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자리를 지키라
지식이나 정보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지니려고 한다면
그도 또한 과식처럼
불건강의 요인이 됩니다.
오늘 우리들은 예전 사람들에 비한다면
너무나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살아갑니다.
옛사람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고
가진 것도 많지 않았지만
'사람의 자리'만은 꿋꿋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은
아는 것도 많고 가진 것도 많으면서
사람의 자리를 지킬 줄 모릅니다.
조그마한 눈앞의 이해관계에 걸려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날 크고 작은
우리 둘레의 비정한 사건들은
한마디로 사람의 자리를 지키고
가꾸기를 저버린 데에 있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그저 많은 것을 듣고 알려고만 하지,
그것을 어떻게 사람의 자리로 끌어들여
삶을 풍성하게 북돋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리지 않고
때없이 닥치는 대로 마구 먹기 때문에
마침내는 사람이 먹히고 만다는
모순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이기 위해서는
보다 단순하고 소박하고
또한 절제할 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복잡한 세상의
오염을 털어낼 수 있습니다.
= 법정 스님의 <물소리 바람소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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