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5장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耳中常聞逆耳之言 心中常有拂心之事 縡是進德修行的砥石 이중상문역이지언 심중상유불심지사 재시진덕수행적지석 若言言悅耳 事事快心 便把此生 埋在짐毒中矣 약언언열이 사사쾌심 편파차생 매재짐독중의 귀로 항상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항상 걸리는 일이 있으면 이는 덕을 쌓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된다. 그러나 만약 말마다 듣고서 기쁘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그야말로 내 목숨을 독약으로 죽이는 것과 같다. [해설] 귀에 들어오는 말마다 달콤한 말뿐이고, 무슨 일이든 마음먹은 대로 되어 가는 환경이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서운 독이 스며들어서 일생을 망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입에 쓴 양약良藥은 가능하면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경향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두드러진다. 그러므로 부하된 자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여 상사가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것보다는 상사가 기뻐하는 정보만 제공하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벌거벗은 임금님'은 자신, 또는 그 조직이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도 없이 '사상누각砂上樓閣'을 지어놓고 거들먹거리며 기분을 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파국을 맞게되니 끔찍한 일이 아닌가. 귀에 그슬리는 충고를 자주 들려주는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래서 나를 칭찬만 해주는 사람은 나를 해치는 사람이며, 나를 꾸짖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 이러한 친구끼리의 충고를 책선(責善)이라 하는데, 우리는 흔히 친구의 잘못을 보고도 그가 어떻게 생각할까 몰라 못본 체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선 현종 때 대학자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 선생에 대한 이런 일화가 있다. 송시열은 복어를 몹시 좋아하였다. 하루는 어떤 집에 제자들과 함께 초대되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집에서는 그의 식성을 아는지라 복어국을 끓였다. 송시열이 막 복어에 손을 대려 할 때 제자 한 사람이 말했다. "선생님, 복어는 자칫 잘못하면 사람의 목숨을 빼았습니다. 군자가 배를 불리기 위해 그런 위험을 무릅써야 되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송시열은 들었던 복어를 내려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대 말이 참으로 옳다. 내가 미쳐 그 생각을 못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