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작은 것에서 얻는 행복 / 법정 스님

문성식 2012. 11. 8. 19:18

     
    작은 것에서 얻는 행복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려면 
    될 수 있는 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큰것과 많은 것에는 살뜰한 정이 가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크고 많은 것을 추구하다 보니 
    무너져서 작고 적은 것에 고마워할 줄을 
    모르게 되었다.
    내가 가끔 시내에 나오면 편지가 와 있다.
    편지는 많이 받지만 답장을 자주 쓰지는 못한다.
    지난겨울 어느 날 밖에는 눈이 오고 
    뒷골에선 노루 울음소리 들려
    내 마음도 소년처럼 약간 부풀어올랐다.
    그래서 묵은 편지를 뒤적이다 
    답장을 몇군데 써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일어 
    벼루에 먹을 갈았다.
    마땅한 종이가 없어 뒤적이다가 
    도배하고 남은 종이 사이에서 화선지 
    두 장을 발견했다. 
    그것도 전지가 아니고 쪼가리였다.
    그걸 오려서 편지를 몇 통 썼는데,
    종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아껴 써야 했다.
    자연히 종이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보통 때는 글씨도 크게 써서 
    끝내곤 했는데 그날은 아주 잔 글씨로 써서 
    몇 군데 띄어 보냈다.
    그때 적은 것이 참 살뜰하고 고맙다는 것을 느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지물포에서 화선지를 스무장 남짓 사갖고 왔다.
    그랬더니 쪼가리 두장 가졌을 때의 
    오븟하고 살뜰하고 고맙던 정이 사라지고 말았다.
    많은 것은 그런 것이다.
    ㅡ 법정 스님 <작은 것에서 얻는  행복>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