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 가는 길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옛 발자취를 찾아가는 길이다. 하회마을에 남아 있는 류성룡 선생의 흔적을 찾아 마을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하회마을에서 약 6km 정도 떨어진 병산서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병산서원 또한 류성룡 선생과 관련 깊은 곳이다. |
원지정사에 앉아 부용대를 바라보다
하회탈과 징비록 등 2개의 국보, 충효당 양진당 등 4개의 보물, 10개가 넘는 민속자료가 한 마을에 있는 곳은 하회마을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문화재와 함께 조선시대 마을 형태를 갖추고 있는 등 옛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을 거닐었다.
600여 년 전 정착한 풍산 류씨와 그전부터 살고 있었던 허씨와 안씨 등이 지금의 하회마을을 있게 만든 사람들이다. 특히 조선시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중용한 영의정 서애 류성룡 선생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아직도 그의 흔적과 그를 기리는 후손과 후학들이 남긴 흔적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충효당은 류성룡 선생의 종택으로 그의 손자를 거쳐 증손자까지 이어지며 완성된 건물이라 전한다. | |
초가지붕이 부드러운 산능선을 닮았다. 자연도 순하니
자연을 닮은 초가지붕 아래 사는 사람 마음도 순할 것 같다.
또 서애 류성룡 선생이 고향에 내려와 있을 때 세운 ‘원지정사’도 있는데 그곳 마루에 앉아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집 앞에 소나무밭이 있고 그 앞에 강물이 흐르며 강물 건너에 깎아지른 절벽이 서 있다. 이 모든 풍경을 집 마루에 앉아 볼 수 있는 것이다. 귓불 스치는 한들바람 맞이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곳은 그렇게 흔치 않을 것이다. 흙집 초가에 돌담이 정겨운 골목을 걸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마음 저 깊은 곳에서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마도 한국인이면 누구나 무의식에라도 품고 있는 고향의 원형이 돌담길 골목을 만나 깨어나나 보다.
돌담 골목길에 능소화, 맨드라미가 피었다. 이름 모를 꽃들도 푸른 풀잎 사이에서 피어나 건강하게 자랐다. 그런 골목길을 돌아 마을을 에워싸고 흐르는 강물 옆 뚝방길로 접어들었다. 흙길 양 옆으로 가로수가 도열했고 백사장에는 알싸한 향기 머금은 솔밭이 있다. 그 길을 걸으며 마을을 바라본다. 먼 산 구불거리는 능선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이 마을 집 지붕마다 넘실대는 게 아니겠는가. 초가는 초가대로 기와는 기와대로 넘실대는 선을 지녔고 그 하나하나를 다 모아놓고 보는 전체 풍경은 순한 자연 그 자체였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집, 아직도 그 집 지붕 아래 살고 있는 정 깊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은 더 아름답게 보였다. 세계에서 인정한 문화유산을 보전하면서 함께 우리가 나누어야 할 것은 정 깊은 그 마음이어야 할 것이다. | |
병산서원 가는 길
하회마을을 돌아보는 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냥 스치듯 지나가며 본다고 해도 30분 정도는 잡아야 한다. 하회마을 옆 뚝방길을 걸어 푸르른 연밭 앞으로 나왔다. 그 앞길에 있는 ‘병산서원 6km’ 이정표를 보고 걷기 시작했다. 병산서원 또한 서애 류성룡 선생과 관련이 있다. 병산서원의 전신은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풍악서당이었다. 1572년(선조 5년)에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지금의 병산으로 옮겼다. 1607년 류성룡 선생이 타계한 뒤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1613년(광해군 5년)에 존덕사를 창건하고 위패를 봉안했다. 병산서원이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이듬해인 1614년이다. | |
병산서원 여름 풍경. 비오는 날 촉촉하게 젖은 기와가 빛난다.
류성룡 선생이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 걸었다는 문헌의 기록은 없으나 풍악서당을 지금의 병산으로 옮긴 해가 1572년이니까 그때를 전후해서 적어도 한 번 쯤은 서애 선생이 지금 내가 걷는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해 본다.
약 3km의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끝나고 흙길이 시작됐다. 산허리를 잘라 차가 다닐 수 있게 넓힌 도로는 그 옛날에는 아마도 숲 속 좁은 오솔길이었을 것이다. 구불거리는 흙길 왼쪽 옆은 낭떠러지고 멀리 낙동강이 흐른다. 강은 곳곳에 푸른 생명을 키워내고 품고 흐르고 있었다. 3km 정도의 흙길을 걸으니 병산서원이 나왔다.
배롱나무 붉은 꽃잎이 만개해 은은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촉촉하게 내리는 빗방울이 꽃잎에 매달려 영롱하게 빛난다. 배롱나무 꽃들의 인사를 받으며 만대루로 올라가는 길, 그 옛날 서애 류성룡 선생의 발자국 위에 내 걸음을 포갠다. 작고 아담한 건물 몇 채가 전부지만 옹골차고 당당한 기풍이 번진다. 아마도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이겨낸 한 사람의 기운이 서려 있나 보다. 비에 젖은 만대루 기와가 은은하게 빛나는 시간, 오래된 것들이 미래에 더 빛나는 까닭을 생각해본다. | |
가는 길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제천․남원주 방향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서안동IC로 나와 하회마을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대중교통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센트럴시티) 또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안동행 버스 이용. 안동에서 하회마을 행 시내버스 이용.(시내버스가 자주 없다)
숙박 하회마을 내 민박집 다수
먹을거리 하회마을 입구 하회장터에서 안동간고등어나 안동찜닭 등을 판다. 하회마을 안 민박집 등에서도 요리를 판다.
주변 여행지 약 60km 거리에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이 있다. 도산서원 가을 풍경이 멋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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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좋은 시기 : 가을
주소 : 출발지 :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749-1 (지도보기) 도착지 :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30번지
경로 : 네이버 테마지도 보기 총 소요시간 : 4시간(하회마을 관람 시간 포함)
총거리 : 8km(하회마을 한 바퀴 도는 거리 포함)
준비물 : 생수 한 병. 편안한 운동화. 햇볕 가릴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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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장태동
- 여행기자를 거쳐 2003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살고 있다. 전국을 걸어 다니며 글 쓰고 사진 찍는다. [서울문학기행],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가 살아 있는 서울·경기], [맛 골목 기행], [서울 사람들], [대한민국 산책길] 등의 책을 썼다. 이름 없는 들길에서 한 번쯤 만났을 것 같은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