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2605.jpg 서울특별시 성북구 정릉동 경국사에 있는 조선시대의 목각탱화. 세로 177㎝, 가로 176㎝. 너비 약 30㎝ 정도 되는 판목 5매를 잇대어, 중앙의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모두 13구의 불·보살을 고부조(高浮彫 : 모양이나 형상을 나타낸 살이 매우 두껍게 드러나게 한 부조)로 새겼다.

 

본존은 커다란 광배를 배경으로 연화좌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하였고, 광배 위로 뻗은 광선 위에 모두 7구의 화불(化佛)이 조각되어 있는데, 아마도 과거칠불(過去七佛)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된다.

 

사각형에 가까운 넓적한 얼굴에 가늘고 긴 눈, 넓적하고 평평한 코 등 양감이 결여된 본존의 얼굴 모습은 형식화가 정착된 조선 후기 불상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얼굴에 비해 왜소하고 위축된 신체에는 통견(通肩)의 법의를 걸치고 있는데, 두꺼워서 신체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옷자락은 대좌의 앞부분이 불상의 옷주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현좌(裳懸座)를 이루며 대좌 아래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광배는 주형 거신광(舟形擧身光)으로, 윗부분에는 당초문(唐草文)을 화려하게 조각하고 아래는 중첩된 산 모습을 조각한 퍽 특이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광배 주위에는 도식화된 연꽃잎을 두르고, 주위에 화염문을 배열하였는데 역시 형식화되었다.

 

본존의 좌우에는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모시고 있고, 그 주위를 여섯 명의 보살과 아난(阿難)·가섭(迦葉)·증장천(增長天)·지국천(持國天) 등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위쪽의 좌우에는 연화좌 위에 북방비사문천왕(北方毘沙門天王)·서방광목천왕(西方廣目天王)이라고 쓴 표지판을 올려놓아 상(像)을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배치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팔보살을 배열한 아미타팔대보살화의 구성을 이룬 것으로 생각되는데, 예천 용문사목각탱도 이러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각 수법이 둔중하고 양감이 결여되어 있어 형식화된 면이 많이 보이고 있으나, 고부조로 조각되어 원각상(圓刻像)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인물의 구성에 있어서 횡적 혹은 종적으로 질서 정연하고 단순하게 인물들을 배열한 다른 목각탱화들과 달리, 본존을 중심으로 권속들이 둥글게 둘러싸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조각 수법이나 형식 등으로 보아 19세기 말에 조성된 작품으로 보인다. 이 목각탱화가 보관된 극락전 안의 팔상도(八相圖) 및 감로왕도(甘露王圖)·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등이 1887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아, 이 목각탱화 또한 같은 해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현존하는 몇 예에 불과한 조선 후기 목각탱화의 하나로서, 당시의 아미타신앙의 일면을 보여 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