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맛, 그리고 색으로 보는 좋은 술
예부터 “명주삼절(銘酒三絶)”이라고 하여 술의 ‘향’과 ‘맛’과 ‘색’을 두고 술을 평가했다. 이는 술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발효에 의해 생성된 순수한 물질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분야이든 문화와 예술의 본질이 그러하듯이 술도 오랜 시일에 걸쳐 자연적인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향기와 맛, 아름다운 색깔을 간직하게 되고, 그 조화로움 역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할 것이다. 술이 천성적으로 지녀야 할 우아한 향기와 깊고 그윽한 맛, 맑고 깨끗하며 순수한 색깔도 우연히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재료의 선택과 전처리, 위생적이고 철저한 가공공정을 거치되, 무엇보다 장인의 온갖 정성이 녹아든 결정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술맛을 감정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판별하는 것은 향기이다. 전통주의 향기는 ‘방향(芳香)’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에는 곡자향(麯子香)이 난다고 했다. 누룩으로 빚기 때문에 누룩냄새가 난다는 것인데, 사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주와 일본주를 구분하면서, 조선주의 폄하정책의 일환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쌀누룩으로 빚은 일본주의 맑은 향기가 더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청주(淸酒)라고 표시했고, 조선주는 약으로 마시는 까닭에 약주라고 하였고, 밀누룩으로 빚기 때문에 누룩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뜻에서 지어낸 ‘곡자향’ 또는 ‘누룩향’을 근래까지 멋모르고 사용해왔던 것이다.
전통주의 향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사과, 포도, 자두, 딸기, 수박, 자두, 홍시, 멜론, 문배와 같은 과실향기와 장미, 복숭아꽃, 매화, 국화와 같은 꽃향기가 있다. 이들 방향은 밀기울 중의 단백질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향기로, 대개 장기발효와 저온 숙성시킨 술에서 느낄 수 있다. 둘째는 밀누룩의 독특한 향으로 구수한 냄새와 솔잎, 계피, 솜사탕과 같은 숙성향이 있는데, 특히 현대의 젊은이들은 이 누룩향을 좋아하지 않으나, 적당한 누룩향은 품격 높은 전통주에서 빼 높을 수 없는 향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누룩향이 방향보다 강하게 드러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