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정

아이가 산만해요. 그 현상과 원인은?

문성식 2014. 11. 7. 19:31


    아이가 산만해요. 그 현상과 원인은? “우리 아이는 주의가 너무 산만해요.” 좋아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거나 오락을 할 때는 몇 시간이라도 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공부를 하라면 자주 밖으로 나와 화장실에 가고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여닫고 물을 마신다. 받아쓰기를 시키면 받침을 빼먹거나 소리나는 대로 쓴다. 산수 문제를 풀 때는 기호를 자세히 보지 않아 덧셈을 해야 할 것을 뺄셈을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하면 학부모는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하지만 부모 마음에 꼭 들도록 차분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개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요구하는 만큼 집중력이 좋지 않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집중하는 시간은 기껏해야 10~15분 정도다. 때문에 아이가 좀 산만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나아진다. 문제는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유별하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다. 서울학습장애센터의 한 상담사례를 보자. 초등학교 6학년인 진우(가명)는 부모와 교사한테 반항적이다. 어려서부터 주의가 산만해 자주 넘어지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많이 다쳤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해 손을 꼼지락거리거나 다리를 떠는 행동을 보였다. 수업시간에도 혼자서 딴짓을 하고 준비물도 자주 잊어버리고 챙겨가지 않아 야단도 많이 맞았다. 자연히 공부를 하기 싫어했고 성적은 떨어졌다. 하지만 컴퓨터 오락은 아무리 어려운 게임이라도 집중해 척척 해냈다. 어머니는 이런 진우한테 매를 자주 들었지만 진우의 산만함은 도를 더해갔다. 서울학습장애센터의 신현균 센터장은 “진우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는 부주의하면서 한 과제를 끝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몰두하는 능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또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하려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하지 못해 충동적인 행동과 실수를 많이 한다. 이런 아이들은 뜻밖에도 많다.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 학생의 2~20%가 이런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교실에서 3~4명 정도는 이런 장애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서울 수락초등 이용환 교사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 가운데 주의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 아무렇게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를 관찰해 주의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우선 전문가와 상담하고 정밀한 심리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조금만 노력하면 이를 고칠 수 있는데도 그냥 지나칠 경우 고학년 때에는 주의력 부족이 이미 굳어져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지나치게 산만하든 혹은 주의력 결핍 장애에 해당하든 이를 고치는 데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고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칭찬과 보상'을 추천한다. 신 센터장은 “주의력이 떨어져 산만한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칭찬을 적게 받고 야단을 많이 맞는다”며 “학교와 가정에서 이런 대우을 받으면서 `될대로 되라' `나는 본래 그런 아이야' 식으로 생각해 더욱 나빠진다”고 말했다. 대개 부모들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산만한 아이일수록 그래서는 안된다는 애기다. 산만한 아이를 둔 부모들은 흔히 눈씻고 아이의 행동을 봐도 칭찬할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칭찬거리를 찾지 못할 뿐, 아이 스스로는 노력하는 행동들이 있다. 아이가 집에 일찍 들어오고 동생과 항상 싸우다가도 어쩌다 잘 놀아줄 때, 그때를 놓치지 말고 칭찬을 하면 된다. 조금이라도 잘한 행동을 칭찬해주면 아이는 칭찬받을 행동을 하게 되고, 비난받는 아이는 비난받을 행동을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보상도 아이의 주의력을 높여주는 효율적인 도구다. 가령 집중력이 부족해 숙제를 잘 하지 않는 아이가 어쩌다가 숙제를 마쳤을 때 칭찬과 함께 곧바로 보상을 제공하는 게 좋다. 보상은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바람직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전문가들은 보상으로 비싼 물건이나 돈을 줄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 나가 놀기처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행동 등 다양한 보상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2000.04.15 한겨레 신문) 강석운 기자 (ri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