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복음주의
목창균(서울신대 교수)
III. 분파주의
현대 복음주의는 만화경, 모자익, 또는 우산으로 표현될 만큼 다양한 모습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여러 신앙 전통과 단체들이 복음주의를 형성하고 있다. 로버트 웨버에 따르면, 개신교 복음주의는 14개의 단체로 구분된된다. 근본주의, 세대주의, 보수주의, 무 교회파, 개혁파, 재 세례파, 웨슬리파, 성결파, 오순절파, 성령은사파, 흑인교파, 진보파, 급진파, 전통적 복음주의다.14) 이렇듯 여러 형태의 복음주의 단체들이 파생된 것은 다양한 역사적 기원과 복음주의 신념에 대한 강조점과 해석의 차이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복음주의자들은 복음주의라는 한 지붕 아래 있으면서도, 지나친 다양성으로 인해 심각한 대립과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버나드 램은 [복음주의 신학의 흐름]에서, 복음주의의 분열을 8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열렬한 칼빈주의자들과 알미니안주의자들 사이의 격돌, 세대주의적 전 천년주의자들과 개혁주의적 무 천년주의자들 사이의 격렬한 논쟁, 성경 영감론과 무오교리로 인한 분열,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한 갈등, 자유주의 신학을 타도하는 방법론상의 차이로 교단 잔류파와 이탈파의 양분, 성경과 과학의 관계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 은사파와 비은사파의 대립, 구세대와 신세대 사역자 간의 세대 갈등이다.15)
복음주의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한 신앙 갱신운동이요 교회 개혁 운동이다. 그것은교회 내의 이데올로기적 다극화, 파당적 분열, 계층 구별을 깨트리는 정화와 갱신을 이상으로 하는 영적 운동이다. 그러나 실제로, 복음주의는 연합하기보다 다극화하며, 인종적이며 계층적 경향을 극복하기 보다 강화하는 이데올기적 운동이 되었다. 복음주의는 진정한 갱신 운동 보다 오히려 그 자신의 특정 관심사를 증진시키는 교희 내 파당의 기능을 하며, 특정 파당(party)의 형태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왜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자주 일어나는가? 그들의 배타적 성향과 독단적 태도가 복음주의 분열에 중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미국 복음주의의 분열은 독단주의가 초래한 결과로 이해된다. 복음주의의 분리주의적 경향은 1920년대 근본주의의 등장으로 그 절정에 달했다. 복음주의자들은 주류 교단 내에 잔류하며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가, 아니면 교단을 이탈하여 교리적으로 순수한 독자 교단을 구성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서로 대립했다. 근본주의자들은 신앙의 근본 교리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류 교단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리주의는 근본주의자들이 택한 현대주의에 대한 대응 전략이었다. 그들은 현대주의와의 논쟁을 통해 세속 문화와 자유주의적 교회에 대해 폐쇄적이고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그들은 교단에 남아서 싸우기를 선택한 자들을 타협주의자로 취급했다. 신학적 자유주의를 관용하는 교단으로부터 분리를 강조할 뿐 아니라 그런 교단에 속한 근본주의자 개인과의 교제도 거부한다. 따라서 복음주의는 근본주의자들의 독단적이며 불 관용적 태도로 인해 분열되었으며, 그것이 당시 복음주의를 거의 파멸시킬만한 위기로 몰아넣었다.
분파적 경향은 현대 복음주의의 특징인 동시에, 복음주의 위기형성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블로쉬에 따르면, 복음주의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신학적 미성숙과 고립 및 이데올로기적 채색 때문만이 아니라 종파적 경향 때문이다.16) 특히 근본주의는 흔히 편협하고 논쟁 지향적이며 분파적이라고 비판받는다. 1920년대 이후, 근본주의 운동은 수 없이 분열되었을 뿐만 아니라, 분리를 교리적으로 강조한다. 근본주의자들은 흔히 분리주의자(separatist)로 불릴 만큼, 현대주의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분리하고 주장한다.17)
분파정신은 비본질적인 것을 고양함으로써 교회 내에 긴장을 악화시키는 반면, 보편 정신은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교회의 상처들을 치유한다. “본질적인 것에서는 분명한 일치를, 그리고 비본질적인 것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복음주의 정신이요, 기독교적 사랑과 관용이다. 웨슬리는“보편 정신”(Catholic Spirit)란 제목의 설교에 그것을 강조했다. 보편정신은 기독교 복음의 본질적인 것에는 분명한 일치를 강조하는 반면, 의견의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관용을 허락하는 것이다.18) 참 종교는 예배 의식이나 세례 형태와 같은 문제에 대한 정통 의견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알며, 사랑의 동력으로 가득 찬 사람 안에서 발견된다. 신학적 논쟁들은 실제로 본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단순한 의견 차이이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 차이로부터 일어난다.
복음주의자들은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중심적이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일치해야 하지만, 지엽적이며 부수적인 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신앙의 부차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상호간의 친교가 깨어짐으로 곧 자멸할 수밖에 없다. 복음주의의 존재 목적은 교회 내 단순한 파당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복음 아래 교회를 하나가 되게 하는 촉매로 봉사하는 것이다.19)
결론
현대 복음주의는 상당한 장점과 더불어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복음주의자 들은 문제점들에 대해 인정하기를 주저해왔다. 복음주의는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음주의가 직면한 가장 대표적 문제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체성의 위기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그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복음주의의 정의는 입장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다. 복음주의란 말 자체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복음주의는 전통적으로 체험과 정서를 강조한 반면, 지성과 교리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따라서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성적 노력이 부족했다.
둘째, 반지성주의다. 복음주의는 대중적 운동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이룩했으나, 지성적인 면에서는 취약했다. 그것은 반지성적 경향 때문이었다. 교리와 신학에 무관심한 것이 복음주의 운동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정체성의 위기을 초래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분파주의다. 복음주의는 지나친 다양성과 독단적 태도로 인해 심각한 대립과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며, 파당적으로 분열되는 경향이 있다.
복음주의는 정체성의 혼란, 반지성주의, 분파주의 등의 문제로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복되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복음주의는 그 역사적 근원에 대해 큰 관심을 쏟지 못했다. 복음주의 정체성 확립의 지름길은 복음주의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복음주의의 역사적 원천은 종교개혁, 청교도운동, 경건주의, 부흥 및 대 각성이다.
반지성주의와 분파주의는 20세기 초 복음주의를 대표했던 근본주의 운동의 부정적 유산이다. 지성을 활용해야 되는 궁극적 이유는 하나님과 그의 세상 사랑을 좀 더 이해하려는 것이다. 신학적 노력을 외면하는 것은 기독교 메시지를 명확히 하거나 옹호할 수 있는 지적 도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지성은 신앙에 대한 반성의 도구로서 유용하다. 신앙의 명료화를 위해서는 공정한 분석, 비판적 추론, 논리적 일관성이 필요하다. 신학은 이성의 사용을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남용을 정죄한다. 따라서 진정한 복음주의는 비 교화주의나 반 지성주의와 제휴될 수 없다.
복음주의는 독선과 배타적 성향을 경계해야 한다. 복음주의가 하나의 파당이나 분파에 머무른다면, 기독교를 주도하거나 주류로 진입할 수 없다. 본질적인 것에서는 일치를 추구해야 하나, 부수적인 것에서는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복음주의 정신이다. 복음으로 하나가 되어 분열과 분리를 치유하는 것이 복음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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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0년대 미 연합 감리교회는 886,000명, 연합 장로교회 526,000명, 성공회는 476,000명의 교인이 준 반면, 루터교-미조리 노회는 3%, 나사렛교회는 8%, 침례교회는 18%, 하나님의 성회는 37% 이상 교인이 증가했다. 1990년 조사에 따르며, 미국에서 급 성장한 500개의 개신 교회 중 89%가 복음주의에 속한 교회였다. 미국의 복음주의자는 약 4천만 내지 4천5백만명으로 추산되며, 미국 복음주의의 기관지로 간주되는 [크리스챤니티 투데이] (Christianity Today)는 1979년 북미 인구의 20%를, 그리고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개신교 교인 중 48%를 복음주의자로 간주했다. John J. Davis, Foundations of Evangelical Theology (Grand Rapids: Baker Book House, 1984), pp12-14.
2. Donald W. Dayton, ?ome Doubts about the Usefulness of the Category ?vangelical? The Variety of American Evangelicalism, ed.Donald W. Dayton & Robert K Johnston(Knoxville: The University of Tennessee Press, 1991), p.245.
3. Alister McGrath, Evangelicalism & the Future of Christianity (Downers Grove: Intervarsity Press, 1995), p.107.
4. Donald G. Bloesch, The Future of Evangelical Christianity(Garden City: Doubleday & Company, Inc., 1983), p.9.
5. Bloesch, The Future of Evangelical Christianity, p.12.
6. 심지어 한국의 “말씀 보존학회”와 성경 침례교회는 한글판 킹 제임즈 성경만을 절대적, 최종적 권위로 삼는 반면, 다른 성경 번역본들을 사단에 의해 변개된 것으로 주장한다.
7. Thomas Oden, ?he Death of Modernity and Postmodern Evangelical Spirituality,Ó The Challenge of Post-modernism, ed. David S. Dockery (Wheaton: A Bridgepoint BooK, 1995), p. 20.
8. Alister McGrath, Evangelicalism & the Future of Christianity (Downers Grove : Inter Varsity Press, 1995), p.115.
9. Mark A. Noll, The Scandal of the Evangelical Mind(Grand Rapids: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 1994), pp.3-4.
10. 팩커, [근본주의와 성경의 권위], p.42.
11. Kevin J. Vanhoozer,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복음주의 신학의 지도를 만드는 것.
12. 팩커, [근본주의와 성경의 권위], p.43.
13. 팩커, [근본주의와 성경의 권위], p.40.
14. 로버트 웨버, 복음주의란 무엇인가?
15. 버나드 램, [복음주의의 흐름](서울:생명의 말씀사, 1985), pp.189-193.
16. Bloesch, The Future of Evangelical Christianity, p.11.
17. Gary G. Cohen, Biblical Separation Defended(Nutley, New Jersey: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Co., 1966), p.viii.
18. Albert C. Outler(ed.), John Wesley? Sermons: An Anthology (Nashville: Abingdon Press, 1991), p.299.
19. Bloesch, The Future of Evangelical Christianity, p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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