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에 가면 좋은 날
(1)불교의 명절날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날
이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헤매이면
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가엾게 여겨 이 세상에 오신 날이다. 이
날은 음력으로 四월 초파일이니 모든 중생들이 경축하고 환희하며,
부처님은 은혜를 입게 되는 날이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날
이 사바 세계에 태어나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리 인간이 걸
어가고 있는 길을 똑같이 걸으시고 난 뒤, 이제 그 괴로움의 길에
서 벗어나 해탈의 도를 이루신 날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실 때는 싣달타 태자의 몸으로 오셔서 우리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하신 뒤 수도의 길에 들어서서 인간의 괴로
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깨달음의 도를 성취하신 부처님이 되신 날이
다. 음력으로 12월 8일이니 이 날을 『성도재일』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도를 이루시어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제도
하기 위하여 45년 간이라는 긴 세월을 교화하시다가 열반(涅槃-入
滅)하신 날이다. 음력으로 2월 15일이니 육신의 몸으로 오셨던 부처
님께서 육신의 몸을 떠나 영원한 진신(眞身)으로 돌아가신 날이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날
출가일은 음력 2월 8일이니 싣달타 태자로서 공중 생활을 하다
가 인간의 고통의 근본을 밝히고 고뇌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길을
찾고자 용감히 집을 떠나신 날이다. 이는 곧 진리를 향하고 바른
법을 얻기 위한 출발이라 성스러운 날인 것이다.
우란분재일
또한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하시면서 현재 이 세상에 살아 있
는 중생뿐만 아니라 지옥에 떨어져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중생
들을 위하여 구제하고 천도하는 가장 좋은 날로 우란분재일, 7월
백중날(15일)을 말씀하셨다.
(2)법회가 있는 날
절에는 법회가 있다. 위에서 말한 불교의 명절 날에는 반드시 법
회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뜻 깊은 날에 법회가 열리고 있
으니 법회가 있는 날은 절에 가는 것이 좋다.
법회는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정기 법회와 특별한 날에 열리는
특별 법회가 있다.
정기 법회
정기적으로 매월 관음재일(음 24일)에 열리는 관음 법회, 지장
재일(음 18일)에 열리는 지장 법회,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일요 법
회, 또 특별한 날을 정하여 열리는 법회 등 각 사찰에 따라 정기적
으로 개최되는 법회 날이 있다.
특별 법회
특별 법회는 불교의 명절날이나 또는 특별히 지정된 날에 열리
는 법회가 있으니 방생 법회, 대승보살계 법회, 예수재, 백일기도
등 법회가 있다.
이러한 법회 날에 절에 가면 좋은 날일 뿐만 아니라 불교 신도
로서는 당연히 가야 되는 날이다.
(3)평상시 자기 마음에 우러나는 날이면 좋은 날
한 해가 시작되는 정월, 또는 그 달이 시작되는 초하룻날 또는
집안 식구의 생일날, 조상들의 제삿날, 결혼식 등 집안에 애.경사가
있는 날이나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오리고 싶은 날, 부처님의
가피를 원할 때, 새로운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어느 날이든 마음에
우러나는 날이면 모두 좋은 날이 된다.
자칫, 절에 가면 좋지 않은 날이 있다고 하여 가리고 기피하는
경우가 있으나 좋은 일을 당하여서보다 좋지 않은 일을 만났을 때
절에 가는 것이 더욱 의의가 있을 것이다.
2. 사월 초파일
사월 초파일 하면 불교를 믿지 않는 한국인일 지라도 부처님 오
신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
우리 불자(佛子)들은 부처님 오신날 봉축 행사를 통해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린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손에 손에 연등을 들고 펼쳐
지는 제등행렬은 이 땅이 불국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해 주
고 축제 분위기의 절정을 이룬다.
인도 가비라성 정반왕의 태자로 태어나신 싣달타 태자의 탄신일
인 것이다.
온 천지에 기쁨이 쌓였던 이 때에 태자는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사자후(獅子吼)를 하셨다고 한다. 이는
이 세상 모두를 뒤져도 나보다 높은 것이 없다고 하는 말씀이다.
신이 우리 인간을 창조하고 우리를 지배하고 계시다는 생각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어 온 것이다. 그래
서 신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이 인간들의 종교적 신앙이었던
것이다.
신(神)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신과 인간의 중간에
있는 신관(神官)의 위력에 의해서 신의 은총을 받게 된다는 신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저 높은 하늘 위 어디를
뒤져도 인간을 창조하신 신, 인간을 지배하는 신이 있을 수 없다고
갈파하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신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필요가 없고 신관들의
횡포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로 이것은 서양의 중세적
암흑을 벗고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게 된 르네상스
(Renaissance)와 같은 일이 2500여년 전에 일어난 것이다. 이것을
법화경에서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고 말씀하신다.
"한 큰일의 인연" 때문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한
다. 중생들에게 여래지견(如來知見)을 열어서 보이고 그 지견을 깨
달아 들게(入) 하심인 것이다. 곧 성불만이 부처님의 뜻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깨달음은 절대 자유의 경지다.
3. 미리 준비해야 할 것
(1)마음의 준비
우리 인간의 마음은 극히 요사스럽고 변덕스러운 것이다. 조금
만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짜증내고, 슬퍼하고, 성내고, 괴로워하며,
노여워하기 쉽고, 조금만 좋은 일이 있어도 기뻐하고 환희하고, 들
뜨고 날뛰는 일이며 그 뿐인가, 전혀 아무런 노력도 없이 가당찮은
요행과 헛된 꿈을 가지기 쉽다. 이렇게 번잡스러운 것이 우리들 인
간의 마음인데 이러한 마음들을 거두어 잡아 안정시켜야겠다는 마
음을 내는 것이 마음의 준비다.
다시 말해서, 좋지 않은 일이나 괴로움이 있을 때 '그것을 벗어
나 본래의 안정을 찾아야겠다.'고 하는 마음, 좋은 일, 기쁜 일이
있을 때 '이 기쁨이 쉬이 사라지지 않게 더욱 공덕을 쌓아야겠다.'
고 하는 마음, 이러한 원(願)을 세우는 것이 마음의 준비다.
그저 구경 삼아, 관광 삼아 또는 호기심이나 요행심을 가지고
둘러보듯하는 마음의 자세에서는 아무것도 얻는 바 없게 된다. 그
러나 더러 마음의 준비없이 절에 들렀다가도 신심을 일으켜 진정한
마음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절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일으켰을 때 우리는 잡스러운
일들을 제치고 마음을 가지런히, 차분히 원을 세우는 마음의 준비
가 필요하다.
(2)단정한 몸가짐의 준비
절에 가는 일은 한갓 유흥의 일이 아니다. 단정한 몸가짐이 있
어야 하는 것이다. 남에게 돋보이려고 화려하고 사치스러움이나 또
는 보기에도 민망스럽고, 흉하고, 지저분한 몸가짐이어서는 안된다.
옛분들, 또 지극한 신심을 가진 분들은 미리 목욕 재계하는 정
결한 준비까지 하였다. 특별한 차림을 준비할 필요는 없으나 평소
의 차림에도 단정하고 정결한 몸가짐으로 절을 찾아야 한다.
이는 단정한 몸가짐에 진실된 마음이 깃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산이나, 관광이나 다른 일들을 하다가 절에 갈 경우에는
그대로의 복장이어도 상관없다. 다만 어떠한 차림이라 할 지라도
단정하게 하려는 몸가짐이면 된다.
또 몸이 불편하고 환부가 있고, 생리 등이 있어 불결하므로 갈
수 없다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 몸뚱이는 본래 부정(不
淨)한 것이 아닌가!, 오히려 생긴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몸을 가지
고 거리낌을 갖는다면 마음의 준비가 덜된 일인 것이다.
(3)공양물(供養物)의 준비
절에서는 거룩하신 부처님과 법보와 승보에 공양을 올리게 된
다. 공양에는 여러 공양이 있는데, '나는 오늘 어떤 공양을 올릴
것인가'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미 '공양의 종류'에서 밝혔지만 향(香).등축(燈燭).꽃.다과(茶
菓).공양미(供養米) 등이 있고 사사공양(四事供養)이 있으며 또 삼종
공양(三種供養)이 있으나 처음으로 절에 찾아갈 때는 어떠한 공양
물을 준비하여도 좋다.
한 가치의 향이나, 한 자루의 촛불도 좋지요. 또 할 수 있다면
모두를 준비하여도 좋다. 많고 적음에 관계가 없고 더불어 아무런
공양물의 준비없이도 갈 수 있다. 절을 하는 예경도 공양이기 때문
이다.
(4)목적 행사에는 사전 협의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행사를 하기 위해 갈 때에는 그에 따른
준비에 대해서는 사전에 사찰 측과 상의가 있어야 한다. 특별히 불
공을 드리는 일이나 제사를 지내는 일 등에는 그에 따른 최소한의
시간과 물품들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좋은 향초며, 잘 익은 과일이며, 깨끗한 공양미의 준비에는 우리
들의 마음과 정성이 깃들여지게 되기에 이미 준비하는 과정에서부
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물건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다 할 수는 없는 것이나, 마음의 표시는 최소한 정성 들여
진 물품의 준비로써도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알아두어야 할 인사법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빼 놓을 수 없는 일이 인사다. 사람
으로서는 꼭 해야할 일이기에 인사(人事)요, 지켜야 할 예절이 인사
이기에 이런 사람의 하는 일, 지켜야 할 예절을 차리지 못하고 정
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인사불성(人事不省)이라 하지 않는가! 인사에
는 눈인사, 묵례(默禮), 악수(握手), 포옹(抱擁) 등 여러 가지가 있으
나 절에서 하는 인사는 합장(合掌)이다.
(1)합장(合掌)
합장의 뜻은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의 표시이기도 하며 흩어진 마
음을 한데 모아 일심(一心)이 되는 거룩한 모습이다. 또 갈라진 것
을 한데 모아 하나로 돌아간다는 뜻이니 정신과 육체, 나와 남, 부
처와 중생, 이상과 현실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 몸에는 신비로운 영기(靈氣)가 있고 심장을 박동 시키
는 양,음의 전기가 있다고 한다. 두 손에 흐르는 이러한 기운을 하
나로 합하여 서로 원활한 교류를 시킴으로써 우리 몸의 활성화를
촉진시키게 된다는 의학적인 견해도 있다.
합장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개 연화합장(蓮花合掌)이라 하여
연꽃 봉오리처럼 두 손을 합하는 것이다. 두 손이 융합된 믿음과
조화(調和), 근본(體)과 활용(用)이 하나가 되고, 지혜와 복덕이 구
족해져 진정한 행복을 가져오는 인사법인 것이다.
합장을 할 때 손가락만 합하고 손바닥을 합하지 않는 것은 마음
이 거만하고 생각이 흩어져 겉 시늉만 하는 때문이라 꺼리는 것이
다.
만일 서로 주먹을 쥐고 주먹끼리 맞대거나, 손가락질하는 모습들
로 인사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불행해질 것인가!
(2)오체투지(五體投地)
우리가 서서 간단히 합장하며 허리를 굽혀 하는 인사를 합장 반
배(合掌半拜)라 하고 큰 절을 드릴 때는 오체투지의 인사법으로 한
다.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절은 최상의 경례법이다. 우리 몸의 다섯
군데를 땅에다 던져 예를 올리는 것이니 다섯 군데란 양쪽 팔, 양
쪽 무릎, 그리고 이마다.
세상에서는 흔히 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짚고 머리를 숙여 인
사하나 오체투지의 인사법은 꼭 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땅에 대며
이마를 땅에 닿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엉덩이가 높아지지 않게 온 몸을 땅에 붙이듯이 엎드려
절하는 것이니 이 오체투지의 예법이 가장 경건한 예법이어서 자신
을 극도로 낮추고 상대방에게 가장 큰 존경을 바치는 것이다.
절하는 사람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교만한 마음이 한구석에라도
숨어 있으면 그것은 비록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진정한 절이 아닌
것이다.
육조 혜능 대사 앞에 절하는 스님이 머리가 땅에 닿지 않으므로
나무라신 일이 있다.
"절이란 본래 교만하고 거만함을 꺾는 것인데 어찌하여 머리가
땅에 닿지 않느냐? 나(我)라는 것을 내세우면 죄가 생기고 제 공로
를 잊으면 그 복이 한량없느니라." 하셨다.
열어보신 님들은 모두 성불하옵소서~
*연인사 道窓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