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83.jpg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보원사지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9m.

 

보원사(普願寺)터 서쪽의 금당터 앞에 세워져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보원사는 백제 때의 절로 사찰에 대한 역사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1959년 국보 제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상이 발견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절터에는 이 탑 외에도 법인국사보승탑(法印國師寶乘塔)과 탑비, 당간지주, 석조 등이 남아있어 당시 사찰의 규모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2층기단 위에 오층의 탑신(塔身)을 형성하고 정상에 상륜(相輪)을 올린 일반형 석탑이지만 부분적으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여러 장의 판석으로 짜여진 지대석(地臺石) 위에 기단부를 구성하였는데, 하층기단 면석에는 2개의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가 새겨졌으며 2개의 탱주(撑柱 : 받침기둥)로 3분한 구간에 사자상(獅子像)을 돋을새김하였다.

 

하층기단 갑석 상면에는 낮은 2단의 굄대를 마련하여 상층기단을 받고 있는데 각 면에는 2개의 우주가 새겨져 있고 탱주로 양분한 각 면에는 팔부중상(八部衆像) 1구씩을 조각하였다. 특히 하층기단의 사자는 각기 그 방향과 형상이 다르며 사실적인 조각수법을 보이고 있어 통일신라시대 조각양식과 수법을 잘 계승하고 있다.

 

상층기단 면석의 팔부중상의 조각 또한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을 잘 계승하고 있는데, 구름 위에 꿇어앉아 각기 지물(持物)을 잡고 있는 양쪽 손이나 얼굴의 표정, 몸을 덮고 있는 의문(衣文)이나 공중에 날리는 옷자락의 표현 등은 유려하기 이를 데 없다. 천수상(千手相)에 있어서도 가슴의 영락(瓔珞)과 합장한 양쪽 손의 조각은 통일신라 말기의 작풍이 나타나 있다.

팔부중사 상층기단의 갑석은 평평하며 하면에는 아주 얕은 부연(副椽 : 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표시되었다. 갑석 상면에는 굄대를 각출하지 않고 널찍한 1단의 판석을 끼워 탑신부를 받고 있어 고려시대에 이르러 나타나는 굄석 삽입을 보여준다.

탑신은 탑신석을 각기 1석씩으로 조성하였는데, 초층 탑신석(塔身石)은 4매 판석으로 짜여졌으며 각 층은 우주가 정연하다. 옥개석은 하면에 4단의 받침을 얕게 조각하였으며 상면에는 얕은 굄대를 마련하여 그 위층의 탑신석을 받고 있다.

 

각 층의 옥개석은 얇고 넓게 퍼져서 백제탑 계통의 양식을 따랐음을 알 수 있다. 처마는 완만한 곡선을 보이고 네 귀퉁이 전각(轉角)의 반전(反轉)도 뚜렷하여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각 층 탑신은 상하기단의 조각에 비하여 별다른 조식은 없으나 초층 탑신 각 면에 문비형(門扉形)이 새겨져 있다. 상륜부는 정상에 노반석(露盤石)이 놓였고 그 위에 긴 찰간(刹竿)이 꽂혀 있을 뿐 다른 부재는 남아 있지 않다.

 

보원사는 본래 백제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고려시대 초기에 이르러 중창되었다고 전하는데 이 석탑은 사찰을 중창했을 때 함께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