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와 인간관계 ◆
이전에 병역 특례로 몸을 담고 있던 회사는 보통이 8시 이후에 퇴근인데다 일요일,
공휴일도 안심할 수 없는 야근은 기본, 특근은 옵션 제도가 확립된 곳이었습니다.
대개 제조업이 그렇듯이 제가 다니던 회사도 술자리가 참 잦았습니다.
아저씨들은 물론이고 특히 이십대들은 횟수는 물론이고 양도 장난 아니었었습니다.
술 먹는 것으로 지치지 않는지 게임방에 당구장까지 덧붙이며
그야말로 대학 신입생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술꾼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자리에 그다지 자주 끼이지 못했습니다.
워낙 학교 다닐 때 해 놓은 게 없는 인간이라 남는 시간을 짜서 자기개발에
신경을 썼기 때문, 정확히 말하면 쓴다고 아둥바둥거리다 말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당시는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나갈 적 상당히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나가면서 인사드릴 적 돌아오는 반응이 싸늘하기는커녕 너무 따뜻해서입니다.
다들 열심히 살아서 꼭 성공하라고,
가끔 시간 나면 놀러 오라고 하는데 어찌나 후회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 집중해서
힘을 쏟아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스르는 것이고
그것이 계속된다면 풍요로운 삶과는 오히려 멀어지며
이러한 삶은 지양하는 게 더 나은 삶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보아도 풍요롭게 살아간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자기 발전을 위해 사람들하고 만나지 말라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후자가 자기발전이나 성과의 면에서도
훨씬 앞서는 게 일반적인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도 이런 점을 자주 느낍니다.
이번에 마사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때만 해도
그 곳 사람들과 그리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게 못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 때는 학기 중이 바쁘기라도 했지만 방학 동안에는 별반 바쁘지도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과 그리 많은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점은 단순히 바쁘기 때문에
주변에 소홀해 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또한 바쁘다고 해도 적어도 관심을 기울일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인데 예전에 비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갈수록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앞으로는 더욱 바빠질 테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보다 더 사람들과 만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관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다른 사람에 대한 고마움만큼은 잊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때문에’보다 ‘덕분에’라는 말을 사용하고
‘나’보다 ‘너’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 가끔 주변 사람들을 한 번씩 돌아보고 또 도와줄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을 함께 갖춘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