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존재란 가까이 있고, 늘 있으면 그 소중함을 모른 채 지내기 일쑤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계획으로 가까이 있어 아름다움을 잊고 지낸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느낄 기회인 여행하기를 넣어 보는 건 어떨까? 유례없이 춥다는 올 겨울, 그럴수록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을 찾아 추위를 잊는 것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여기,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혹한도 잊을 만큼 멋진 명소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산에 내린 눈은 도시의 것과는 다르다. 눈이 내리자마자 출퇴근을 염려해야 하는 것이 도시의 눈이라면 초가에 조용히 내려 않은 시골의 눈은 솜이불을 얹어 놓은 것처럼 포근하다. 천년의 긴 세월을 이겨낸 소나무가 머리와 마음을 맑게 해준다. 뜨끈한 온천수는 지친 몸에 활력을 충전시킨다. 아산으로 가면 겨우내 무뎌졌던 가슴이 치유되는 듯하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벗고 고향처럼 포근한 아산으로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지붕을 덮은 눈이 포근한 외암민속마을. |
고향처럼 포근한 외암리 민속마을
몸은 도시에 있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는 언제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은 바로 마음 속 고향처럼 따뜻한 곳이다. 다락방에 숨겨둔 보물상자처럼 눈이 소복이 내린 외암리 민속마을은 수줍은 새색시마냥 초가굴뚝으로 연기를 모락모락 밀어낸다.
외암마을은 약 500년 전에 마을이 생겼다. 충청도 지역의 고택과 돌담, 정원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중요 민속자료 제 236호로 지정되었다. 특히 5.3km에 달하는 어른 어깨 정도 높이의 돌담길은 저마다 품고 있는 고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명당자리의 기본을 배산임수지형이라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외암민속마을의 자리가 딱 그 형세를 하고 있다. 마을 뒤에는 설화산이 솟아올라 병풍처럼 바람막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 앞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 농사에 어려움이 없다.
시골마을의 설경은 도심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
이곳은 현지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처럼 박제된 민속마을이 아니다. 실제 주민들의 삶이 아름다운 풍광과 생활터전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마을 안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담을 볼 수 있다. 이 많은 돌들은 어디서 왔을까? 대부분의 우리네 돌담이 그렇듯 이것 역시 농지를 개간하면서 걷어낸 돌들을 이용했다. 척박한 농토를 개간하면서 하나하나씩 쌓아올린 것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재 개방된 곳은 종손댁과 참판댁 등이다. 개방된 집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들어가면 큰 실례가 된다. 개인소유의 집인데다 생활의 터전이니 말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기본예의다. 외암리 민속마을에는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민박집과 식당들이 있어 이용에 편리하다. 식당의 메뉴는 시골밥상이 대부분이다.
외암민속마을에서 맛보는 청국장 정식. |
맹사성의 검소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맹씨행단
맹씨행단은 맹씨 집안이 사는 은행나무집을 뜻한다. 고택의 소박함이 우리가 알고 있는 맹사성의 검소한 생활을 짐작케 한다. 맹사성은 조선 초기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흔히 맹사성을 검소한 생활을 하는 명성 높은 학자로 잘 알고 있다.
그의 집 역시 크게 그 뜻을 벗어나지 않을 법한 소박한 분위기다. 어쩌면 그의 유명세에 비해 다소 낡고 허름한 모습이 이곳이 과연 문화재인가, 유적지인가하고 의문을 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마당에 우뚝 선 은행나무를 보는 순간 그 고고한 시간의 흐름을 마주하게 된다.
겨울 햇볕이 따사롭게 들어오는 맹씨행단. |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집이 최영 장군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이웃에 살던 맹사성을 평소 눈여겨본 최영장군이 그를 손녀사위로 삼고 집을 물려주었다고 전한다. 목조로 지어진 살림집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써 최소한 600년이 넘었다.
추운 날에는 박물관으로, 아산 현충사
아산 현충사는 1706년 아산 지역 유림이 숙종에게 상소를 올려 1707년 숙종이 ‘현충사’란 현판을 내린 곳이다. 더욱이 서울에서 태어난 장군이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지냈던 외가가 있던 자리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장군은 이곳에서 혼인을 하였고, 활쏘기를 비롯한 무예와 학문연마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한다.
실제 생활했던 가옥을 복원해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끔 조성해 놓았다. 2011년에 개관한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은 장군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 추운 겨울 실외활동이 어려운 자녀들에게 추천할만하다. 특히 국보 제 76호로 지정된 <난중일기>와 <서간첩>, <임진장초> 등은 챙겨봐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충무공 영정이 모셔진 현충사. |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장군의 묘가 이곳에 조성되어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현충사에는 유독 키 큰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아 장군의 충성심과 절개를 전하는 듯하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동절기에는 오전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곳, 공세리성당
영화를 보다보면 저곳이 어딜까? 하는 의문이 많이 생긴다. 아산 공세리 성당 역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 곳이다. 많은 영화촬영지의 실제 모습이 영화에 나온 것에 비해 상상이하란 평을 받곤 한다. 하지만 공세리 성당만큼은 그렇지 않다. 특히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이어지는 공세리 성당의 풍경은 영화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 유명세 때문에 미사가 없는 주중 오후에는 신자보다 사진가들이 더 많을 정도다.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공세리 성당. |
아산 공세리 성당은 1890년부터 선교를 시작한 성당이다. 수령 350년이 훨씬 지난 느티나무가 이곳을 다녀간 사람 수만큼의 날짜를 세고 있다. 이곳에서 순교한 32명의 순교자들은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와 그 시간을 함께했다. 따라서 믿는 자에게는 공세리 성당이 성지순례지와 같은 곳이다. 더 옛날 조선 성종 때에는 이곳 공세곶에 충청도 일대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저장하는 창고를 만들어 관리하기도 했다.
또한 공세리 성당은 2005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걸맞게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사랑과 야망><에덴의 동쪽> 등이 있다.
겨울에 꽃구경 오세요! 세계꽃식물원
세계꽃식물원은 아이들 체험에 좋은 곳이다. |
세계꽃식물원은 단일 실내식물원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따뜻한 온실에는 사시사철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가득하다. 2004년 개원 이후 매년 3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아산을 대표하는 여행지다.
그래서일까?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은 아산 세계꽃식물원을 참 좋아한다. 추운겨울임에도 화사한 꽃을 구경할 수 있어서다. 귀여운 새들에게 먹이 주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때문에 식물원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들이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꽃이라 불리는 포인세티아가 가득하다. 꽃으로 만든 익살스러운 루돌프 사슴을 배경으로 저마다 기념촬영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은 카페와 허브숍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기분을 좋게 하는 천연방향제와 허브가 들어간 수제쿠키 등을 맛볼 수 있다. 퇴장하는 길에 ‘다육식물(꼬마선인장)’을 선물로 증정한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온천으로 마무리
아산은 온천의 도시다.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이 있다. 먼저 온양온천은 우리나라 온천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다. 고려 때는 온수군이라 하여 온천을 이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조선 세종대왕과 세조, 현종, 숙종 등 많은 왕들이 이곳에 온궁을 짓고 휴양을 즐겼다고 한다.
온천수는 58˚C내외를 유지할 정도로 고온이다. 수질은 약알칼리성으로 피부미용과 부인병에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도고온천은 유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신경통과 류마티즘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온천수의 온도는 25~35˚C를 유지한다. 워터파크 콘셉트의 파라다이스 스파도고가 문을 열면서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겨울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 피곤도 흘러간다. 파라다이스 도고. |
아산온천은 아산에서 가장 늦게 발견된 온천이다. 중수산나트륨이 포함된 알카리성 온천으로 아산 스파비스가 테마형 워터파크시설을 갖추고 영업 중이다. 혈액순환촉진과 세포재생촉진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온양, 도고, 아산 세 곳 중에서 어느 지역을 선택해도 무방할 정도로 주변여건이 좋은 편이다. 특히 소규모 목욕탕에서도 온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여행정보
- 외암리민속마을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 문의 및 홈페이지 : 041-541-0848, http://www.oeammaul.co.kr/
* 입장료 :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입장료 징수시간: 09:00~17:30)
- 맹씨행단 : 충남 아산시 배방읍 중리 300, 1644-2468
- 아산현충사 :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298-1, 1644-2468, www.hcs.go.kr
- 공세리성당 :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 194, 041-533-8181, www.gongseri.or.kr
- 세계꽃식물원 : 충남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 576번지
* 문의 및 홈페이지 : 041-544-0746 www.asangarden.com
* 입장료 : 어른 6000원, 중고생 5000원, 어린이 4000원(홈페이지에서 할인권 출력하면 1000원 할인)
- 유명온천 : 파라다이스 스파도고(041-537-7100), 온양관광호텔(041-545-2141), 온양그랜드호텔(041-543-9711), 아산스파비스(041-539-2000)
중국집짬뽕과 차별화된 대산가든 짬뽕.
- 맛집 : 신창댁(041-543-3928)은 외암리 민속마을 내에 있다. 가정식 백반으로 나오는 시골청국장이 맛있다.
대산가든(041-541-6958)은 홍굴회짬뽕과 집에서 직접 만든 찐만두가 맛있다. 여명회관(041-534-7777)은 온천동에 있으며 20여 가지 재료로 맛을 낸 연잎밥 한정식이 인기 있는 곳이다.
- 숙박 : 외암리 민속마을의 민박을 이용하면 좋다. 홈페이지에서 민박가능한 곳을 선택한 뒤 전화예약하면 된다. 모텔은 온천주변에 밀집되어 있다.
글·사진/임운석 여행작가
임운석은 현재 캠핑카를 타고 ‘주5일 여행제’를 시행중인 여행작가다. 기업체 홍보팀에서 글과 사진을 시작했다. 아내에게 평생 여행만 하자고 약속한 뒤 15년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방송, 월간지, 기업체 사외보 등에 여행칼럼과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사)여행작가협회 여행작가,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여행의 로망, 캠핑카스토리> <경춘선 사계절여행(공저)> 등이며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www.bitbara.com)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