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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기맥 금물산(774m)에서 남서로 갈라져 나와 성지봉(787m)을 빚은 다음, 계속 이어지는 능선이 성지지맥이다(박성태 저 <신산경표> 참조). 성지지맥은 약 15km 거리인 삼각산(539.3m)에 이르면 남으로 방향을 틀어 약 30km 거리인 자산(248.5m)에 이르러 여맥을 남한강과 섬강에 가라앉힌다.
삼각산에서 성지지맥을 이탈해 거의 서쪽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수리봉(359m)~한치고개(지평면-양동면 경계)를 지나면 방향을 남으로 틀어 약 3km 거리 전양고개를 지나 약 3km 더 나아가면 445m봉에 이른다. 이 봉에서 능선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데, 남으로 향하는 능선이 약 1.5km 거리에 들어올린 산이 고래산(541.1m)이다.
고래산에서 남진하는 능선은 양평군 지제면과 여주군 북내면 경계를 이루며 약 2km 거리 우두산(牛頭山·484m)을 지나 약 10km 남진, 싸리산(192m·대신면 천남리 장승백이고개 37번 국도 남쪽 1km 거리)과 봉미산(156.2m·북내면 신남리)~신륵사에 이르러 여맥들을 남한강변으로 가라앉힌다.
445m봉에서 북으로 향하는 능선은 약 3.5km 거리 배미산(396m)에 이르면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약 8km 거리에다 추읍산(趨揖山·582m)을 들어올린다. 추읍산을 지나는 능선은 약 5km 더 나아간 개군산(239m)에 이른 다음, 잔릉이 남한강과 흑천으로 스며든다. 추읍산과 고래산은 남동~북서향으로 약 9k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추읍산은 양평군 용문면과 개군면 경계를 이룬다. 이 산은 북쪽 흑천 건너 용문산을 바라보고 읍(揖)하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추읍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다른 이름으로는 이 산 정상에서 사위를 둘러보면 양평, 개군, 옥천, 강상, 지제, 용문, 청운 모두 7곳에 달하는 고을이 보인다고 해서 일곱 칠(七)과 고을 읍(邑) 자를 써서 칠읍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는 일곱 고을이 양근, 지평, 여주, 이천, 양주, 광주, 장호원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옛날 추읍산 정상은 ‘마당재’로 불렸다 한다. 여주에 세종대왕 능을 쓸 때의 일이다. 묘자리를 파고 보니 땅속에서 물이 솟아올랐다. 이에 지관을 잡아 가두려 하자, 지관이 말하기를 “나를 잡지 말고 칠읍산 마당재에 우물을 파도록 하시오. 그러면 마당재에서 물이 나오고 그 대신 세종대왕 능 자리의 물기가 싹 가실 것이오”라고 말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아무튼 25년 전인 1986년 6월 주말산행코스로 이 산을 답사했을 때 산 아래 삼성리에서 만났던 양효석(당시 72세·삼성리에서 6대째 살았던 분)씨에 의하면, 그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정상에 물이 마르지 않는 샘터가 있었으나 묘하게도 6·25 후에 자취를 감추었다고 말했었다. 당시 양씨는 추읍산은 풍수적으로 산세가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목마른 말이 물을 먹는 모습)으로 정상에서 사방으로 산을 에워싼 물줄기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추읍산은 양평에서 용문 방면으로 오고갈 때 원덕역 뒤 흑천 건너로 지붕 용마루처럼 올려다보이는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남쪽 내리나 주읍리 방면에서는 마치 임산부의 배처럼 둥그런 돔형을 이뤄 보인다.
추읍산 북쪽 삼성리 일원은 예전부터 여름철 물놀이장소로 인기 있는 곳이다. 특히 산 남서쪽 내리와 남동쪽 주읍리 일원은 수령이 400~500년가량 되는 산수유(山茱萸) 나무 약 1만5,000주가 자생하고 있는 산수유마을로 유명하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4월 초 노란 산수유꽃이 온 마을을 뒤덮을 때를 맞춰 ‘개군 산수유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 때에는 길놀이, 산수유 백일장, 추읍산 등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따라서 추읍산은 4월 산수유꽃 만발할 때 찾으면 더욱 좋을 듯하다.
고래산은 양평군 지평면과 여주군 북내면 경계를 이룬다. 고래산은 예전부터 경기도의 곡창이라 할 여주들녘에서 바라볼 때 바다 수면 위에 뜬 고래등처럼 보여 산이름을 그리 불렀다는 설이 있다. 또는 옛날 이 산이 고려장터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고려산’으로 불렀다가 일본인들의 지형도 제작과정에서 고래산으로 오기(誤記)되었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답사팀이 1990년 2월 이 산을 주말산행코스로 소개할 때만 해도 산 아래 촌로나 원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고려산’으로 부르고 있었다.
고래산을 가리켜 고달산(高達山)이라 불렀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고달산이라는 이름은 남한강가 절터들 가운데서 가장 오랜 연조를 지닌 고달사(高達寺)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 북쪽 지평면 무왕리와 일신리 등 세 곳의 기점에다 양평군에서 세워 놓은 등산안내도에는 한문으로 ‘高崍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추읍산이 산수유 군락으로 무장했다면, 고래산은 산자락에 1,180여 년 전 창건되었다가 조선조에 들어와 스러진 고달사지가 다이아몬드처럼 박혀 있다. 따라서 고달사지에 남아 있는 국보 고달사지부도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쌍사자석등, 혜진탑비 귀부 및 이수, 원종대사혜진탑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산을 찾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추읍산과 고래산은 정상에서 남으로 조망되는 남한강과 북으로 펼쳐지는 한강기맥을 이루는 용문산 일원을 휘둘러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여기에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당일로 다녀오기에 부담이 없는 산들이다. 또한 산세가 부드러운 육산에 가까워 위험구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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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읍산 정상에서 남동쪽 지평리 분지 건너 약 9km 거리로 보이는 고래산. / 원덕역에서 남동으로 본 추읍산. 왼쪽부터 질마재~정상~두레마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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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코스
추읍산은 대중교통편이 편리한 중앙선 전철역인 양평읍 원덕역(추읍산역)에서 흑천 건너 두레마을~북서릉, 산 북쪽인 용문면 삼성리 중성마을~북릉, 산 남쪽 개군면 주읍리~남동릉, 주읍리~남릉, 산 남서쪽 내리 추읍산 산림욕장~북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산 북동쪽 화전리 능골 방면으로도 산길이 있으나 이용도가 매우 낮다.
고래산은 정상 남쪽 여주군 대신면과 북내면 경계인 뺑치고개에서 우두산 남릉~남서릉(국사령 능선), 서쪽에서는 양평군 지평면 대평저수지 평장마을에서 북릉 헬기장~북릉, 산 북쪽에서는 무왕2리 마을회관에서 골안공원~북릉과 북동릉, 동쪽에서는 일신3리 거문골~동릉을 경유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상기 코스들을 추읍산부터 시계방향으로 소개한다.
추읍산
원덕역(추읍산역)~두레마을~북서릉(면계 능선)~북릉~정상
〈약 3.5km·2시간20분 안팎 소요〉
원덕역을 기점으로 하는 이 코스는 중앙선 수도권 전철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등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두레마을에서 오르는 북서릉은 용문면(북쪽)과 개군면(남쪽) 경계를 이루는 능선이다. 능선 상단부 전망쉼터인 383m봉에서는 원덕역 일원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후 내리 갈림길부터 북릉으로 이어지는 길은 급경사에다 계속 밧줄이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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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삼성리 중성마을 느티나무 가로수. 오른쪽은 흑천이다. 2 질마재 아래에 있는 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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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역(추읍산 1.4km→푯말)-(남서쪽으로 약 4분)→원덕1리(덤바위마을) 원덕부동산 앞 삼거리(오른쪽은 금강슈퍼)-(왼쪽 원덕구판장 지나는 흑천변 길로 6분)→두레마을 입구 다리-(다리 건너)→추읍산 등산로 안내판(ㅓ자 삼거리)-(왼쪽 흑천변 길로 6분)→오른쪽 지계곡 입구-(지계곡 안으로 약 25m)→왼쪽 밧줄 사면길 하단부-(약 35m 밧줄 오름)-북서릉 진입-(13분)→묵묘-(10분)→묘 1기-(12분)→383m봉(전망장소·나무 벤치 2개)-(약 20m)→마답재(ㅏ자 삼거리·산림목장 0.2km→, 원덕역 5.2km→푯말)-(약 30m)→ㅓ자 삼거리( 푯말)-(5분)→내리 갈림길(←정상 0.45km, 내리 행사장 1.5km→푯말)-(왼쪽 지그재그 급경사 오르막으로 약 80m 밧줄 난간)-왼쪽 사면길 시작-(사면 길로 약 130m)→북릉 T자 삼거리(←용문 방면 중성 등산로 입구 2.43km, 정상 170m→푯말)-(3분)→헬기장-(약 70m)→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