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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독립된 존재는 없다
틱낫한 스님의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 안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비도 없을 것이고,
비가 없으면 나무들은 자라지 못한다.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 수 없다.
그러므로 구름은 종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세상에 독립된 존재는 없다는 표현입니다.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종이를 통해 그 안에 담겨 있는 관계를 넘어다보는 것입니다.
한 장의 종이를 통해 가을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봅니다.
왜냐하면 구름이 없으면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고,
또 비가 없으면 나무들이 자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이는 나무로 만듭니다.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구름은 종이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이야기 입니다.
세상 모든 존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자식들이 태어나고,
또 그 자식이 짝을 이루어 후세를 낳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이 이루어지고 생명이 존속됩니다.
저마다 독특한 자기 세계를 지니고 그곳에 존재합니다.
나무가 없으면 동물뿐 아니라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
만약 이 도량에 나무가 없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삭막하겠습니까?
나무가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숨을 쉽니까?
나무는 산소를 만들어 냅니다.
나무를 통해 집을 짓고 종이를 만듭니다.
나무 아래서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속삭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나무 아래서 우주의 실체를 깨닫습니다.
나무만이 아닙니다.
모든 존재는 그렇게 전체 생명계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어느 한 가지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모두 있을 자리에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서양의 인간 중심의 오만한 사고방식이
오늘날처럼 세상을 병들게 만들고 지구를 황폐화시킵니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이 주인이고 모든 사물을 인간에 종속된
물체로 생각하는 발상이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병들게 합니다.
그 결과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생물의 종種이
하루에도 수백 가지씩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해 끝없이 전쟁을 일으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해 수렁에 빠뜨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질 만큼 가졌음에도 성에 차지 않아서,
더 차지하기 위한 욕심 때문에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새와 짐승, 물고기 할 것 없이
이 지구상에 있는 종種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생물이 다 사라지는데,
이 지구상에서 인간만 달랑 남을 수 있습니까?
인간도 결국 사라집니다.
텔레비전과 냉장고, 가전제품, 자동차,
휴대전화만 가지고 사람이 살 수 있습니까?
이 세상에 독립된 존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서로가 주고받으며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우주의 실상입니다.
- 법정 스님 법문집 <일기일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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