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jpg 경상북도 김천시 오봉동 갈항사지(葛項寺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불상. 불상 높이 1.22m.

신라시대의 명찰이었던 갈항사지에는 현재 이 불상 외에도 비로자나석불좌상(毘盧遮那石佛坐像) 1구와 신장상(神將像)이 부조된 석재 등이 남아 있으며, 삼층석탑 2기(국보 제99호)는 1916년에 경복궁으로 옮겼다.

현재 이 불상이 봉안되어 있는 보호각은 옛 금당지(金堂址)로 추정되는 곳에 있다. 등신대(等身大)의 불상으로, 현재는 불신(佛身)과 앙련(仰蓮 : 위로 향하고 있는 연꽃잎)이 새겨진 상대석만 남아 있고, 광배와 하대석은 남아 있지 않다.

불상은 무릎 부분과 손가락들이 다소 떨어져 나갔을 뿐, 그 밖에는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머리카락은 나발(螺髮)인데 작고 또렷한 연주문連珠文들로 구성되었으며, 여기에는 소라무늬까지 표현되었다.

작은 입과 아담한 코, 반쯤 뜬 가는 눈, 둥그런 턱 등 전체적인 인상은 온화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으로 굴불사지석불상의 북면부조보살상(北面浮彫菩薩像)이나 석굴암의 감실보살상(龕室菩薩像) 등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신체는 얼굴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선으로 처리되었으나 위축되거나 가냘픈 편은 아니다. 비교적 넓고 당당한 어깨나 가슴은 골격이 뚜렷하면서도 양감이 있으며, 팔의 근육도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런 반면 허리는 잘록하여 신체의 굴곡이 잘 표현된 육감적인 조각 수법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특징은 경주의 남산 칠불암마애석불의 본존불이나 약수계사지석불상(藥水溪寺址石佛像)·석굴암본존불상 등과 유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좀더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것은 8세기 중엽의 불상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미라 하겠다.

일부가 파손되기는 하였으나, 신체에 비하여 넓고 중량감이 있는 두 무릎은 이 불상의 자세를 보다 안정감 있게 만들고 있다. 길상좌(吉祥坐 :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놓은 다음 오른발을 왼쪽 넓적다리에 놓은 모습)를 한 두 다리의 근육이 탄력 있고 긴장감 있게 표현된 것 또한 이 불상의 사실성을 더욱 분명히 해 주고 있다.

두 손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였는데, 왼손은 석굴암이나 칠불암의 본존 등 일반적인 예와는 달리 군위삼존불(軍威三尊佛) 본존처럼 거의 오른발 위에 놓은 것이 특색이다. 불의(佛衣)는 8세기 중엽에 성행하던 우견편단(右肩偏袒)이다.

가슴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옷깃에 일단 한 번 뒤집은 반전 수법은 인도 굽타기(Gupta期) 조각에서 보이는 통견(通肩)의 목 깃 반전 형식이 계승된 것으로 보인다. 옷은 얇아 신체의 굴곡이 잘 드러나며 옷주름은 유려한 것이 당시 불상 양식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대좌는 연꽃이 짧고 뚜렷하며 양감이 풍부하여 약수계사지석불상 대좌와 친연성이 강한 팔각대좌로서, 이런 점에서도 시대적인 특징을 볼 수 있다. 불상 뒤에는 광배를 꽂았던 구멍 자리가 남아 있다.

이 불상은 이상적인 인체를 상징하는 이상적 사실주의 양식으로 온화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불상으로서, 석굴암감실보살상·굴불사북면보살상·용장사장륙존상(茸長寺丈六尊像)·삼릉계석불좌상·칠불암사면불상 등과 친연성이 강한 8세기 중엽의 양식적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758년(경덕왕 16년) 김경신(金敬信)의 외가에서 중창하고 석탑을 조성하였다는 석탑 기단부에 새겨진 조성기(造成記)의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석탑과 함께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석불과 석탑은 뒤에 원성왕이 된 김경신이 왕이 되기 전, 외가에서 조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758년에 조성된 것이 확실하다면 신라 조각사의 편년에 절대적인 자료로서, 신라 조각 최성기의 양식을 반영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도로 및 지도정보는 남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