무락골은 석룡산과 화악산 중봉 능선 사이에 깊이 파인 골짜기지만 산행은 대개 석룡산을 정점으로 이루어진다.

화악산 정상은 군부대시설로 인해 석룡산을 잇는 쉬밀고개까지 통행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조무락골을 따르다가 화악산 제2고봉인 중봉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있기는 하지만 이용하는 등산인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서릉~정상~쉬밀고개~조무락골 방향이나 혹은 역방향으로 도는 코스가 가장 이상적으로 보인다.

 

승용차를 타고 갈 경우 조무락골 입구에서 비포장길로 1km쯤 들어가면 나타나는 조무락펜션 주차장에 차를 대놓을 수 있다. 1일 3000원. 약 13km, 5시간.

서릉을 들머리로 잡을 경우, 마지막 집을 지나자마자 안내판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도록 한다.

도중에 산림도로를 두 차례 만난다. 첫 번째 임도에서는 리본이 달린 능선으로 접어들고 두 번째 임도에서는 오른쪽으로 50m쯤 나아가다 왼쪽 방향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산길을 따르도록 한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왼쪽 방향으로 나아가야 정상석 두 개가 세워진 정상에 올라서고,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200m쯤 내려서면 쉬밀고개에 닿는다.

 

고갯마루에서 오른쪽 급사면 길을 20분쯤 따르면 조무락골로 내려서고 이후 풍광 수려한 골짜기 길을 50분쯤 내려서면 조무락산장에 닿는다.

오시는길


상봉역→가평: 경춘선 복선 전철이 오전 5시 10분(휴일 5시 40분)~밤 11시 1분(휴일 11시) 61회(휴일 53회) 운행한다.

급행 43분, 일반 50분 소요. 요금 1800원. 상봉역(www.korail.com), 1544-7788.

가평역에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1.5km 거리. 관내 버스가 시간당 1~3회 운행. 1000원. 택시 2300원.

잠실→가평읍: 교통회관 버스정류장에서 1시간 간격(오전 7시 10분~저녁 9시 10분) 운행하는

1330번 진흥고속 직행버스 이용. 1시간 10분, 4000원. 진흥고속 (031)582-2308.

가평→38교(조무락골 입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6회 오전 6시 20분·9시 30분·10시 30분,

오후 1시 20분·4시 20분·7시 20분 운행, 약 40분, 1600원. 택시 3만원 선. 동운택시 (031)582-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