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자위행위, 어떻게 ‘활용’

문성식 2011. 3. 20. 11:39

섹스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민망한 주제가 자위행위에 관한 것이다. 성에 대해 눈뜨는 시기에 마치 죄를 짓듯이 경험하기도 하는 그것은 답답한 부부생활의 비밀스러운 욕구 충족의 유일한 통로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자위행위를 하고 있을까?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일까, 해도 되는 걸까?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까?

 

남편의 배신

결혼해서 부부가 됐다는 것은, 결혼 전 ‘혼자 해야 할 일들’을 이제 함께하거나 어느 한쪽이 나눠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내는 요리를 하는 대신 남편은 전구를 갈아 끼운다거나, 외출할 때는 아이 손을 잡는 대신 무거운 짐을 남편이 도맡아 든다는 식의 작은 규칙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섹스에 관해서만은 예외다.

이전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던 것이 부부끼리 역할 문제를 따지자니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합법적인 파트너(?)가 없던 시절, 가장 건전한 성욕 해결 통로는 자위행위였다. 그러나 결혼한 이상 그것과는 영영 이별이라 생각했건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랜만에 전화를 한 친구 L양이 기가 막혀 죽겠다며 하소연을 해왔다. 글쎄, 한밤중까지 남편이 잘 생각을 안 하길래 옆방에 가봤더니, 컴퓨터 속의 벌거벗은 여자를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건 자신에 대한 배신이 아니냐며, 어떻게 아내가 옆방에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데 자위행위를 할 수 있느냐, 변태이거나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거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하라고 진정시키는 한편, 아내로서 남편이 몰래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보게 됐다면 그리 기분 좋을 일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줬다.

 

바람피우는 것보다야 낫지 않아?

잠자다 말고 건넌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켜는 남편을 보고 정 떨어지지 않을 아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 놓고 따지자니 바람을 피우다 들킨 것도 아닌데 결국 ‘왜 나랑 섹스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밖에 되지 않으니 자존심 상할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위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의외로 당당하다.

“남들처럼 밖에 나가서 여자를 만나고 오는 것보다는 혼자 해결하는 게 낫잖아요.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자들은 때때로 섹스를 귀찮게 여기는데 그럴 때마다 해달라고 구걸하는 것도 우습고요. 차라리 저 혼자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아내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순수한 의도에서라면 바람피우는 것보다 차라리 자위하는 것이 낫다. 임신 기간이나 생리 기간에 막무가내로 섹스를 요구하는 철없는 남편들에게는 차라리 권장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남성이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 단순히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성적 흥분을 돋우는 매개를 필요로 한다. 일명 ‘야동’을 자위행위의 도구로 사용할 경우 심하면 자위중독증에 걸릴 수 있으며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 아내를 위해 자위행위를 한다는 변명(?)을 곱게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위행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부부생활의 자위행위

만일 남편이 몰래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알게 됐다면 편안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상대가 죄를 짓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제 좋은 일 있었나봐? 혼자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보여주라.”
“자기가 한번 보여줘봐,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아?”
“혼자 하느라고 피곤했지? 오늘은 내가 해줄게.”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도 좋다. 그가 내 앞에서 자위행위를 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 부부의 성생활 속으로 자위행위를 끌어들여야 한다.

 

1 상대가 보는 앞에서 시도하라
보통의 부부들에게는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따라서 의외로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섹스 중에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자신의 성기를 애무하도록 옮겨준다. 혹은 그의 손을 애무의 도구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눈치 채고 자위행위를 보여줄 것이다. 그가 하는 대로 바로 따라서 애무해주는 것을 반복하면 그가 원하는 방식을 쉽게 알게 된다.

 

2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성감을 찾아내라
자위행위를 하면서 얻어야 할 것은 자신의 성감대를 찾아내는 것이다. 무심코 사정감을 맛보고 마는 데서 그치지 말고, 자위행위를 하나의 성감 훈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파트너에 대한 죄책감도 줄어들고 실제로 부부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절정의 순간에 당신을 생각했노라고 말하라
자위행위를 부부생활에 좋은 기능을 가져온다는 관점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상처받는 배우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의무는 있다. “어제 당신을 생각하면서 흥분돼서 어쩔 수가 없었어.” 거짓말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줄 테니 꼭 명심할 것.

여자도 자위행위를 한다

‘욕구를 참지 못하는 충동적인 동물은 어쩔 수 없다’며 자신만만해 하는 여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위행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절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일생 동안 남자는 90% 이상이, 여자는 60% 이상이 자위 경험을 갖는다고 한다. 또 1990년대 미국의 킨제이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같이 사는 부부 중, 남성의 85% 그리고 여성의 45%가 1년에 한 번 이상 자위행위를 했다고 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여자 쪽이 오히려 자위행위를 더 일찍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위행위는 보통 남자는 15세, 여자는 13세 때 가장 많이 시작하게 되고 16세까지 남녀의 60%에서, 20세까지의 여자는 58%가 자위를 한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독신 여성의 자위행위는 15세에 30%, 15~20세에 37%, 20~25세에 40%, 25~30세 58%로 실제 혼전 성교와 비슷한 빈도로 나타났다. 여성 전체 비율로 보면 자위행위는 독신이나 기혼을 불문하고, 여성 전체의 62%가 은밀하게 즐기고 있다.

 

“왜 자위행위를 하나요?”

여자의 문제이니 좀 더 솔직하게 다뤄보자. 왜 자위행위를 하느냐는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그와의 섹스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왠지 부족할 때 자위행위를 합니다.”
“섹스하기 피곤할 때 저 혼자 간단하게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이죠.”
“혼자만의 일탈을 꿈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마치 외도하는 기분으로 자위행위를 합니다.”

실제로 기혼 여성들이 자위행위를 통해 권태기를 이겨내고 우울증도 극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남성에게만 의존해오던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성욕을 해소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것이 여성을 당당하게 만든다. 나아가서 자위행위를 하는 여성들은 실제 성관계에서도 자신의 요구를 당당하게 표출하며 더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하게 된다.


자위행위 어떻게 하나?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그것을 모르고 산다는 이야기도 된다. 요즘 젊은 미혼 여성들은 처녀성을 총각딱지처럼 빨리 떼어내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혼전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그보다 자위행위를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기를 바란다. 쾌감의 질로 따지자면 어설픈 미혼녀들의 혼전 섹스 라이프보다는 자위행위로 얻는 오르가슴이 더 훌륭하다. 건강한 자위행위는 미래의 부부생활을 대비하는 훈련 과정이 된다.

‘자위행위는 필요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거라면 몰라도 지금 세대에는 ‘NO’다. 배우자나 애인 곁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배신행위로 보고 질타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커플 간의 대화 소통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가 아닐까? 자연스럽게 부부의 섹스 라이프에 자위행위를 끌어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