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작업요령

문성식 2011. 3. 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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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일반 싱글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다. 이들은 여자를 만나는 것 자체를 굉장히 ‘섬싱 스페셜’한 일로 여긴다. 그래서, 평상시에 본인의 행동과 여자가 앞에 서 있을 때 하는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남자와의 연애 경험이 한 번 이상 있는 정상적인 여자는 이런 사람은 단번에 알아본다. 무언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Esquire 글/미랑
 
이렇게 말하는 나? 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남아답게 남중, 남고를 나오고 현재 29세의 꽃다운 청춘을 빛내고 사는, ‘바람둥이’ ‘선수’라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닉네임을 얻고 사는, 하지만 인생이 행복하기 그지없는 놈이다.


왜 행복한가 하면, 내가 사랑하고픈 여자들, 사랑받고픈 여자들과 마음껏 사랑을 나누며 살기 때문이다. 나에게 연애는 섬싱 스페셜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고 막가파식 바람둥이도 아니다. 그녀들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으며, 내 영혼도 상처받지 않는다. 단지 내 인생을 행복하게 즐기고 만족스럽게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나에게 <에스콰이어>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나만의 ‘유혹의 기술’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 내게 그다지 이득될 일도 없음을 안다. 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 여럿이 함께 나누면 더 기쁘고 즐거운 일도 세상에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날 때부터 ‘선수’는 없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여전히 난, 매번 맞이하는 이별에 눈물을 흘린다. 얼마 전에 아주 오랜만에 이별을 맛봤다. 이번엔 조금 길게 갈 것 같다. 1년 하고도 4개월 정도 만났으니. 하지만 후회 없이 사랑했다는 건 확실하다.

헤어진 다음날, 꽤 오랜만에 찾아온 ‘헤어짐 부작용’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다그치는 팀장의 말은 사오정의 말처럼 들리기 시작하고,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들은 나중에 전화하겠노라 성의 없이 대꾸만 하고 일단 끊고 본다.

다음날 난 며칠 전 파티에서 본 그녀가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도 단연 돋보이던 그녀. 나보다는 세 살 정도 많지만 그녀라면 나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밤, 시간 괜찮으세요?” 그녀가 승낙을 한다. 됐다. 이걸로 나의 또다른 연애소설이 시작된다.

 

‘상습적 여자 밝힘증’이 시작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전까지 꽤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나보다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보기좋게 날 찼는데, 그후부터 내 인생은 백팔십도 바뀌었다. 실연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세상에 여자는 많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나의 여성 편력은, 첫 애인과 헤어진 후 정확히 3일 만에 새 애인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됐다.

스스로 생각해도 내 여성 편력은 놀라웠다. 그냥 스쳐간 여자들도 이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훑어보았고,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여자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나가는 여자를 봤을 때 괜찮다 싶은 여자에겐 어떻게든 말을 걸었다.

물론, “남자친구 있느냐? 시간을 내달라.” 같은 어리석은 말은 아니었다. 그냥 일상적인 말이든지 스쳐가는 말이든지 일단 말을 붙여놓고 무언가 연결고리를 묶어놓고 헤어지는 것이다. 물론, 헤어진 그녀의 연락처는 언제나 손에 쥐고 말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탐낼 놀라운 스킬을 자연적으로 습득하고 있었다.

그후 더 이상 연애 후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들지 않았다. 내 손에는 수십 명에 이르는 여자들의 전화번호가 있었고, 필요하다면 전화기를 들고 그녀들에게 전화를 했으며, 그 이후엔 바로 새 애인이 만들어졌다. 생활의 반복.

그 이후 지금까지 참 많이도 만났다. 정식으로 애인이었던 여자가 90여 명 정도니 1년에 11명 정도의 애인을 사귄 셈. 생각해보니 찍은 여자를 애인으로 만드는 특유의 방법을 구사하는 것 같다. 날 안다는 몇몇 사람들은 타고난 ‘바람둥이’라고 나를 헐뜯는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네 애인이냐는 핀잔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일부러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제비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단지 바로 전의 애인들을 잊기 위해서 또다른 애인을 만드는 것이다. 나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행해지는 반사적 행동이랄까? 이를테면, 나 자신의 웰빙 라이프를 위해서 새로운 애인을 선택하는 것뿐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애인으로 만드는 데는 몇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비드 베컴’이 그 모델이다.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기고, 축구를 누구보다 잘해야 하고, 돈을 수백억씩 벌면서, 자기 여자와 쇼핑하는 것을 열렬히 좋아해야 한다. 다 아는 소리다. 누구는 몰라서 못하나? 조건이 안 받쳐주니까, 모든 것이 생각대로 안 되니까, 말 그대로 못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베컴 같은 완벽한 왕자님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것으로 가까운 여자들을 애인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평소 여자들과 연관된 인적 네트워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내가 싱글이든지 더블이든지 상관없다. 언제 어느 때고 만나는 수백 명의 여자들을, 친구도 애인도 아닌 중간적 입장에 놓아둘 필요가 있다.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 애인의 친구이든, 교회에서 만난 권사님의 딸이든, 거래처의 노처녀 과장이든 간에 그 범위는 무한하다는 것을 늘 머릿속에 담아두면 된다. 손을 내밀면 다가올 수 있을 연애 카테고리 안에 모두를 넣어볼 것.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고 당신한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반드시 PR하고, 그녀의 연락처 정도는 기본적으로 확보해두는 프로다운 자세를 갖추도록 한다.

또는, 그녀의 가장 친한 측근을 내편으로 만들어놓는다. 이럴 때에는 되도록 당신의 그럴듯한 모습만 보여준다. ‘나는 이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며 여자한테는 정말 잘하는 스타일이다’가 가장 적당한데 번거로운 이 작업은 내가 막상 싱글일 때 놀랄 만큼 위력을 발휘한다. 그후에도 어떻게든 연관을 맺은 상대방들에게, 잊어버릴 만하면 전화나 메일 정도로 당신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자들이 열광하는 몇 가지가 있다.

‘돈’, ‘능력’, ‘남자다움’, ‘떡 벌어진 어깨’, ‘발달한 가슴근육’ 등등. 이러한 것들을 일반 남자들이 갖추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자들이 잘 빠지고 예쁘고 돈 많은 여자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이것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고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상관없는 얘기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나 역시 월급봉투는 얇고, 장래가 촉망되지도 않고, 심지어 여성적인 면이 두드러지며, 어깨는 좁아터진 일반적인 한국 남자의 표본이다. 하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한국의 남자들과 내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를 대할 때는 어머니 앞에서 말할 때보다 조금 더 솔직한 것과 연애의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방법은 이렇다. 먼저 처음 만나는 여자 앞에서는 그녀의 눈빛을 공략한다. 그녀가 움직이는 시선의 움직임을 잘 보면 된다. 나에게 향하고 있으면 여러 말 할 필요 없이 바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녀의 시선을 최대한 나에게로 돌려본다.

이미 알고 있는 자리 속에 있는 그녀라면 그 자리에선 일부러 좌중의 시선을 내 쪽으로 모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한다. 길에서 만난 그녀라면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행동을 취해본다. 이를테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유심히 본다든지(표지가 멋스러운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나 창해 ABC 같은 예술 관련 서적. 무겁지도 않다.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니자.) 걸려 있는 패션 광고판을 위아래로 훌어본다. 마치, 패션 관련 종사자처럼. 여기서부터 중요해진다.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 때 바로 눈을 마주친다.

그러면, 성공이다. 다시 하던 일에 몰두하는 척하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다시 쳐다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 그녀가 다른 곳으로 피한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포기한다(여자는 많다). 하지만,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다면 그녀도 그 상황을 즐기는 중이다. 즉, 당신이 절반은 맘에 들었다는 소리다. 그럴 때는 놓치지 말고 다가선다. 미소를 머금으며 바보같이 더듬지 말고 그녀를 보며 얘기를 시작한다. “아까부터 봤는데 제 이상형을 만난 것 같아요. 이대로 스쳐가기 싫은데 명함 한 장 받아볼 수 있을까요?” 라는 최고의 극찬을 건넨다.

자신이 이상형이라는데 싫어할 여자는 없다. 그녀가 냉정하게 싫다고 거절한다면 “죄송합니다.(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실례인 줄 알지만 진심이라서 그러니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정도로 마무리한다. 다시 한 번 거절한다면 거듭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본인의 명함만 건네고 가던 길을 계속 가도록 한다.

구차하게 여러 번 반복할 필요 없다. 여자는 매너 좋은 남자한테 약한 법. 어차피 명함 한 장을 받기 위해 1분 정도 퍼포먼스를 벌인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쁜 투자는 아니다. 그리고 그날의 눈 마주침이 건성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며칠 후에 이메일이 당신 앞으로 날아온다.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IT 강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고맙게 답장을 쓴 다음 차근차근 ‘애인 만들기’ 코스를 밟으면 되는 것이다.

 

첫 번째 만남의 또다른 상황, 이번엔 소개팅이다. 이때는 향기와 매너를 동시에 준비한다.

술을 마실 때는 같이 마시는 친구 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남자들이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공동화장실을 쓰는 호프집보다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포장마차를 더 좋아하는 부류가 여자들인 것을 생각한다면 여자들이 향기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개팅에서 중요한 옷차림, 매너보다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건 바로 향기다. 그렇다고 노친네들이 즐겨 쓰는 사파리 포맨이나 아르마니 같은 시트러스風 향수를 짙게 뿌린다면 인사 후에 떫떠름한 시간을 보내다가 커피값을 날리고 돌아와야 한다.

여자들이 원하는 향수 몇 가지를 알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남자 향수 느낌이 강하지 않을 것. 달콤하지만 가볍지 않을 것. 절대 무슨 향수인지 모를 희소성 짙은 향수일 것. 이 3가지만 지키면 된다. 그렇다면 분명히 상대방은 향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묻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에 대한 화제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갈 수 있다. 향수도 때에 맞춰 사용할 줄 아는 센스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면 그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절반은 훔친 것이다.

 

이 정도면 그녀의 개인 정보쯤은 알게 된 상황이다. 일단 처음 만났다면 타고난 매너로 그녀를 감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 그것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는 없다. 단, 그녀를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것임을 미리 밝혀야 한다. 그녀의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것은 기본이고 차에 탈 때 지붕에 손을 얹어 머리를 보호해주거나 길에 걸을 때 차도 안쪽에 그녀를 세우거나 식사할 때 음식을 덜어서 밥 위에 얹어주는 일 등을 반복한다.

닭살이 돋는다고? 아주 쉬운 일이다. 조그만 배려에 엄청난 피드백 효과가 돌아온다. 그녀로 하여금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것이 핵심인데 가끔 이런 행동을 의아해하며 물어보는 ‘선수’들도 있다. 그럴 때면 이쯤 대답한다. 쑥스러운 척하다가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 또는 할머니가 이렇게 하라고 가르쳤어요.” 정도의 말이 적당하다. 이런 정도의 당신이라면, 그녀가 당신 가족까지 신뢰해버리는 놀라운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잡기 힘든 절호의 찬스를 잡은 셈이다.

몇 번의 이와 같은 만남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기본으로 가져가는 것은 가져가되 필살기 구사를 한 번쯤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미리 영화 속의 대사 하나쯤을 기억해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메디슨 카운티 다리>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당신과 떠나고 싶어’ 같은 대사 정도를 외워둔다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상황이 무르익었을 때 결정적으로 이 같은 멘트를 상대의 귀에 속삭인다면 다음은 당신의 선택이다.

 

어느 정도 진전이 됐다면 이제 애인을 만들 차례다. 늘 그렇듯, 꼭 거쳐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가 있는 셈인데 모든 여자들은 그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시작하도록 한다(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녀가 앞으로 중요한 애인이 될 경우 서로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것보다는 서로의 원하는 부분을 맞추고 편안하게 일을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늦은 밤,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굳이 늦은 밤을 택한 이유는 평상시보다 예민하고 이성보다 본능에 지배당하는 시간이 늦은 밤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녀 역시 외로운 밤인 것.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의 OK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자면, ‘아까 만나서 헤어지기 싫었어. 하지만 널 너무 사랑해서 지켜줘야 하는 마음이 앞서서… 하지만, 난 너랑 같이 있고 싶었어. 넌 어땠니?’ 이런 식이다. 분위기가 이 정도로 무르익었다면 어지간한 여자라면 “나도 그랬어”라는 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을 노리는 것이다. 그녀도 원하고 있다는 속마음을 알게 된 이후에는 비로소 ‘디데이’의 날짜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즐거운 봄날이 시작되는 것이다.

 

연애도 인생역전이 될 수 있다. ‘잘 만난 여자 하나 열 로또 안 부럽다.’
로또 10벌 살 때 그만큼의 열의만 그녀에게 보여준다면 당신의 생활은 훨씬 윤택해진다.
또, 당신이 일에 신경 쓰는 십분의 일만 투자하라.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선 남을 이해하고, 그런 다음 남에게서 이해를 구하라.’ 바로 옆에 있는 여자들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그녀의 니즈가 어떤 것인지 회사 팀장의 니즈처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모범답안이 분명 나온다.

어쨌든, 난 바람둥이라는 오명은 떨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는 완벽한 성공을 가져다준다. 믿을 것. 자신의 일만큼이나 연애에도 조금 더 치열하게 노력하기를. 노력한 만큼 이뤄진다는 것이 세상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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