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여덟 가지 바른 행위규범 팔정도(八正道)

문성식 2019. 5. 27. 09:00


여덟 가지 바른 행위규범 팔정도(八正道)


1. 마른 지식(乾慧)과 실천의 향기

사성제에서 도제(道諦)를 구성하는 항목들은
바로 불자의 여덟 가지 실천을 담고 있는 팔정도(八正道)입니다.
팔정도란 ‘여덟 가지의 바른 길’이란 뜻으로
근본불교에서 제시하고 있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자 실천을 밝혀놓은 것입니다.
팔정도를 보면 철학적이고 형이상적인 불교의 교설은
팔정도를 통해 대단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으로 구체화됩니다.
다시 말해서 근본불교의 교설은 팔정도를 매개로해서
우리의 현실적 삶과 매개 고리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자의 실천 고에 대한 원인과 이론적 교설은
팔정도라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있음을 엿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불교의 가르침은 교학체계에 국한되지 않고 실천을 통해 증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성제와 팔정도 역시 교리적 차원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성제나 팔정도의 가르침은 경전에 기록된 논리적 구절이 아니라
고난에 직면했을 때 우리들의 고통을 치료하는 양약인 것입니다.
사성제는 집착으로 인해 고통이 있다고 설합니다.
고의 원인이 되는 집착을 해소하고 중생의 병을 치료할 때 비로소 사성제는 완성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사성제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지성적 이해를 위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과 불자의 바른 삶을 위한 지침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성제로 대변되는 부처님의 말씀은 팔정도를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법구경?은
“사랑스럽고 색깔이 아름다울 지라도 향기가 없는 꽃처럼 실천이 따르지 않는 훌륭한 말은 효과가 없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팔정도를 실천하는 것은 지성적으로 배우는 교리에 실천이라는 옷을 입히는 것이며,
마른 지식에 수행이라는 향기를 더하는 것입니다.
실천을 통해 증득되지 않는 교리는 ‘향기 없는 꽃’처럼 살아 있는 생명이 없는 것입니다.


2. 부처님의 수레가 다니는 큰 길, 팔정도

팔정도는 여덟 가지의 바른 실천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 道 로 표현되는 만큼 깨달음으로 가는 바른 길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같은 의미에서 대지도론은 팔정도를 부처님의 수레가 다니는 길,
다시 말해서 부처님의 세계로 가는 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대지도론은 “부처님의 일체지는 큰 수레가 되어 팔정도의 바른 길을 달려 열반의 세계로 들어간다.
[佛一切智爲大車 八正道行入涅槃]”라고 했습니다.

대지도론에서는 팔정도가 길로 표현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팔정도의 길은 부처님의 수레가 가는 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모든 지혜를 담고 있는 큰 수레는 팔정도의 길을 달려서 열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부처님의 지혜를 담고 있는 모든 교설은
팔정도의 실천을 통해서 비로소 열반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하는 대목입니다.
부처님의 수레, 일체지의 수레가 달리는 길은 바로 팔차선의 팔정도의 큰 길이다.
열반으로 통하는 이 길은 모든 불자에게 열려 있는 길입니다.
우리 불자들도 바로 이 큰 길, 불자가 가야할 팔정도의 대로행을 통해 열반의 길로 가야할 것입니다.
그것은 부처님께서 열어놓으신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정도를 실천하는 것은 탐(貪)․진(瞋)․치(痴) 삼독(三毒)과 일체의 고를 여의고,
열반을 성취하고, 해탈하여, 성불(成佛)할 수 있는 법입니다.


3. 팔정도의 실천은 중도의 깨달음으로 이르게 한다

잡아함 전법륜경에 따르면 “비구들이여, 여래는 이 두 각지의 극단을 버리고 중도를 깨달았다.
그것은 눈을 뜨게 하고 지혜를 생기게 하며 적정(寂靜)․증지(證智)․등각(等覺)․열반(涅槃)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여래가 눈을 뜨고 지혜가 생기고 적정․증지․등각․열반에 이르게 하는 중도를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성스러운 여덟 가지의 도를 말하는 것이다.
즉 정견(正見), 정사(正思),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여래가 깨달을 수 있었던 중도이며, 이것이 눈을 뜨고 지혜가 생기고
적정․증지․등각․열반에 이르게 한 것이다.”라고 설하고 있습니다.

전법륜경에 따르면 여래가 깨달은 것은 중도를 깨달은 것이며,
그 중도는 바로 번뇌와 희론을 그친 정적함이며, 지혜를 체득한 것이며,
평등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며, 열반을 성취한 것으로 인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중도를 깨달았다는 것은 성스러운 여덟 가지의 도를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팔정도의 실천은 바로 중도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적정, 증지, 등각, 열반에 이르게 하는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팔정도는 중도(中道)로 가는 길입니다. 샛길도 아니고,
한쪽 귀퉁이도 아닌 큰 길 한 가운데로 가는 길이 바로 팔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팔정도는 불자가 당당히 걸어가야 할 길이다.

이 같은 팔정도는 두 가지 의미로 설해지고 있습니다.
첫째 세속적인 측면에서 설해질 때
그것은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견실하지 않은 세속적인 사람들에게는 방편으로 시설됩니다.
그들은 여전히 집착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고 번뇌도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팔정도를 실천하면 그 공덕으로 ‘좋은 곳에 태어난다[善趣]’라고 설하여
중생들이 팔정도를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그 같은 목표를 위해 정진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팔정도가 출가자를 위해 설해질 때는 그것은 단순히 좋은 곳에 태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설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열반으로 가는 ‘길’이 됩니다. 측 팔정도의 출세간적인 측면은 집착도 없고,
번뇌도 없는 괴로움의 언저리에서 벗어나 괴로움을 모두 없애는 것을 목표로 제시된 수행입니다.
따라서 팔정도는 육도윤회에서 천상에 태어나는 것을 윤회의 길이 될 때는 중생들을 위한 방편적 접근이며,
출가자를 위해서 설해질 때는 여래의 세계로 가는 구체적인 길로 제시되는 것입니다.


4. 삼학과 팔정도의 체계

불교의 모든 교설과 가르침은 계정혜(戒定慧)라는 三學으로 압축됩니다.
팔정도 역시 이 같은 범주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대지도론에 따르면 팔정도를 계정혜에 각각 다음과 같이 배대하고 있습니다.
“이 팔정도에는 세 부분이 있다. 즉 세 항목은 계(戒)가 되며, 또 세 항목은 정(定)이 되며,
두 항목은 혜(慧)가 된다.[是八正道 有三分 三種爲戒分 三種爲定分 二種爲慧分]
이상의 내용을 비춰볼 때 정견과 정사유는 혜에 해당하며,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은 계에 해당하며,
정정진, 정염, 정정은 정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팔정도는 계정혜 삼학의 이해와 실천과 하나도 통일된 것입니다.

팔정도는 여덟 개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두가 함께 협력하여 일체가 되어서 인격완성으로 향하게 한다.
그러므로 여덟 개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팔정도는 ‘여덟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신성한 길’인데 신성한 길은 하나이므로 원어에서는 단수형으로 표현한다.
즉, 팔정도의 여덟 가지는 동시존재로 선후가 없다고도 생각된다.

팔정도의 수행 순서에 있어 몇몇 경전에서는 정견부터 순서대로 이루어져 정정에 이르는 것처럼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편의상의 설명방법이고 실제로는 동시에 팔정도를 모두 병행하며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흔히 차제(次第) 수행법은 제일, 제이 등과 같이 표현되고 있는 데 반해,
팔정도의 원어는 여덟 가지 수행 덕목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단수로 쓰인 것을 통해서도 그러한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즉 각각의 팔정도가 서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할 법이라기보다는 동시에 병행해서 닦는 것이다.
마치 여덟 가지를 가진 한 나무와 같이 팔정도 가운데 하나를 중점적으로 닦더라도 각각이 다른 7개와의 관련 속에서,
또는 포섭시키면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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