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의 모든 것
뱃살의 모든 것
예전엔 인격과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중년 남자의 뱃살. 하지만 요즘엔 정반대의 대접을 받고 있다. 자기 관리의 실패, 건강의 적신호, 남성미의 상실 등 불미스런 상징으로 전락해버린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편 뱃살을 빼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데, 결국 남편 뱃살도 아내 하기 나름.
연애시절 남편이 잘생긴 외모는 아니어도 훤칠한 키에 군살 없는 매끈하고 단단한 몸매에 은근히 매력을 느꼈던 오명애(36) 주부. 결혼 6년째로 접어들면서 남편의 배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단다. 마흔두 살의 남편이 2년 전부터 배가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제법 눈에 띄게 불룩해져 옷을 입어도 영 맵시가 안 나고 눈에 거슬리기만 하다고.
그런데 남편보고 뱃살을 빼라고 하니까 자기가 무슨 배가 나왔다고 그러냐며 영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이런 불만이 자신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더라고.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들의 남편도 점점 살이 찌고 특히 뱃살 나온 게 장난이 아니라며 흉보기 바쁘단다.
또 다른 주부 최미연(38) 씨의 고민은 더 심각하다. 원래 살찐 남자를 제일 싫어하던 그녀는 남편이 결혼 후 배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조차 거부할 정도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케이스. 자신은 두 아들을 낳았지만 여전히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할 정도로 살찌는 것에 병적으로 경계하며 살아온 터라 남편의 불룩한 뱃살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
남편이 식탁에 앉으면 불룩한 배가 식탁에 바짝 닿아서 허리가 잘 구부러지지도 않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얼굴 마주보고 밥도 먹기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혹 권태기가 아닌가 싶어 자신의 마음을 추슬러보기도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사정이 이 지경까지 되다보니까 마른 남편과 사는 여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며 하소연이다.
고혈압 환자 중 대부분이 살빼라는 충고에 동의 안 해
요즘은 여기저기서 다이어트를 부르짖는 탓에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나도 비만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젊은 여성이며 비만이라고 할 수 없는 보통의 체격을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외래 진료를 하다보면 중년의 남성들이 갑자기 나타난 두통, 피로감 등을 호소하며 내원하여 고혈압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이런 남성들은 대부분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상태이지만 살을 빼야 한다는 충고에 대해서는 애매한 웃음으로 받아넘기며 고혈압 약만 처방받아 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진단받았거나 혹은 지금 살금살금 뱃살이 늘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라면 당장 살부터 빼야 합니다.” 미소인 병원 황지현 원장의 말이다.
뱃살이 왜 문제인가 성인병의 주범
뱃살이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것은 새삼스런 말이 아니다. 특히 남자가 뱃살에 의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여자에 비해 높은데, 그 이유는 똑같은 34인치의 허리둘레라도 여자는 피하지방층이 두터운데 비해 남자들은 내장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성인병 특히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호르몬 등의 체내 물질들은 피하지방보다는 내장지방에서 활발히 분비된다. 당뇨병의 예를 들면 혈당을 낮춰주는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가 인슐린인데, 내장지방에서는 인슐린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호르몬이 분비됨으로써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피로의 주범
흔히 살이 찌면서부터 부인으로부터 코를 곤다는 핀잔을 듣는 남자들이 많다. 이는 뱃살이 찌는 만큼 우리 목의 목젖에도 살이 찌기 때문이다.
즉 거울로 입을 크게 벌린 후 보이는 목젖 부위는 단단한 근육으로 구성되어 보통 잠을 잘 때도 일정한 탄력을 유지하며 수면중의 호흡에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데, 살이 찌게 되면 이 부위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낮에는 일정한 탄력을 유지하지만 밤이 되면 축 늘어지면서 수면중 호흡을 방해해 산호 공급이 원활히 되지 못하여 심한 피로감을 유발하거나 혹은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키게 된다.
성욕 저하, 성기능 저하의 주범
앞에서도 말했듯이 중년 남성들 중에는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다가 병원을 찾아 얼굴을 붉히며 비아그라 등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의사들이 잊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바로 뱃살을 빼야 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뱃살이 쪄서 나타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약물에 의해 발기부전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나 뱃살과 같이 신체의 말단 부위인 성기에도 지방이 축적되고 혈행장애가 발생해 순간적으로 혈액이 충전되어야 하는 상황인 발기 상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래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뱃살, 왜 나타나는 것일까 노화의 시작
단 50∼60대뿐만 아니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끊기고 기초대사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30대 중반 이후부터 우리 몸은 노화의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따라서 동일한 양의 음식을 먹을 경우 10대나 20대에 비해 체중이 증가하는 속도는 배로 빨라지게 된다. 즉, 비만이나 뱃살이 찌는 것은 노화의 시작인 셈.
외식, 그리고 술과 안주
갈수록 외식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맛과 간편성이라는 포장 속에는 우리를 꾸준히 살 찌우게 하는 함정이 있다. 대부분의 외식 메뉴들은 맛을 내기 위하여 조미료와 기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재료와 양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에 비해 칼로리가 상당히 높다. 술의 경우 'empty calorie'라 하여 영양소는 거의 없이 열량만을 내는 음식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특히 회식이나 모임자리가 빈번한 중년 남성들의 경우 며칠 전의 회식자리에서 섭취한 술에 의한 칼로리가 아직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술을 마실 경우 미처 사용하지 못한 잉여분의 칼로리는 고스란히 몸 속에서 지방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고, 특히 특별히 근육이 많이 쓰일 부위가 아닌 배쪽으로 집중하게 된다.
스트레스
스트레스와 신체의 여러 변화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는 중요한 의학적 화두이다. 스트레스는 비만, 특히 복부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한 연구 결과가 증명해 준다.
외국의 한 연구에서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지방의 체내 분포에 카테콜라민과 코티졸이 깊이 관여함을 밝혀냈고 이 두 가지 체내 물질의 농도를 조절하는 환경으로 스트레스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함을 주장하고 있다.
카테콜라민의 경우 일정량 이상 또는 특정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이 물질이 작용을 하게 되는 리셉터 부위의 민감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없도록 만든다.
또한 흔히 스테로이드라고 알고 있는 코티졸은 과량 분비가 됐을 경우 몸의 중심부에 지방을 축적시키는 양상을 띠게 함으로써 복부비만을 가져오게 하는데, 이것의 극단적인 예로 과거 관절염 약을 오랫동안 임의로 복용하던 노인들이 팔다리는 얇고 배가 나온 특정 몸매를 획일적으로 갖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스트레스에 의해 과다 분비된 코티졸은 신체의 각 부위마다 단백질과 지방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틀려서 말단 기관의 지방조직은 감소시키는데 비해 복부와 견갑골 사이에는 지방을 축적시킨다. 이렇게 쌓인 복부지방은 연쇄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의 유병률을 높여 우리나라 40대 이후 남성 사망원인 1위인 심장질환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발기부전 등의 심각한 성기능 감퇴를 초래하기도 한다.
뱃살 대책, 이렇게 세우자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움직이자
살을 빼겠다고 무조건 열량을 줄이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하는 방법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뱃살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노화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방법은 더욱 그렇다. 마음은 젊어도 몸은 이미 노화의 단계에 들어선 만큼 뱃살을 빼는 방법도 몸을 보신하면서 해야 한다. 몸을 보신한다고 해서 보약을 먹으며 살을 빼라는 것은 아니다.
지방이 많지 않은 담백하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을 골고루 먹되 이를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부지런한 생활 태도와 오랜 기간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마라톤이 좋다고 해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백해무익하다. 무엇보다도 유행을 따르지 않는 평범하지만 나만의 건강한 생활규칙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풀자풀자 스트레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정석은 없다. 명상, 등산, 향기요법 등 시중에 떠도는 많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는 것이다.
병원을 찾은 한 중년 남성의 예를 들어보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자주 하는 자영업자로 스스로 과체중과 혈압이 높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는 고혈압과 간기능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이에 대한 약물요법과 함께 한달간 식사요법과 매일의 일정 관리를 받기로 했다.
금주 약속과 함께 운동처방에 따른 규칙적인 운동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활동량 늘리기, 식사량 줄이기와 짜고 맵지 않게 먹기 등을 실천하기로 약속하고 한달간 관리를 받았는데 한달 후 간기능이 많이 호전되고 체중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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