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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적멸보궁 | |
▲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을 받들어 기도하고 예불을 올릴 수 있도록 계단 앞쪽에 세워진 고색 창연한 전각의 전면에는 '金剛戒壇'이란 편액이 달려있고 동쪽 측면에 '大雄殿', 서쪽 측면에는 '寂滅寶宮'이라고 쓰여진 편액이 걸려 있다. |
ⓒ2004 임윤수 |
기업의 규모나 뉴스의 비중을 몇 대로 구분하듯 수많은 절 중에도 통상적으로 삼보사찰, 4대 관음도량, 5대 적멸보궁 등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산사를 찾아 혼탁한 심신에 자정의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만 비중 있게 분류되는 성지를 한번에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 동안 어느 매체에서 삼보사찰이나 4대 관음도량, 5대 적멸보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였던 적이 있었나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일년 가까이 산사를 소개해 온 입장에서 끝마무리로 이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 삼면에 각각의 편액을 달고 있는 전각 뒤쪽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통도사 금강계단이 있다. |
ⓒ2004 임윤수 |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은 불가에 있어 성지 중의 성지다. 부처님 생전에는 별도의 법당도 경전도 필요 없었을 거다. 부처님이 머물고 설법을 하면 그곳이 곳 법당이고 경전일 테니 말이다. 불교는 '스스로 깨우침'을 지향하는 종교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다 보니 심신과 눈을 통해 깨우침을 주고 심신의 의지처를 찾게되니 이런저런 형태의 불상과 불구가 등장하여 안내자며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부처님의 진신사리야말로 최고의 신앙대상일 수밖에 없다.
▲ 적멸보궁에는 별도의 불상을 모시지 않고 방석만 준비되어 있다. 뒤쪽 어딘가에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것이다. 정암사 적멸보궁 내부의 모습이다. |
ⓒ2004 임윤수 |
적멸보궁은 부처님 몸체에서 나온 불사리를 모신 곳이니 석가모니 진신이 상주해 계신 것을 의미한다. 부처님 진신을 모신 것을 상징하는 곳이니 법당에는 별도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佛壇)만 있는 게 적멸보궁의 외형적 특징이다.
적멸보궁엔 불상이 별도로 모시지 않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적멸보궁을 들렸다 방석만 덩그러니 놓여진 걸 보고 조금 황당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적멸보궁 바깥쪽 어딘가에 사리탑을 세우거나 계단(戒壇)을 만들어 봉안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방석이 놓여진 뒤쪽에 창이 나 있는 경우 그 창을 통하여 사리탑이나 계단을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 정암사엔 칠보 중 하나인 마노석으로 쌓은 수마노탑이 있고 이곳에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
ⓒ2004 임윤수 |
통도사는 일주문을 지나 안쪽 깊숙한 곳에 대형 금강계단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해 삼보사찰 중 불보종찰이 됐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을 받들어 기도하고 예불을 올릴 수 있도록 계단 앞쪽에 세워진 고색 창연한 전각의 전면에는 '金剛戒壇'이란 편액이 달려있고 동쪽 측면에 '大雄殿', 서쪽 측면에는 '寂滅寶宮'이라고 쓰여진 편액이 걸려 있다.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 말사인 상원사 중대의 적멸보궁은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의 주처'라는 생각에서 부처님 사리를 모신 성지다. 이곳 적멸보궁의 불사리는 어디에 봉안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다만 보궁 뒤에 1m 높이의 판석에 석탑을 모각한 마애불탑이 상징적으로 서 있을 뿐이다.
▲ 해발 1224m지점에 있는 봉정암의 야경이다. 대 여섯 시간동안 어렵게 올라온 성지니 만큼 철야기도를 하느라 경내의 불이 밤새 꺼지지 않는다. |
ⓒ2004 임윤수 |
영월에 있는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은 대웅전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다. 보궁 뒤에는 진신사리가 안치되어 있다는 보탑이 서 있고, 그 옆에 자장율사가 도를 닦았다는 토굴도 있다.
강원도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에도 5대 적멸보궁 중 한 보궁이 있다. 자장율사가 현몽한 문수보살의 지혜를 받아 태백산맥 자락에 정암사를 창건하여 보궁과 함께 칠보 중 하나인 마노석으로 쌓은 '수마노탑'이 천의봉 중턱에 있다.
▲ 별도의 기단석 없이 암반에 바로 세워진 특이한 형태의 5층 석탑에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
ⓒ2004 임윤수 |
대한불교 조계종 제 4교구본사 월정사 말사인 상원사(上院寺)는 한 때 진여원(眞如院)으로도 불렀다 한다. 쭉 곧은 전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월정사와 상원사 진입로는 많은 사람들이 산사 초입의 진미로 예찬한 바 있다.
한마디로 가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주변의 풍경을 묘사한 글을 읽으며 사진을 본다 해도 스치는 바람의 상큼함과 숲에서 우러나는 자연의 진솔한 향긋함은 느낄 수 없다. 상원사 진입로에서 느끼게 되는 오묘한 행복감은 연출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는 자연만의 전유물이며 위대함이다. 오감에 감성을 더한 육감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찾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땀과 발품의 보상이 분명한 곳이다.
▲ 전나무 숲을 지나 들어간 상원사에서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그곳에도 적멸보궁있다. |
ⓒ2004 임윤수 |
창건사와 얽힌 설화는 널리 알려지기도 했지만 6·25전쟁 중 전소의 위기에서 절을 지켜낸 스님들의 불심과 어느 장교의 슬기로운 처세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국군이 북으로 진격하며 절이 공비의 소굴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소각하려 했었다고 한다. 군인들이 절을 불에 불을 붙이려하자 한암 중원이란 스님은 법당에서 염불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리 전시지만 사람이 들어있는 곳에 그냥 불을 지를 수는 없어 스님을 밖으로 나오라고 말하니 스님께선 "그냥 불을 질러라. 당신들이 군인의 본분에 따라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듯 절을 지키는 것은 승려의 본분이다. 마지막까지 승려의 본분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하곤 염불을 계속했다고 한다.
▲ 불사리가 어디에 봉안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상원사 적멸보궁 뒤에는 1m 높이의 판석에 석탑을 모각한 마애불탑이 상징적으로 서 있다. 불탑 앞에 나란한 물병들은 신도들이 기도를 하는 동안 올려놓았다 하산할 때 가져갈 물들로 불심이 가득 녹아든 만큼 부처님의 커다란 가피가 기대 된다. |
ⓒ2004 임윤수 |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을 참배하기 위해서는 꽤나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한두번 쉴 거라는 마음으로 가면 힘들 것도 없는 곳이다.
월정사는 5대 적멸보궁 중 상원사와 정암사 외에도 한곳의 적멸보궁이 있어 5대 적멸보궁의 절반 이상을 말사로 두고 있는데 그 중 한곳이 선문구산(禪門九山) 중 하나이기도 한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에 있는 사자산 법흥사다.
▲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을 찾은 신도들이 법당은 물론 앞마당까지 빼곡하게 메웠다. 험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으며 뛰어난 절경의 사자산은 산 자체가 법당이며 자연이 들려주는 이런 저런 소리가 온갖 법문이다. |
ⓒ2004 임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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