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식

대변 섞여 나온 피, 치질일까 암일까

문성식 2012. 4. 3. 17:03

 대변 섞여 나온 피, 치질일까 암일까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0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치핵 수술은 25만1828건으로 수술 건수 2위를 기록했다. 40대와 50대는 치질수술을 가장 많이 받았고, 20~30대는 제왕절개수술 다음으로 치질수술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 대다수가 치질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조혜련, 김지선 등 치질 수술을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 연예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보통 치질을 앓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진료를 망설이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치질은 초기에 잡으면 약물이나 주사치료 등 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한솔병원 정춘식 진료원장은 “치질은 종류에 따라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며 “항문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치질과 증상이 유사한 항문암, 직장암, 직장탈 등 치질 이외의 다른 질병은 아닌지, 또 치질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흔히 치질이라 하면 치핵을 떠올리게 되는데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말한다.

한솔병원(대표원장 이동근)은 치질 삼총사라 불리는 ‘치핵, 치루, 치열’에 대해 2009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수술 받은 환자 9490명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전체 수술 환자 중 치핵이 75%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치루 14%, 치열 11%로 나타났다. 성별은 여자 51%, 남자 49%, 연령대별로는 30대가 27%, 40대가 24%, 50대가 22%로 남녀 무관하게 모든 연령층에 치질 환자가 고루 분포됐다.

사진-조선일보DB
▷치질 환자 10명 중 7명은 치핵
치핵이란 한마디로 항문에 혹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핵은 그 위치나 형태에 따라 내치핵(암치질)과 외치핵(수치질), 혼합치핵(내치핵과 외치핵이 함께 있는 것)으로 나뉘고, 증상에 따라 1기~4기로 구분된다. 배변 시 출혈이 있는 1기, 배변 시 치핵이 약간 돌출되었다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2기, 돌출된 치핵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3기,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거나 다시 나오는 상태가 4기이다. 이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심하게 밀려나와 들어가지 않는 상태를 탈항이라 부른다.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1~2기 정도라면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 치료도 가능하다. 하루에 한 번씩 변을 보는 연습을 하고 식이섬유와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항문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좌욕도 병행한다. 섭씨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서 15분 정도 좌욕을 하면 항문 주변의 혈액순환을 도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상태가 심해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치루,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 4배 높아
치루는 변을 수월하게 밀어내도록 하기 위해 항문 안쪽에서 기름을 내보내는 항문샘에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고름이 흐르는 증상이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이번 통계를 보면 전체 치루 환자의 55%가 30~40대에 해당되며, 특히 남자가 81%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처럼 남자들에게서 치루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이 여성보다 항문샘이 깊고 괄약근이 튼튼한 항문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문샘이 깊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씻어도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기 쉬워 세균 감염 위험이 높다. 또한 괄약근의 압력이 높으면 항문샘의 입구가 좁아져 오물이 쌓이기 쉽고 염증이 잘 생긴다. 잦은 음주와 과음은 설사로 이어져 항문샘 입구에 오물이 모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더욱이 면역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항문샘에 염증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치루가 있으면 처음에는 배변 시 항문 안쪽이 따끔하고 항문 주위에 종기가 난 것처럼 붓는다. 항문에 열이 나거나 감기처럼 온 몸에 열이 오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항문이 크게는 계란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며칠 고생하다가 고름이 터져 나오면 시원한 느낌이 들고 통증도 사라진다. 흔히 이 단계가 되면 저절로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때부터가 바로 치루의 시작이다.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또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붓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만성 치루로 악화된다.

치루는 자연 치유나 약물 치료가 어렵고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루가 만성화되면 드물게 치루암으로 진행되고, 이 경우 수술을 해도 재발하기 쉬우므로 치루로 진단을 받으면 바로 수술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치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변을 본 후에는 물로 항문을 씻어주고, 평소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설사가 있을 때에는 빨리 치료하는 것이 치루 예방에 도움이 된다.

▷20~30대 여성, 특히 치열 주의해야
치열은 항문이 좁아 찢어지는 것으로, 전체 치열 환자 중 57%가 20~30대 이며, 65%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는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장 운동을 저하시켜 변비를 유발한다. 또 다이어트를 하느라 지나치게 식사량을 조절하다 보면 변의 양이 줄고 딱딱하게 굳어져 변비나 치열이 생기기 쉽다.

치열이 생기면 변을 볼 때마다 항문에서 붉은 피가 나고 통증이 느껴진다. 급성 치열일 경우에는 먼저 변비를 치료하고 약 2주간 좌용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된다. 하지만 4주 넘게 항문이 계속 찢어지는 만성 치열이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치열은 변비를 예방하면 90% 이상 수술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며, “변의가 있을 땐 참지 말고 규칙적으로 변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고, 변이 부드러워지도록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 해조류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헬스조선 편집팀 hnews@chosun.com