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8.jpg 고려시대의 청자매병. 높이 31.1㎝, 입지름 4.4㎝, 밑지름 11.4㎝.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매병보다 조금 길고 가늘며, 동체(胴體) 하부에서 벌어지는 변곡점(變曲點)이 위에 있어서 안정감이 약한 편이다.

광구형(廣口形)의 구연(口緣)은 짧게 붙어 있으며, 견부(肩部)는 거의 둥근 원을 그리면서 기저(器底)로 연결되어 있어서 견부의 팽창감이 결여되어 있다. 유약(釉藥)은 담청색을 띠는 투명한 유약으로 미세한 기포가 포함되어 약간 반투명한 효과를 보이며, 백상감이 두껍게 되어 있는 부분에는 유약에 균열이 생겨서 소위 말하는 은화현상(銀化現像)이 나타난다.

구연(口緣)에 돌아가며 미세하게 결손된 부분이 여러 군데 있으며 보존처리한 부분이 1곳 있다. 동부에는 여러군데 커다란 빙렬(氷裂)이 있으며 가마흠이나 유(釉)가 오목하게 들어간 홈들이 있는데, 굽다리바닥에 몇군데 결손된 부분이 있고 유는 뿌옇게 변색(變色)되었다. 유는 투명하며 빙렬이 없으며 굽은 안다리굽으로 모래섞인 내화토눈받침을 받쳐 번조하였다.

 

문양은 일반 매병으로서는 드문 예로서 동체 전면에 3단의 연판문이 둘러져 있는데, 견부의 복련(覆蓮)은 흑백으로 상감되었고 당초문 모양의 잎맥이 백상감되었다. 동체 중심부의 앙련(仰蓮)과의 여백은 석 줄의 수직선문을 다섯 군데에 넣어 5등분하였다. 저부의 앙련은 백상감으로 하였고, 연판의 형태나 잎맥은 모두 같은 형태이다.

고려청자에서 연판문은 주로 견부와 저부의 종속문양으로 등장하나 이 매병에서는 견부 ·저부뿐 아니라 동부중앙에도 연판문대가 둘러져 있어 상 ·중 ·하 세줄의 연판문대가 주문양으로 등장한다. 이 매병은 고려청자에서 종속문 소재로 등장하는 연판문을 주문양으로 선택하여 동부에 대담하게 시문한 유일한 작품이다.

 

역시 동체의 앙련과 저부의 앙련 사이의 여백은 석 줄의 수직선문을 네 군데에 넣어 4등분하였다. 매병의 상감문양으로서는 단순한 소재의 선택과 단순한 구도로서 특징적이다. 굽의 접지면은 비교적 넓으며 유약을 대충 닦아낸 뒤 검은 모래가 섞인 내화토비짐을 받쳐서 구워냈고, 굽 안바닥의 유약은 거의 용융되지 않아서 회백색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