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8_0098.jpg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벽송사에 있는 조선시대의 석탑. 높이 3.5m

 

벽송사는 조선 중종 15년(1520)에 벽송(碧松)이 창건한 사찰이다. 석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보이고 있다. 벽송사의 창건연대가 1520년인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신라양식 탑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작품이다.

 

지표에 넓은 지복석(地覆石 : 지대 맨 밑에 가로놓은 돌)을 깔고 그 가운데에 높은 지대석(地臺石)을 마련한 뒤 그위에 중석(中石)을 얹었는데, 중석 하단에 1단의 얕은 턱을 둔 것은 실상사삼층석탑(實相寺三層石塔)과 같은 양식을 보이지만 이것이 지대석을 표현한 듯이 보여 양식상의 혼란이 있다.

 

중석에는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각 면 1주씩의 탱주(撑柱 : 받침기둥)가 표현되었다. 갑석(甲石)은 폭이 좁아서 중석 하단의 턱이 폭과 같으며, 위는 경사진 가운데 1단의 굄이 있으며 약간의 반전(反轉)이 있다. 상층기단 면석은 각 면 1매의 판석으로 구성하고, 각 면석에는 우주와 탱주 1주씩이 모각(模刻)되었다.

 

갑석은 1매석인데 밑에는 부연(副椽 :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있고 위에는 역시 모퉁이에 반전이 있다. 탑신부(塔身部)는 옥신석(屋身石)과 옥개석(屋蓋石)이 각각 1석씩이고 각 층 옥신석에는 우주가 있을 뿐 장엄조각은 없다. 옥개석은 초층과 2층에 4단, 3층에 3단의 받침이 있고 낙수면 모퉁이에서는 심한 반전을 보인다.

 

상륜부(相輪部)에는 노반(露盤 : 탑의 최상부 옥개석 위에 놓아 복발·앙화·상륜 등을 받치는 장식)과 복발(覆鉢 : 탑의 노반 위에 놓는 엎은 주발 모양의 장식)만 남아 있다. 이 탑의 건립위치가 법당 앞이 아니고 후면의 언덕 위라는 점은 탑파 건립의 일반적인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