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무리 찾아도 그 실체가 없다
마음은 아무리 찾아도 그 실체가 없다.
그렇다고 마음이 없는 것인가?
없는 것이라면 그 이름도 아예 없었을 것을.
그럼, 어떤 것이 그대 마음인가?
사람 마음의 바탕은 善도 惡도 아니다.
선과 악은 연(緣)에 따라 일어난다.
착한 인연을 만나면 마음이 착해지고,
나쁜 인연을 만나면 마음이 악해진다.
그러니 우리들의 관계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
안개 속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옷이 젖듯이.
너그러운 마음은 사람의 본심(本心)이고,
옹졸한 마음은 본심이 아닌 번뇌다.
너그러운 마음은 우리를 자유케 하지만
옹졸한 마음은 우리는 부자유케 한다.
본심이 아닌 마음일 때는
속히 본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이는 하나의 기적이고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세상에서
생명처럼 존귀한 것은 없다.
생명은 개체로 보면 단 하나뿐이다.
친지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그것이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몸이라는 것은
물, 불, 공기, 흙 네 가지로 이루어졌다.
또 인간의 존재는 반야심경에 나오듯 오온(五蘊),
즉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가 합쳐서 만들어진 유기적 존재이다.
본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어떤 인연이 닿아
이런 형상을 갖추고 나온 것이다.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만다.
이 몸 자체는 무상한 것이다.
늘 변하는 것이다.
어디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영혼에는 생로병사가 없다.
거죽은 생로병사가 있다지만 거죽 속의 알맹이는
태어남도, 늙음도, 병듦도, 죽음도 없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귓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그러나 묻지 않고는 그 해답을 이끌어낼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
거듭거듭 물어야 한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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