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

문성식 2022. 3. 1. 03:36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 사랑이란 말은 우리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낱말입니다. 사랑이란 그 낱말은 무언가 감미로움조차 느끼게 합니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좋아하고, 바라고, 노래하고, 꿈꿉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를 참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때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우리는 자기중심적이고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합니까? 그러면서도 내가 남을 인정할 때에는 얼마나 인색합니까? 나의 잘못은 남이 용서해 주기를 바랍니다. 남이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내가 남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이해해주는 데는 대단히 인색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자만에 차 있으며, 또 남을 생각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남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사랑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 각자의 삶은 삭막하기 그지없고 사랑이 없을 때에는 우리 가정은 파탄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이 없는 사회는 황무지와 같은 사회이고 사랑이 없을 때는 자연히 서로 간에 미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움은 분쟁을 낳고 종국에는 분열을 가져옵니다. 사랑이 없으면 결국은 인간사회란 것은 지옥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또 힘이 들더라도, 어떤 희생이 요구되더라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생각하고,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와 용서가 얼마나 큰지를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이 사랑을 깊이 깨달을 때에 우리에게도 남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우리도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가신 그 길을,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희생하신 그 길을 갈 줄 알 때 우리에게도 사랑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주셨고, 그 외아들은 자신을 온전히 비우시고 낮추셔서 사람이 되셨을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그분이십니다. 십자가에 죽으신 그리스도 그분은 실로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증거요,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그리스도는 또한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을 뿐 아니라 성체 성사에서는 우리의 양식, 우리로부터 먹히는 존재, 우리의 밥이 되기까지 하셨습니다. 이렇게 죽으시고 밥이 되시기까지 하신 하느님, 그 하느님의 사랑은 실로 한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 하느님의 사랑을 참으로 깊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묵상하고 산다면 우리는 진실히 그리스도 속에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올바른 인생길을 가는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사랑의 육화이신 예수님은 우리의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 그 길을 감으로써 그리스도와 닮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같이 이웃과 사랑으로 모든 것을 나누는 사람, 이웃의 아픔과 고통까지도 나누는 사람이 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와 닮은 사람이 됩니다. 누구의 말씀대로 고통은 나눔으로써 줄어들고 사랑은 나눔으로써 늘어납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그리스도를 닮아서 사랑으로 나누는 삶을 산다면 우리 사회 안에는 우리 이웃의 고통과 불행히 현저히 줄어드는 대신에 사랑과 인정이 가득 찰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하고 밝고 인간적인 사회가 되겠습니까? 이런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꿈의 실현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세상이야말로 참으로 하느님 나라의 임하심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 이렇게 참으로 주님의 길을 따라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됩시다.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참으로 아름답고 인간다운 정이 넘치는 밝은 사회로 만드는 사람이 됩시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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