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3.jpg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태고사에 있는 고려시대의 부도. 높이 4.0m.

 

고려 말 원증국사 보우(普愚)의 묘탑으로서, 무너진 것을 최근에 복원하여 세워놓은 것이다.

 

길고 큰 돌로써 네모난 석단(石壇)을 넓게 구축하여 탑전(塔殿)을 만들고, 그 중앙에 다시 네모꼴의 구획을 마련한 뒤 그 위에 탑을 건립하였다. 여러 장의 돌로 짜여져 있는 방형 지대석(地臺石) 위의 탑의 구성은 일반적인 승탑(僧塔 : 부도)과 같이 기단부(基壇部)·탑신부(塔身部)·상륜부(相輪部)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상·중·하대로 구성된 기단부 중 하대석(下臺石)은 방형으로, 각 면석에는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2개씩의 탱주(撑柱 : 받침기둥)가 모각되어 있고, 기둥 사이에는 3조의 장방형 구획이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윗면에는 8엽의 단판복련문(單瓣覆蓮文)이 굵은 선으로 조각이 되어 있으며, 중심부에 마련된 1단의 굄으로 중대석을 받치고 있다. 8각의 중대석 각 모서리에는 원주형(圓柱形)이 모각되어 있으며, 각 면에는 큼직한 4엽의 꽃무늬를 조식하였다.

 

원형에 가까운 상대석은 아랫부분에 2단의 8각 각형(角形) 받침이 낮게 각출되어 있고, 하대석의 복련과 대칭하여 굵은 선으로 조각된 8엽의 앙련(仰蓮)은 내부에 고사리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상대석 윗면에 마련된 1단의 원형굄에 받쳐져 있는 탑신은 위쪽이 좁고 아래쪽이 넓게 된 석종형(石鐘形)으로 표면에는 아무런 조식도 없다.

 

8각을 이루는 옥개석(屋蓋石)은 아랫부분에 1단의 원형받침과 함께 16엽의 연꽃무늬가 돌려져 있으며, 지붕의 낙수면은 경사가 매우 완만하다. 그리고 비교적 두껍게 처리되어 민첩성이 다소 감소된 추녀는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각 모서리에는 귀꽃이 투박스럽게 솟아 있다.

 

옥개석 위의 상륜부는 보륜(寶輪)·보개(寶蓋)·보주(寶珠)로 이루어져 있다. 보륜은 마치 둥근 공을 위·아래로 자른 것과도 같은 고복형(鼓腹形)으로서 표면에는 아무런 장식도 되어 있지 않고, 8각의 보개는 마치 탑신부의 옥개석을 축소하여 놓은 것과도 같이 똑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보개 위 탑의 맨 꼭대기에는 연꽃무늬가 장식된 받침돌이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 방주형(方柱形)의 돌이 하나 받쳐져 있는데, 아랫부분의 네 모서리에는 4엽의 앙련이 새겨져 있고 윗부분에는 네 개의 기둥에 보주가 휩싸여 있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기단부에서 상륜부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기는 하지만 큰 규모에 방형·8각형·원형의 각 부재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이 탑은 고려 후기의 묘탑으로 가작에 속한다.

원증국사가 입적한 해는 우왕 8년(1382)으로 이듬해에 다비(茶毘 : 화장)를 하여 마침내 우왕 11년인 1385년에 비를 세웠다는 원증국사탑비의 비문 내용으로 미루어, 이 탑의 건립연대는 적어도 1385년을 그 하한으로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