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 술 이야기

'등산 음주'가 이토록 위험한 이유

문성식 2022. 12. 6. 04:52

'등산 음주'가 이토록 위험한 이유

 
등산과 막걸리
등산 전후로 술을 먹는 습관은 위험하며 운동 효과를 반감시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을 단풍을 보려고 등산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과민성 방광, 고혈압 환자들은 등산 전후로 먹는 알코올이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하산 후 음주는 등산의 운동 효과는 없애버리고 살만 남길 가능성이 커서 자제하는 게 좋다.
 
◇등산·음주는 과민성 방광, 고혈압 환자에게 위험
등산은 한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로 격렬한 활동이다. 우리 뇌는 몸의 수분 손실을 인지하면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명령해 소변 배출을 막는다. 이미 땀으로 수분을 배출한 상태에서 소변까지 내보내면 급격한 수분 저하로 탈수 현상이 올 수 있어서다. 땀이 많이 나는 날에 소변이 마렵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코올은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 뇌는 수분 손실 위험을 감지하지 못 하고 땀과 함께 소변도 배출한다. 수분이 급격히 줄어들면 반대로 혈중 알코올농도는 빠르게 증가한다. 자연스레 소뇌의 운동기능이나 인체의 반사 신경은 둔화된다. 소변을 참지 못하는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탈수 위험과 함께 발을 헛디디는 등 위험한 사고를 겪을 수 있다.
 
고혈압 환자들도 위험하다. 음주는 기본적으로 혈관 탄력성에 변화를 줘 혈압을 상승시킨다. 알코올 1g을 섭취할 때 평균적으로 수축기 혈압은 0.24mmHg, 이완기 혈압은 0.16mmHg씩 증가한다고 한다. 산을 오르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알코올이 추가되면 갑작스럽게 혈압이 올라 두통이나 현기증이 발생하기 쉽다. 이때 휴식을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한다면 뇌졸중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 효과 반감에 근육통도, 하산 후 회식처럼 먹었다간…
등산은 제대로만 걷는다면 좋은 하체 운동이다. 그러나 하산 후 음주는 근육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 몸은 근육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을 대사한 뒤 여러 피로물질들을 만들어낸다. 젖산이나 암모니아가 대표적인데 해독되지 않으면 독성을 띤다. 이러한 피로물질을 해독할 수 있는 건 간이다. 그런데 알코올도 간이 해독한다.
 
하산 후 섭취하는 피로물질이 간을 거치지 않고 근육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등산의 하체 운동 효과는 반감되고 근육통이 심해질 수 있다.
 
살이 찔 가능성도 크다. 간은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환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기도 하는데 알코올 해독에 집중하면서 우리 몸은 일시적인 저혈당 상태가 된다. 이때 공복감과 배고픔이 심해져 많이 먹게 된다. 운동 후 보상심리, 알코올에 의해 떨어진 자제력 등이 합쳐지면 폭식까지 이어질 수 있다. 
=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