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현자와 강자 그리고 부자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2. 22. 06:54

     
    
        현자와 강자 그리고 부자 '현자(賢者)'란 어떤 사람입니까?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입니다. '강자(强者)'란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를 이기는 사람입니다. '부자(富者)'란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의 운명에 만족한 사람입니다. 이 말은 유태 경전에 있는 것으로 인생의 지혜를 갈파한 명언입니다. 먼저 '현자'는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서 배우는 자세를 가진 사람입니다. 여기서는 배움으로써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배우겠다는 그 자세, 마음의 겸허가 더욱 중요합니다. 겸손한 사람만이 인생을 값지게 사는 슬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현자'는 불행한 일에서도 무언가 값진 것, 곧 진실을 배울 줄 압니다. 인간과 인생을 피상적으로 관찰하거나 알지 않고, 보다 깊이 그 신비를 알게 되고 거기서 오는 참된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우리는 불행한 일에서 오히려 진실을 더 깊이 배울 수 있습니다. "행복은 그대를 속일지라도 불행은 그대에게 진실하다. 그대로 하여금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대 자신을 더 깊이 알게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강자'란 자기를 아는 사람입니다. 세상 모든 것을 이겨내도 자기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그의 인생은 실패입니다. 그만큼 남을 이기기는 쉬워도 자신을 이기는 것, 즉 자신의 무절제한 욕망, 이기적인 자아, '나(ego)'를 이기는 것은 힘듭니다. 사람들은 욕망이 달성되는 것을 성공적인 줄 알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욕망에 따르다 보면, 결국 그는 자기 욕망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모든 것을 다 차지한 다음에도 허무감만 남습니다. 자기를 이길 때에 비로소 행복합니다. 끝으로 '부자;는 자기 운명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잘못 들으면 운명론자의 말 같이 들릴 수 있고, 진취성 없고 발전이 없는 말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최선을 다하되, 분수를 알고 주어진 여건에 자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백만장자가 된다고 해도 자기 운명에 만족할 줄 모르면, 참된 의미로 부자가 아닙니다. 반대로 초가삼간에 살아도 그것에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합니다. 결국 마음의 부(富)인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