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3.jpg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불상. 전체 높이 7.5m. 신체 높이 5.8m, 머리 높이 1.7m.

거대한 불상으로 해인사를 뒤로 돌아 가야산 상봉으로 올라가는 길옆에 있는 바위에 새겨져 있다. 너비 3.1m의 바위를 약간 다듬어 자연 광배를 만들고, 두광과 불신을 고부조(高浮彫)로 조각하였다. 발 아래는 대좌를 마련하였다.

둥글고 넓은 어깨는 당당하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올리고,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손바닥이 보이게 하였다. 왼손은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가슴에 대어 손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은 두 손은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처리하여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건장한 어깨에 걸쳐진 통견(通肩)의 법의(法衣)는 두꺼워서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았다. 왼쪽 어깨에서 매듭지어져 고리로 붙들어 매어진 독특한 착의법은 고승의 영정(影幀)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장보살상을 위시하여 불상의 법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슴을 넓게 드러낸 법의가 U자형으로 주름 잡혀 하체로 내려간다.

아래 군의(裙衣) 자락은 발목으로 내려오면서 넓어졌고 역시 좌우대칭으로 물결 주름을 형성하고 있다. 법의 안에는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끼어 입은 승가리(僧伽梨 : 승려가 입는 붉은 빛의 큰 예복)가 나타나고 승가리를 묶은 띠가 표현되어 있다. 머리 뒤에는 단순한 원형 두광(頭光)이 있을 뿐이다. 이들을 지탱하는 자연 광배가 신광(身光)의 구실을 겸하는 것 같다.

얼굴과 두 손은 정교한 반면, 두발(頭髮)과 대좌는 간략히 처리하였다. 이 마애불입상은 미소가 없는 둔중한 얼굴에 눈초리가 치켜지고 융기된 인중, 두꺼운 입술, 턱 주름이 묘사되었다. 반면에 소발의 머리에 뚜렷한 큰 육계, 어깨에 닿은 긴 귀, 당당한 어깨, 건장하나 평판적인 가슴의 승가리를 묶은 끈 등에서 백률사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제28호)과 비교된다.

이상과 같이 이 불상은 각 부분의 표현이 힘 있고 당당하면서도 세부 수법에서 세련된 면이 보인다. 더욱 두꺼운 통견의 옷주름 선에 부분적으로 선각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려한 면이 보여 9세기경에 제작된 마애불입상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