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술이란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복록(福祿)으로, 제왕은 이것으로 천하의 백성을 기르고, 이것으로 제사 지낼 때 복을 빌며, 이것으로 쇠약한 자와 병자를 부양한다. 또한 온갖 예식(禮式)도 술이 아니면 거행되지 않는다.”고 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술이 모든 약 가운데서 으뜸(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는 생각을 낳게 되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몸에 이롭고 생활리듬에 활력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한국인 고유의 정서이자 하나의 독특한 음주문화로 뿌리를 내렸다.
어른에 대한 공경, 도리와 예절, 그리고 정성이라는 인식이 담긴 우리 약주문화
실제로 적당량의 술은 위를 자극하여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가벼운 소화불량에 술을 마셔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술은 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즉시 연소작용을 일으켜 칼로리로 되어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위로 팔다리가 뻣뻣해지고 한기를 느낄 때, 저혈압으로 인한 졸도 등에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져 추위를 덜 느끼고 굳었던 팔다리가 풀리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알코올의 순기능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술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을 줄여줌으로써 술이 생명을 건져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뉴질랜드의 제니 오코너 박사에 따르면, “음주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은 조금씩 자주 술을 마시는 나이가 든 노인들”이라고 했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서양에서도 술을 일컬어 ‘생명의 물’ 이라고 불렀다. 13세기에 들어서 꼬냑이나,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을 만들게 되었으며, 알코올의 뛰어난 살균능력 등을 빌어다 상처의 치료와 마취성 등을 이용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생명의 물’ 이라고 이름하고, 어떤 병이라도 고치는 만병통치약으로 이용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렇듯 서양에서 술이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된 반면, 한국인의 의식에는 질병예방 목적이 우선이며, 늙으신 부모와 어른을 대접하는 자식이자 아랫사람, 또 배운 사람으로써 마땅히 행해야 할 최고의 도리(道理)와 예절, 정성이라는 인식을 마음바탕에 깔고 있었다는 것에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