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내 사랑은 어디에 / 이 보 숙

문성식 2015. 8. 14. 21:41
      
      내 사랑은 어디에 / 이 보 숙
      누구를 부르는가
      매미 목청껏 울고
      지쳐버린 태양이
      잰 걸음으로 서산 넘어 
      하루의 문을 닫으면
      느린 음표들이 날고
      별 부스러기 뒹구는 주막에서
      어선에서 막 내린 잡부처럼
      하루의 끝을 축하하는 잔을 드누나
      곯아떨어진 어둠 속에
      오랫동안 정든 불면마저 
      술 한 잔에 취해 하롱거리는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서늘하구나
      곧 낙엽 지는 소리도 들리겠지
      이 빈 가슴을 어찌 견딜까
      반쯤 뜯긴 택배 상자 되어
      목덜미 만져줄 사람 없는
      빈방에 혼자 널브러지는 밤
      그리워라, 그대 고운 하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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