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의 추억,,,

여름비

문성식 2012. 8. 18. 08:59
 
여름비  -詩 김설하  
머그잔 가득 뽑은 묽은 커피가 쿨렁대도록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자
투명 유리문을 메우고 허물며
빼곡하게 호러(horror)체를 쓰는 비의 낱말들
섬유 린스 냄새 폴폴 풍기는 커튼이 탐났을까
새로 장만한 인견 이불에 제멋대로 뒹굴고 싶은 걸까
낡은 벽지에 낙서라도 해볼 심산일까
그윽한 커피 향이 집안을 감돌고
창가에 기대어 비의 언어와 조율하는 한나절
필사적으로 담벼락을 기어오르던
담쟁이 푸른 잎맥이 부르르 떨자
조롱조롱 달렸던 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져서
물 비늘 일으키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길
봉숭아꽃 몇 잎도 동동 떠간다
우산 없이 뛰어가는 아이의 종아리가 찰방대고
제 발보다 큰 슬리퍼가 첨벙대는 골목
종일토록 비의 수다는/ 끊일 줄 모르고
정강이 당기도록 서성이며 엿듣는 하루
                         낭송 유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