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병이 있다거나 다친 적도 없는데 몸 이곳 저곳에서 위험 신호가 온다.
내 몸에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으로 병원에 가 보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
하지만 분명히 몸은 병들어 가고 있다고 하소연 해보지만 어느 누구도 시원스런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억울한 사연을 가진 여성들 중 대다수는 어혈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여성질환의 대표적인 원인이자
여성 최대의 적으로 꼽히는 어혈의 정체, 과연 무엇인가?
▷ 여성, 달(月)마다 변하는 그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특히 사춘기부터 폐경기 직전에 이르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월례행사가 있다.
올 때마다 귀찮고 힘들지만 막상 제 때 오지 않으면 더 걱정스럽고 고민이 되는 생리현상, 바로 달거리이다.
싫든 좋든 여성들의 삶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이 생리현상은 여성의 몸에서 차지하는 그 영향력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 날만 되면 눈앞이 노래지도록 진통을 겪어야 하고, 누구는 한 달도 귀찮아 죽겠는데 두 번씩이나 손님치레를 하느라 몸이 말이 아니다.
또 어떤 사람은 서너 달이 넘도록 자궁에서 소식이 없어 급기야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생리와 관계된 질환은 다양하고 복잡해진 현대 여성들의 생활패턴이 낳은 또 하나의 부정적인 결실로 보여지는데,
한방에서는 그 대표적인 원인을 '어혈'이라고 본다.
▷ 피, 흐르거나 맺히거나
어혈이라는 말은 맺힐 '어(瘀)'와 피'혈(血)'이 합쳐진 것으로 '어혈증', '혈어'라고도 불린다.
사전상의 정의는 무엇에 부딪히거나 타박을 입어 한 곳에 퍼렇게 피가 맺혀 있는 증세, 또는 그 피. 우리 몸의 피는 심장의 작용으로 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면서 각 기관과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해 주고 조직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긴 탄산가스와 노폐물을 거두어 콩팥이나 폐를 통해 몸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바로 이런 기능을 상실한 비 생리적인 혈액을 통 털어 어혈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어혈이란, 타박상으로 인해 내출혈이 생겼거나 기혈이 약해서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혈액과 조직액 등이 체내에 몰려서 병리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한의사들이 환자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죽은 피', 혹은 '더러운 피'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로나 스트레스도 어혈을 유발시키는 주요 인자 중 하나. 대체로 피가 맑지 못하고 끈끈해 지면서 담(痰)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중풍이나 종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어혈이 몰리는 부위에 따라 증상도 달라지는데 머리에 몰릴 때는 현기증이나 두통,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가슴에 정체되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잠을 못 이루기도 하며 소화 장애가 생긴다.
또 어혈이 어깨나 등에 몰리면 어깨가 결리고 팔이 쑤시거나 저리거나 시리기도 하며, 허리에 쌓이면 요통과 하지방산통, 하지 냉증의 원인이 된다.
▷ 피(血), 왜 엉킬까?
어혈은 여성의 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여성에게 일어나기 쉬운 생식기 질환의 원인이 어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왜 어혈이 여성 생식기 질환의 원인이 될까.
여성의 경우 어혈이 복부 특히 하복부에 많이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하복부는 몸통의 맨 밑에 있는 부분으로 가장 많은 혈액이 정체되는 반면, 운동량은 가장 적다.
특히 여성은 월경혈이나 산후의 오로 등으로 인해 하복부에 어혈이 만들어지기 쉬운 생리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자궁 부위에 어혈이 많아지면 생리통이 심해지거나 생리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생리혈이 뭉쳐서 덩어리처럼 배출되기도 하며 하혈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어혈이 오래되면 자궁종양, 자궁근종, 난소 낭종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교통이나 불감증, 질건조증 등의 여성 성기능 장애도 일으킨다.
이밖에도 가슴에 기가 뭉치는 화병, 호르몬 분비의 결핍으로 인한 갱년기 장애, 우울증, 의욕상실감 등 심리·정신질환도 나타날 수 있다.
▷ 어혈, 나에게도 생길 수 있다!
다음 항목 중 자신의 증상과 일치하는 항목이 1∼4개면 자가 치료가 가능하고, 다섯 개 이상이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1. 손톱 끝을 눌렀다 놓았을 때 붉은 빛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리다.
2.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쁘다.
3. 여기저기 결리는 곳이 많다.
4. 배를 눌렀을 때 아픈 곳이 많다.
5. 여드름이나 종기 같은 것이 잘 난다.
6. 변비가 잦다.
7. 불면증이 있거나, 잠을 자더라도 꿈을 많이 꾼다.
8. 항상 몸이 물에 젖은 듯 무겁고 피곤하다.
9. 아픈 부위가 여기저기로 이동한다.
10. 다친 적이 없는데도 이유없이 멍이 잘 든다.
11. 생리혈이 뭉쳐서 나오고, 생리통이 심하다.
12. 안색이 검푸르고 피부가 거칠다.
13. 입술이 검푸른 빛을 띤다.
14. 혀의 색깔이 검붉다.
15. 입이 마르는데도 물은 마시고 싶지 않다.
▷ 혼자 할 수 있는 어혈 치료법
혈 자리를 정확히 몰라도 틈틈이 손가락, 발가락 구석구석을 만져주고 손톱끼리 부딪쳐주는 손톱 마찰법을 하면 좋다.
또 아로마 오일 몇 방울을 배꼽 주위에 떨어뜨린 후 손바닥으로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듯 문지르는 하복부 마사지도 효과가 있다.
마사지는 1회 20분씩 하루 두 번 정도가 좋다.
피를 맑게 해주는 신선한 야채나 김, 미역, 파래, 다시마 등 해조류를 평소 가능한 많이 섭취하거나 매일 저녁 잠들기 전 40℃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20분 정도 몸을 담그는 것도 혈액순환에 매우 좋다.[추천 : BST 처리 제품.천연미네랄(원형복원에네지)]
계절을 많이 탄다면
5월이다. '계절의 여왕' '청춘의 계절' '가정의 달' 등 다양한 수식어에 걸맞은 화려한 꽃과 초록빛 새싹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적당히 따뜻한 날씨는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어 바깥 활동이 많아지게 한다. 하지만 밥맛을 잃어 얼굴이 까칠해진 아이, 주말 내내 소파에 누워 지내고도 다음날 출근하기 힘겨워하는 남편을 보는 주부의 마음은 마냥 봄날이 아니다. 이러한 증상이 봄에 나타나면 '봄을 탄다' 혹은 '춘곤증'이라 하고 여름철에는 '여름 탄다' '주하병(注夏病)'이라 한다. 계절의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자연과 마찬가지의 변화를 겪는 '소우주'로 본다. 봄에는 새싹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왕성하게 잎을 피워 영양을 생산해낸다. 가을에는 수확을 하고 겨울에는 새로운 생명활동을 위해 영양을 뿌리 깊숙한 곳에 저장한다. 다시 봄이 오면 저장해둔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 새싹을 틔운다. 이렇게 생명활동이 반복된다.
사람도 겨울 동안 저장했던 기운을 봄에 밖으로 내보내 새로운 생명활동을 시작한다. 여름에는 왕성한 활동을 위해 기(氣)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계절 변화에 따른 요구에 맞춰 기를 공급하다 보면 기가 부족하거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은 기의 분포에 편차가 생긴다. 이는 신체 기능의 불균형을 일으켜 몸에 이상 증상을 보이게 된다. 신체 기능을 유지해가는 에너지인 기, 그리고 기의 활동력이 충분한가 그렇지 못한가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냉이·달래와 같은 봄나물이나 삼계탕·영양탕 같은 보양식으로 기운를 보충하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평소에 기를 잘 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여름의 생명활동을 통해 기를 충분히 생산하고 가을에 잘 거둬들이며 겨울에는 잘 간수해 새봄의 생명활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를 충분히 생산하고 간수하기 위해서는 음식 섭취와 생활의 절제가 중요하다. 음식물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못잖게 어떻게 먹을지도 중요하다. 음식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천천히 잘 씹어 먹으면 영양분이 잘 흡수돼 기 생산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소화기관 기능이 활발해야 기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상생활에서는 과로를 피하고 피치 못할 경우에는 나중에 휴식을 취해 소모된 기를 회복해줘야 한다. 겨울철에는 몸에 저장된 기가 너무 소모되지 않도록 격렬한 운동을 피한다. 기가 충분하더라도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기 순환이 잘 된다.
한의학에서는 춘곤증이나 주하병을 계절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이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사계절에 걸친 일상생활의 부조화에 의한 질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춘곤증이나 주하병은 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기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활기찬 봄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일 뿐 아니라 여름·가을·겨울에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건강비법이다.
< 조한진 한의학 박사(좋은아침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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