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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는 유기체이고 껍데기
이 몸은 유기체인 동시에 껍데기이지 알맹이가 아닙니다.
콩깍지와 콩은 다릅니다.
이 육체는 콩깍지 같은 것으로 덧없고 무상합니다.
세월의 비바람에 바래져 갑니다.
그러나 콩은 세월의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늘 새로운 싹인 생명력을 지닙니다.
그 콩깍지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우주의 에너지 같은 것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것이 참 나인가?
우리는 몸에 지나치게 집착합니다.
이 몸이 곧 자신의 실체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그래서 몸에 좋다고 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구해다가 기를 쓰고 먹습니다.
몸에 좋다고 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구해다 먹는
사람들은 대개 진정한 자아는 까맣게 망각하고 있습니다.
콩깍지는 생각하면서 그 알맹이인 콩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진정한 자아를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마음공부란 물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참선하고 참회하는 일은
결코 몸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늘 이렇게 절에 오신 것은 몸이 온 것이 아닙니다.
할 일도 많은데 무엇이 내 몸을 운전해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이곳에 안 올수도 있지만 한 생각이 일어나서 온 것입니다.
몸은 그저 따라올 뿐입니다.
마음공부란 무엇인가?
기도하고 참선하고 참회하는 일은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간절한 염원이며 수행입니다.
이와 같은 수행을 거치면서 사람은 인간답게 성숙해 갑니다.
나이 먹을수록 성숙해져야 합니다.
성숙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 있다면
그 사람은 전혀 성장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입니다.
각자 한번 물어보십시오.
나 자신, 자아의 실현을 위해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루하루 내 생을 소모하며 살고 있는데
과연 자아실현을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거듭거듭 물어야 합니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들어 있습니다.
과일 속에 씨앗이 박혀 있듯이,
그러나 묻지 않고는 해답을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 법정 스님 법문집 <일기일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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