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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은 매년 한겨울이면 만화경 같은 설경을 선물한다. 12월 말쯤 되면 거의 어김없이 태백산은 두툼한 눈으로 뒤덮이며, 간혹 밤새 안개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친 뒤면 온 능선이 하얀 설화로 뒤덮인다. 특히 천년 주목들에 만발한 설화로 인해 태백산은 다른 산과는 격을 달리 하는 설화 천국이 된다. 폭풍설이 몰아치면 그냥 눈이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게 아니라 온 나무에 일부러 가져다 붙인 것 같은, 팔뚝처럼 굵은 설화가 만발한다.
눈이 내린 다음날이면 대개 파란 하늘이 뵈며 강한 햇살이 비추기 마련. 그럼 햇살에 눈꽃이 모조리 스러지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일게 되지만, 태백산은 워낙 고도가 높은 산이어서 일단 한 번 설화가 피어나면 이삼일은 유지된다.
태백지역 폭설 소식이 들리면 바로 태백을 향해 출발, 그 다음날 산행해야 최고의 눈꽃을 볼 수 있다. 산행은 유일사→천제단 방향이 우선 최상이다. 유일사 코스로 시작해야 이른 아침 햇살이 비추는 능선상의 설화 터널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최단시간에 주목 군락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 겨울 태백산 능선의 주목에 핀 설화.
- 유일사 코스 오름길의 비포장 임도는 여름이면 지루함과 먼지로 짜증나는 길이지만 겨울엔 무릎 넘게 쌓인 흰 눈으로 축복받은 길이 된다. 유일사로 이어진 짐 운반용 케이블카의 종점에서 찻길은 끝나고, 등산로 안내팻말 옆으로 천제단 오름길이 이어진다.
해발 1,425m 지점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태백산의 천년 주목을 만난다. 대부분 수목은 두터운 눈 무게가 힘겨워 고개를 꺾었지만 천년 주목은 스스로 머리에 얹은 화관인 양 꼿꼿하고 당당하다. 천년 주목의 멋은 이렇게 두터운 적설을 얹고 상고대로 속속들이 치장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해발 1,500m대를 넘어서며 비로소 수목 위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주변 산의 맹주로 솟은 해발 1,566.7m 태백산릉에서의 광대무변한 조망에 온갖 기이한 설화 풍경이 섞인 희귀한 풍경을 맛볼 수 있음에 추위도, 시간도 잊게 된다. 하늘 향해 짖는 강아지, 부둥켜안은 연인, 괴로워하며 몸을 비트는 듯한 괴수 형상까지, 손가락처럼 가느다란 평범한 나뭇가지들도 저마다 한껏 요술을 부린다.
저 아래 마치 오랜 부부인 양 거대 주목 두 그루가 장대한 동쪽 산하를 배경으로 선 곳은 태백산 최고의 주목 조망처다. 이곳은 사람 많은 휴일에는 더 이상 들어가면 안 되는 산중 포토라인까지 그어진다. 가지마다 상고대가 수염인 양 갈기인 양 허옇게 붙어 기경을 이루곤 한다.
태백산 최고봉은 장군봉이지만 사람들은 1,560.6m봉 위의 천제단이 선 곳을 정상으로 여긴다. 태백산릉의 제단은 모두 세 개다.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 정상에 있는 것이 상단 장군단이며, 그 아래로 중단인 천제단과 하단이 차례로 늘어섰다. 제단의 크기로 보나 역사로 보나 천제단이 이 세 개 단 중 으뜸이다.
천제단에 이르러서는 망경사→당골광장 아니면 문수봉→당골광장으로 코스를 잡는다. 문수봉→당골광장 길이 조금 더 길고 험하며, 문수봉 쪽의 천년 주목 설경을 천제단 쪽 산릉을 배경으로 보는 맛이 색다르다. 유일사매표소~천제단~문수봉~당골광장 코스는 약 13km에 6시간쯤 잡으면 된다.
천제단에서 망경사~반재~당골광장 코스는 문수봉 쪽보다 2km쯤 짧고, 사찰이라기보다는 무속인들의 숙소라 할 망경사와 명수(名水)로 꼽히는 용정 샘물을 맛보는 멋이 있다. 반재에서 백단사로 하산해서 유일사 입구 주차장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약 1.5km).
올겨울 태백산 눈축제는 ‘눈으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를 주제로 1월 25일부터 2월 3일까지 10일간 열린다. 이 축제를 위해 태백시가 태백산 일원 곳곳에 설치해 두는 눈 조각 작품이 으뜸 볼거리다.
- 교통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서제천나들목~38번(5번 공용)국도~제천에 이어 유일사 입구로 바로 갈 경우는 제천~영월~녹전으로 이어지는 31번국도를 탄다. 태백시내로 일단 들어가려면 제천~영월~신동~사북~두문동재터널을 지나는 38번국도가 4차선으로 직선화돼 있어 훨씬 빠르다.
서울→태백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06:00~23:00) 20분~1시간 간격 운행. 3시간10분 소요. 문의 태백터미널 033-552-3100.
청량리역에서 태백행 무궁화호 열차 1일 7회(07:10, 09:10, 12:10, 14:10, 16:10, 22:10, 23:15) 운행. 문의 1544-7788.
태백→당골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노선버스가 1일(07:38~22:25) 40분~1시간 간격 운행. 당골 출발 막차 22:45.
태백→유일사 입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암운수 노선버스가 1일 22회(06:25~22:10) 운행. www.버스타자.com에서 태백시 각 방면 노선 검색이 가능.
택시 당골 8,000원(자정~새벽 4시 50% 할증), 유일사 1만 원, 문의 태백 고원택시 033-554-1414, 553-2121.
숙식(지역번호 033) 태백시가 운영하는 당골 태백산민박촌(553-7440~1)이 우선 권할 만하다. 예약은 홈페이지(minbak.taebaek.go.kr)를 통해 받는다. 태백시내 황지동에 최근 리모델링을 한 썬모텔(554-4338)을 비롯해 고운정여관(552-5485), 그랜드장(552-1737), 대현장(552-3040), 동경여관(552-3454), 삼호장(552-4500), 연화여관(552-3334), 황지장(552-4230) 등 수십 개 여관이 있다(태백시 홈페이지 taebaek.go.kr 숙박편 참조).
맛집(지역번호 033) 태백한우 전문점은 태백한우골 (554-1299)이 유명하다. 당골 집단시설지구에는 고려뚝배기 (552-2440)와 공원산채식당(552-12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