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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임실에서 시작해 광양으로 이어지는 154km 섬진강 자전거 길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산과 들을 거쳐 바다로 흐르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강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또한 큰 오르내림이 없는 섬진강 자전거 길은 편안하다. 세상의 모든 강과 마찬가지로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완만한 내리막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자전거 길 종주는 상류에서 시작하는 것이 체력 소모가 적다.
시작지점은 섬진강댐이다. 하지만 댐을 다녀오려면 임실군 강진면에서 약 5km 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섬진강 종주는 강진면에서 가까운 강진교에서 시작한다. 섬진강댐 인증센터도 그곳에 있다. 강진교에서 출발해 찻길을 타고 잠시 가다 보면 왼쪽으로 자전거 길로 내려서는 진입로가 보인다. 본격적인 강변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후 한동안 섬진강과 나란히 자전거 길이 이어진다.
- ▲ 섬진강 자전거 길과 나란히 이어진 레일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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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는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의 진메마을을 지나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잘 단장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타난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전망데크를 지나 한참을 달리면 이색적인 현수교인 세월교가 나타난다. 바로 밑은 물에 패인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강바닥에 깔려 있는 장군목이다. 다리를 건너 하류로 잠시 내려가면 숙박시설을 갖춘 마실휴양단지에 도착한다. 오토캠핑이 가능하다.
마실휴양단지 이후 한층 넓어진 길을 따라 구미교를 지나면 순창군 적성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자전거 길은 찻길과 합류되어 내월삼거리까지 긴 오르막을 형성한다. 삼거리에서 U턴하듯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완만한 고개를 넘으면 내월리로 내려선다. 이후 구남마을과 괴정마을 옆의 둑을 따라 가다 바위 절벽이 인상적인 체계산 자락을 지난다. 여기서 길은 강둑을 따라 적성면과 유동면소재지를 지난 뒤 향가터널로 이어진다.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으로 단장한 향가터널을 지나면 폐 교각을 활용해 새롭게 지은 다리를 지난다. 다리 중간에 설치된 유리전망대에서 섬진강을 조망하는 재미가 남다른 곳이다. 터널을 지나 강을 건너면 곡성군이다. 높은 둑 위에 조성된 자전거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강 건너편에 거대한 금호타이어공장이 눈길을 끈다. 코를 찌르는 고무 냄새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 ▲ 1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을 따르며 캠핑을 즐기고 있다. 2 광양 배일도 수변공원에서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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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한창인 청계동 오토캠핑장을 지나 곡성 시가지에 가까워지면 길은 섬진강 양안을 따라 갈려 나간다. 곡성역이나 섬진강 레일바이크를 구경하려면 강 서쪽의 찻길을 따르면 된다. 강 동쪽 산자락에 조성 중인 자전거 길은 한결 호젓한 편이다. 길은 곡성 청소년야영장과 섬진강 출렁다리, 기차마을펜션, 섬진강 천문대 등이 있는 두가지구에서 만난다.
곡성 섬진강 천문대에서 매운탕집이 몰려 있는 구례구역까지 약 12km 찻길 구간 주변은 온통 벚꽃이다. 또한 구례구역을 지나 사성암이 있는 오산 아래 동해마을 도로 주변에도 커다란 벚나무가 가득하다. 구례 벚꽃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봄꽃이 필 시기면 언제나 많은 이들로 붐빈다.
구례에는 시가지 쪽으로도 자전거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남쪽 둑 위로 이어진 길을 따르는 것이 확실하다. 북쪽 구례 시가지 길을 이용하면 운조루와 용호정 등을 볼 수 있지만 이정표가 부실해 초행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구례 시가지 남쪽 둑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문척면과 간전면을 지나 섬진강 어류생태관까지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어류생태관을 지나면 찻길 구간이 시작된다. 861번 지방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5km 정도 가면 강 건너 화개장터가 보이는 남도대교 앞에 서게 된다. 매식을 하려면 다리를 건너 화개장터로 가는 것이 낫다. 섬진강 남쪽의 광양 땅을 지나가는 자전거 길 주변에는 식당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남도대교를 지나면 찻길과 나란히 반듯하게 단장한 자전거 길이 나 있다. 바로 옆으로 섬진강의 넓고 하얀 모래밭을 보면서 달릴 수 있다. 다압면과 매화마을을 지나면 하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 섬진교가 보이고 자전거 도로는 그 밑을 통과한다. 이후 평탄한 강둑을 따라 15km 정도 진행하면 섬진강의 끝인 망덕포구에 도착한다. 여기서 태인대교를 넘어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5km를 더 가면 섬진강 자전거 길이 모두 끝난다.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공원에서 종주를 마칠 수 있다.
- ▲ 섬진강 종주자전거 길 배알도수변공원~섬진강댐 15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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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방법
상류인 섬진강댐에서 종주를 시작하려면 버스를 이용해 임실이나 순창까지 간다. 서울 강남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9:30, 10:30, 13:30, 14:45, 6:10) 순창행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요금 1만5,900원. 3시간 20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임실행 시외버스가 하루 18회(06:30~19:10) 운행한다. 요금 1만3,000원. 3시간 30분 소요.
임실과 순창 사이를 30~5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전주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 포함)를 이용하면 자전거 길 종주기점인 강진면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짐칸이 작은 버스가 배차되면 자전거를 싣기 어려워 이용이 곤란할 수도 있다. 임실이나 순창에서 국도를 타고 강진면까지 갈 수 있으나 차량 운행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으로 출발지점까지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섬진강 자전거 길 하류 방면의 종점인 광양은 전국 각지로 고속버스나 시외버스가 운행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종주를 마친 경우 광양에서 버스로 귀가한다. 광양에서 서울 동서울터미널까지 하루 14회(06:50~22:30) 고속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요금 일반고속 2만1,200원, 우등고속 3만1,500원. 3시간 50분 소요.
섬진강 자전거 길 주변의 캠핑장
섬진강 자전거 길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은 많다. 하지만 식수를 구할 수 있고 화장실이 가까운 곳은 손꼽을 정도다. 상류부터 보면 섬진강 댐에서 20km 지점의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가 있다. 이곳에는 펜션 3동과 오토캠핑장 12개 등의 시설을 갖췄다. 야영객을 위한 별도의 샤워실과 화장실, 취사실이 있다. 커다란 야영데크 이용료는 1박에 주중 2만5,000원, 주말 3만 원이다. 문의 063-653-9688.
상류 기점에서 약 40km 거리의 향가유원지와 55km 거리의 남원시 상귀리에 오토캠핑장이 조성되고 있다. 아직은 편의시설은 이용할 수 없지만 텐트를 칠 만한 공간은 많다. 곡성의 청소년야영장은 상류에서 83km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취사장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야영장이다. 홈페이지 www.gscamp.com 문의 061-362-4186.
곡성을 지나면 광양 배알도 유원지까지 시설을 제대로 갖춘 유료 캠핑장은 없다. 하지만 화장실이 있는 구례군 유곡리 강변 유원지(90km 지점)와 구례읍 문척교 근처의 둔치(100km 지점), 광양 매화마을과 섬진강교 사이의 강변 잔디밭(135km 지점) 등이 야영지로 적합하다. 종점인 광양 배알도 수변공원에서도 캠핑이 가능하다.
명소
1 김용택 시인 생가 전남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 진메마을에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의 생가가 있다. 섬진강 자락에서 태어난 그가 교편을 잡고 살며 강을 소재로 시를 쓴 곳이다. 자전거 길에서 멀지 않은 마을 안에 생가가 있어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진메마을부터 천담, 구담마을 등으로 이어지는 강변 자전거 길 옆에 그의 시를 새긴 빗돌이 여럿 세워 뒀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그의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 향가터널 순창군 풍산면에 있는 향가터널은 섬진강 자전거 길 중에 가장 풍치가 특이한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터널로 개통을 앞두고 광복을 맞으며 철도가 연결되지 못했다.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섬진강 자전거 길로 새롭게 태어나며 명소로 변신하게 되었다. 터널 길이는 380m로 폐철도 교각을 이용한 자전거 길 또한 볼거리다. 다리 중앙 바닥에 강화유리를 설치해 강물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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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곡성 기차마을 ‘섬진강 기차마을’로 잘 알려진 옛 곡성역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가정역까지 약 10km 구간을 달리고 있는 증기기관차는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던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곡성 시가지를 돌아볼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4 섬진강 레일바이크 옛 철길이 남아 있는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km 구간에서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자전거 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레일바이크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구 곡성역에서 섬진강 기차마을 내의 공원을 한 바퀴 순환하는 2.4km의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코스도 있다.
5 곡성 섬진강천문대 곡성 청소년 야영장에서 캠핑할 경우 바로 옆에 자리한 섬진강천문대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의 신비를 감상할 수 있다. 오후 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개장하며, 주간에는 태양을, 야간에는 별자리를 관측하게 된다. 천체투영실에서는 천체 관련 영상물을 상영하고 별자리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홈페이지 http://star.gokseo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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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구례구역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을 찾는 산꾼들의 나들목 역할을 하는 열차역이다. 행정구역상 순천시 황전면에 위치하나 지리적으로 구례군 도심권에 근접해 있다. 그래서 이름이 구례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의미의 ‘구례구역’(求禮口驛)이다. 섬진강 자전거 길이 역 앞을 거쳐 지나간다.
7 섬진강 어류생태관 구례읍에서 멀지 않은 간전면의 섬진강 자전거 길 옆에 위치했다. 섬진강의 어족자원을 연구 보존 전시하기 위해 만든 대형시설이다. 주요시설로 전시동, 기획전시실(다목적실)과 야외행사장, 민물고기학습장, 지피정원·피크닉정원·하늘 정원, 생태연못 등이 있다. 그밖에 치어를 생산·전시·방류하는 시설도 갖췄다. 관람시간은 09:00~18:00이다.
8 화개장터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 위치한 ‘화개장터’는 한국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이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두 지역의 경계선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의 5대 재래시장으로 꼽힌다. 현재 복원된 화개장터는 옛 시골장터의 모습을 원형 대로 재현한 것이다. 시끌벅적한 장터 분위기를 경험하려면 방문지 목록에 올려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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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하동 송림 경상남도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의 섬진강변에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보호되고 있다. 1745년(영조 21) 당시 도호부사(都護府使) 전천상(田天詳)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을 목적으로 섬진강변에 심었다고 전해 온다. 750여 그루의 노송이 이룬 숲이 장관이다. 하동 송림을 보려면 광양 땅의 자전거 길에서 섬진강교를 넘어야 한다.
10 망덕포구 섬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광양시의 진월면 망덕리 일대에 위치한 포구다. 벚꽃이 피는 봄에는 ‘벚굴’로 유명하며, 9월에는 전어축제가 열린다. 횟집이 밀집해 있어 먹거리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섬진강을 자전거로 종주하고 축하 파티를 벌이기 좋은 장소다.
맛집(지역번호 061)
구례 동아식당 가오리찜 구례 동아식당은 서민들이 자주 찾는 선술집 같은 식당이다. 주 메뉴는 가오리찜이과 돼지족탕.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이곳의 매력이다. 묵은지와 두부, 달걀프라이 등 푸짐하게 차려내는 밑반찬으로도 배가 부르다. 노란 주전자에 담긴 게르마늄이 함유된 구례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가오리찜 대 3만 원. 문의 782-5474.
곡성 수궁가든 참게탕 섬진강의 은어와 참게를 맛볼 수 있는 30년 전통의 식당. 압록유원지에서 은어와 참게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다. 남도전통음식 명인으로 지정된 김혜숙씨가 운영하고 있다. 참게탕 3만5,000~5만5,000원.
곡성 천문대에서 예성교를 건너 압록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압록교 건너 지나자마자 우회전. 문의 363-4633.
광양 풍성복집 졸복회 망덕포구에 위치한 횟집. 졸복회와 졸복탕이 전문. 졸복은 일명 ‘쫄병 복어’. 복어는 복어인데 크기가 작아 회를 떠도 두어 점 나오는 게 고작이다. 맛은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다. 졸복탕은 맑은 국물 맛이 시원하다. 봄이면 벚굴, 가을에는 전어도 맛볼 수 있다. 망덕 해변 중간 지점. 문의 772-5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