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를 타고 / 이 보 숙

사랑은 비를 타고 / 이 보 숙 비오는 창밖은 느리게 돌아가는 슬로우 비디오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느림의 여유가 있어 비가 좋아요 엄마가 든 파란 우산 아래로 노란 장화의 물방울 튀기며 앵무새처럼 조잘조잘 대는 아기 아기집 버스를 기다리고 있나봐요 아기의 우산을 펴주려나 저런저런 엄마등이 다 젖고 노란 우산이 활짝 펴졌네요 꼭 노오란 병아리가 종종종종 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넘치는 풍경이에요 버스가 왔네요 선생님이 버스에서 내리자 아기는 정중하게 배꼽 인사를 하고 선생님 손에 이끌려 버스에 타고 가네요 엄마한테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면서 오랫동안 가슴이 따뜻한 풍경 사랑은 비를 타고 오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